▲ 25일 경북 안동시 남안동 IC 인근에서 바라본 안동시 일직면 야산이 불에 타고 있다. 2025.3.25
연합뉴스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벌써 여행용 가방에 짐을 싸놓은 상태였다. 지역 소식에 밝은 한 지인이 내게도 카톡을 보내왔다.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여행 삼아 문경 쪽으로 살짝 나가 있으시죠."(동네에서 문경까지는 30-40분까지이며, 불이 난 곳과는 반대 방향이다.)
밤이 되자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 중엔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도 있었다. 부산에서 친척이 전화를 걸어왔다. 한참 걱정 섞인 전화를 주고받다 대뜸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나한테 누가, OOO(진보정당 전 의원)가 이번 산불을 질렀다고 하대."
"형님.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이런 와중에 정치몰이를 해서 반대편을 죽이려 한답니까? 그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밤 사이 몇 통의 전화가 더 걸려왔다. 영주(우리 동네에서 북쪽으로 30-40분 거리)에 사는 지인이, 혹 여차하면 본인 집으로 오라 했다. 여러 상황을 파악한 결과 지금은 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속 밖에서 뉴스를 확인하면서 필요하면 깨우겠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재웠다.
수요일(26일)이 되자 집 밖에선 연기가 자욱하다. 과거 사진으로만 봤던 런던 스모그가 떠올랐다. 집 주변에서 매캐한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바빠졌다. 자율로 조기하원을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아들 다니는 태권도학원에서도 오늘 하루 쉰다는 연락이 왔다. 딸을 일찍 데리고 나왔다. 지금 유치원엔 본인까지 5명이 남아 있었다 한다.
전체 인원이 12명이니, 그 중 7명이 대략 점심 무렵이나 그 이전에 일찍 하원했다는 뜻이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후에도 여기저기 연락이 왔다. 통영에 사는 지인이 연락 와서 위급하면 본인 집으로 오라고 말한다. 울산 지인도, 광주 친척도 연락을 해왔다. 뉴스를 볼 때는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여기저기 연락을 받으니 정말 큰일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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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회마을, 병산서원 가는 길 26일 하회마을, 병산서원 가는 길 풍경. 차는 없고 하늘은 뿌옇다. ⓒ 김대홍
차를 타고 근처 하회마을(7km, 차로 12분)에서 병산서원(10km, 차로 19분)까지 가봤다. 새벽까지 큰 불이 났던 남안동IC에서 하회마을까진 12km, 병산서원까진 10km다. 병산서원 앞엔 소방차 몇 대가 있었다. 근처는 모두 산과 들, 나무와 풀들이다.
탄 흔적은 없었다. 탄 흔적이 보였다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으로 가는 동안 길은 한산했다. 방송국 마크를 단 차가 몇 대 보였을 뿐이다. 여전히 안개는 자욱하고 매캐한 냄새는 가득하다.
산불로 인해 사람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관련 기사:
산불로 26명 사망, 산림피해 '역대최악 2000년 동해안 산불' 넘어서 https://omn.kr/2crrs ).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산불은 동쪽으로 남쪽으로 북쪽으로 번지며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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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로 번진 불, 짐 싸둔 아내...안동은 일촉즉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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