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개, 조원희(지은이)
롭
그림책의 표지는 온통 파랑이다. 앞표지에 달리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있을 뿐, 앞뒤 모두 파랗다. 조원희 작가는 파랑을 많이 사용한다. 그의 전작들에도 파랑은 늘 그의 색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가 파랑이고, 흔히 우울증을 표현할 때 '블루'로 표현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도 파랑은 부정적 색깔이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파랑의 이미지는 '속박'이다. 인간이 주는 먹이통도 파랑, 펫숍의 간판도 파랑, 인간의 모자와 가방도 파랑이다. 같이 놀자고 인간이 굴려주는 공조차도 파랑이다. 인간이 채워준 목줄도 파랑, 배고픔에 지쳐 음식물 쓰레기 앞을 전전할 때 쫓아내는 인간의 빗자루도 파랑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그 아이를 유혹하여 잡아가려는 올가미도 파랑, 새끼를 가둔 철장도 파랑, 도망가는 들개를 잡으려는 그물도 파랑이다.
버려져 들개가 되었던 그 아이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마침내 인간이 채워준 파란 목줄을 끊는다. 목줄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영역으로 달린다. 인간에게 느꼈던 일말의 사랑과 믿음이 모두 끊어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시원하게 끊겨버린 목줄 앞에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파랑을 버려야 진정한 삶을 찾는 들개,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집으로 불러들이는 반려동물들은 인간의 집에서 과연 행복할까? 파랑을 버려야만 행복해지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이 깊어진다.
아동문학과 성인 문학의 경계
문학의 경계는 항상 모호하다. 작가와 출판사의 결정이 아동 문학이 되고, 청소년 문학이 되고, 일반 문학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 설정이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혀도 되는 것인가' 이슈가 되는 책이 생기기도 하고, 어른이 더 감동을 받는 아동 문학이 생기기도 한다.
학자들이 아동 문학과 일반 문학의 차이로 꼽는 뚜렷한 특징은 내포 독자의 한정이다. 작가가 어린 독자들을 겨냥하고 글을 썼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아동이며, 공간적 배경 역시 아동이 속한 학교나 놀이터 등이 주요 공간이라면 아동 문학으로 결정한다.
표현 방식도 당연히 조금 다르다. 어린 독자들을 위해 문장의 길이나 단어 선택 서술 방식도 쉽고 편하게 설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이 성인 독자의 접근을 막을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이미 많은 아동 문학들이 성인의 손에 들려 읽혀지고 일반 문학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옛날보다 조금 더 현실과 가까워지고 신랄해졌다는 방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동 문학을 읽는 어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만날 세상이 어떤지,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이 어떤지, 대체 어른인 우리들이 만든 세상이 어떤 꼴인지,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들개
조원희 (지은이),
롭,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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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말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서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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