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이영광
-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강남·송파구 291곳 아파트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한 달여 만에 번복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이렇게 일관성 없게 정책을 추진하는 사례는 거의 없죠. 해제와 재지정에 관한 서울시 보도자료를 뽑아서 보니까 너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해제는 도시계획위원회에 허가를 받아야 되거든요. 2월 12일에 해제하고 3월 19일 재지정한 것인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 달 만에 정반대의 의사 결정 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왜 그런 판단을 했을까 의아해요.
최근 주택 가격에 관한 중요한 키워드가 양극화거든요. 서울과 지방 그 다음에 서울 안의 양극화. 서울 안에서도 강남 3구와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 등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다른 지역들은 크게 상승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지정하고 해제하는 건 주택 가격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2월에 해제하고 도저히 못 견디니까 한 달 만에 다시 구역을 넓혀 지정하는 방식으로 했잖아요. 굉장히 안 좋은 정책 사례죠."
- 왜 이랬을까요.
"첫 번째, 2월의 의사 결정이 굉장히 잘못됐었는데요. 보도자료를 찾아보니까 오세훈 시장이 참석한 시민과의 간담회에서 어떤 시민이 토지거래 허가 구역에 관해 재산권 침해이니 풀어달라면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건 어쩌면 핑계라고 보여지고, 작년 8월부터 용역을 통해서 연구해 왔다고 적혀있거든요. 그 용역 결과에서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지정한 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효과 없다는 결론 얻었다는 거예요.
전 이게 더 중요한 정책 판단의 근거였다고 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누가 용역을 수행했는지 등을 좀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오세훈 시장이 최종적으로 이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런 결정에 이르게 한 이 과정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거죠."
- 오세훈 시장이 지난 10일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상황에 대해 "3개월에서 6개월 더 예의 주시하면서 앞으로 조치할 상황이 무엇이 있는지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라고 말했었는데.
"너무 많은 일에 대해서 손바닥 뒤집듯이 의견을 바꿔요. 서울시장처럼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되는 사람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책을 유연하게 하는 게 아니라 원칙이 없는 거죠. 2월 보도자료에도 '일시적으로는 오를 수 있지만'이란 단서를 달아놓거든요.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 몇 개월은 견뎠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번복을 결정한 과정이 의아해요. 토허제 지정과 해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서 결정된다고 했잖아요. 도시계획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과정이 납득이 안 가네요."
- 좀 더 기다렸어야 했나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뀐 게 나은 건가요?
"지금이라도 바꾼 게 제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들이 주장한 바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토지거래 허가 구역 지정을 해제해도 주택 가격에 별로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한 거거든요. 근데 한 달 만에 다시 하는 건 도저히 납득 안 되죠."
- 이번에 재지정한 게 강남 3구와 용산이잖아요. 이전엔 동으로 지정했는데 이번에 구로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요. 저는 행정동 단위로 지정하는 건 문제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행정동별로 지정했거든요. 그러나 나중에 확대했어요. 예를 들면 대치동은 대상이고 도곡동은 대상이 아니거든요. 그러나 대치동은 투기 우려가 있지만 도곡동은 투기 우려가 없다는 판단 근거를 세울 수 있는 자료가 잘 없어요. 사실 엄격하게 얘기하면 지난번 지정할 때 행정동 단위가 아니라 거의 아파트 단지별로 지정했던 거거든요.
핀셋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이런 핀셋 규제의 방식으로는 의도하는 투기를 막기 매우 어렵다고 판단해요. 핀셋으로 지정할 때 나오는 바로 문제가 풍선 효과잖아요. 지금 강남 송파를 중심으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지정해 놓으니 또 마포구와 성동구가 들썩들썩한다고 하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에 관련된 정책을 하면 일관성 있게 쭉 가져가야 되는 거고요."
- 구별로 해도 풍선 효과는 있을 수 있지 않나요.
"풍선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근데 최근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성동구하고 마포구가 굉장히 문제였는데 재지정과 관련해서 풍선 효과가 심하게 일어났다가 지금은 시장이 전체적으로 잠잠해지는 분위기라고 하더고요. 아직 판단하기는 조금 어렵죠. 풍선 효과로 마포구나 성동구에서 주택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전혀 없냐 하면, 그건 또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니까 마포구나 용산구에 84제곱미터 아파트가 20억이 넘었어요. 강남구랑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간 거거든요.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의 지정과 해제를 손바닥 뒤집듯이 결정하듯,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렇게 정책을 폈어요. 코로나 19 이후 문재인 정부 때 강남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 못지않게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안에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토지거래허가제를 반시장적 과잉규제라고 표현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헌법에 반한다는 소송을 여러 번 당했지만, 한 번도 위헌이 결정이 난 적이 없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죠. 반시장적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게 가능하냐고요. 근데 이걸 만들었던 우리나라의 연혁을 생각해 보면 1979년에 박정희 정부 때 만든 것입니다. 중요한 법령 개정이 박근혜 정부 때 있었고요. 우리나라처럼 투기가 만연한 사회에서 제도의 맥락이 있는 거죠. 투기가 만연해 있지만 지금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어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단한 제도가 아니라 거래 시 실거주 의무를 지우는 것인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이런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이걸 문제 삼는 사람들은 외국 어디에도 이런 제도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재산권은 헌법상으로도 법률에 의해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권리이거든요.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해서 어떤 집은 세를 못 놓게 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잖아요. 투기 문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인데, 다른 나라에 없으니 무조건 없애자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 한동안 들썩였던 집값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잡힐까요?
"토지거래허가구역만으로 주택 가격이 오른 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기름을 한 번 부으면 불을 끄기 굉장히 어려워요. 주택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렵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고,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로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주택 가격이 계속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어요."
- 아파트 값 잡자고 금리를 올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정책 의사결정에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거죠.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결정할 때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제 판단이에요.이것만으로 금리가 결정돼서도 안 되지만, 이걸 고려하지 않고 해서도 안 되거든요. 한국은행에서도 주택 가격이나, 가계부채의 규모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유의 깊게 보겠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이 토지거래 허가 구역의 지정과 해제를 보면서 저는 언론하고 전문가들이 굉장히 반성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기사를 찾아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언론과 전문가의 의견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전문가와 언론과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무책임으로 빚어진 엄청난 소동을 보면서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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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토허제, 오세훈도 문제지만 언론과 전문가들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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