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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온 다문화 모녀, 그 웃음 지켜주고 싶습니다

만 6세 미만 아동은 보육 지원 받지만, 외국인 아동은 제한적... 제도 바뀌어야

등록 2025.04.01 09:47수정 2025.04.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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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해가 시작한 지도 3개월이 지나면서, 바쁜 새 학기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다. 어린이집 새 식구가 된 막둥이반 꼬맹이들의 돌잔치도 곧 다가온다. 꼬맹이들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봄을 재촉한다.

2주 전, 이국적인 모습의 모녀가 내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걸음마를 막 뗀 듯 꼬맹이는 자유분방했고, 낯선 나라에 온 엄마는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었다.


'아... 무슨 말로 대화를 어떻게 나눠야 하지?'

살짝 긴장해 주저하는 나에게, 그는 웃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O예요. 제가 온 나라는 한국처럼 이름, 성이 따로 있지 않고 이게 이름이에요. 그래서 저는 OO이라고 애칭처럼 줄여서 불러요. 그러니 OO이라고 불러주세요."

어머니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나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 한국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국어는 어디서 배우셨어요?"


궁금증 폭발한 나의 질문에 그분은 차분하게 대답해 주셨다.

"저 한국 온 지 5년 됐어요. 블락비 좋아해서 혼자 공부했어요. 한국 드라마 보고, 노래 따라 부르고, 그렇게 독학했어요."


"블락비?"

아이돌이 생소했던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분은 "지코 알아요?" 하셨다.

"아~ 지코! 네, 지코 알지요"

"지코가 그 아이돌 멤버예요. 피오도 있고."

어머니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말하기 뿐만 아니라 쓰기도 척척 해내는 어머니. 그걸 보고 놀란 나는 어머니께 '훌륭하시다, 대단하시다'라며 엄지 척 인사를 반복했다.

나는? 과거 학창 시절에 내가, 할리우드 배우를 좋아한다고 해서 영어공부를 했던가? 아니었다. 영어는 몰라도 한글 자막을 읽으면 되니까.

 2주 전, 이국적인 모습의 모녀가 내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을 방문했다(자료사진).
2주 전, 이국적인 모습의 모녀가 내가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을 방문했다(자료사진). aaronburden on Unsplash

어머니는 또, 강아지를 좋아해서 한국에 와서 강아지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고 하셨다. 처음엔 아이에 대한 생각이 없어 강아지를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왔다며 이게 다 처음이라 아이 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아이 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아이가 계속 돌아다녀요."

실제로, △△이는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이것저것 궁금한지, 호기심이 그 아이를 가만히 앉아 있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묻는다.

3~5세까지만 보육료 지원 받는 외국인 아동

"선생님, 여기서 아이가 잘 놀아서 좋아요. 언제부터 다닐 수 있어요?"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 탐색을 즐기네요! 어머니 4월 1일부터 등원할게요. 어떠세요?"
"네! 좋아요."
"그럼 △△이 맞을 준비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한국은 외국인 아이들은 보육료 지원을 하지 않는 걸 알고 계세요? 지역마다 다른데 여기 지역은 △△이 또래는 지원이 되지 않아요."
"아... 몰랐어요!"

순간 어머니의 커다란 두 눈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더니 시계를 본다.

"△△이가 점심을 안 먹었어요. 낮잠을 자서 일어나자마자 여기 오느라고."

선생님 퇴근시간도 지난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우리 오늘은 그만 놀이하고 다음에 또 보자. 금방 다시 오는 거야. 약속!"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와 적당히 타협하며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헤어졌다. 새끼 손가락을 거는 나를 보며 △△이는 찡끗 웃어주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은 2013년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소득과 무관하게 어린이집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아동은 지자체 사업으로 3~5세 누리과정 아동 보육료 지원에 한정되어 있다. 올해부터 0~2세 영아의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정을 듣자 하니, △△이 부모님의 경우 아버님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어머니는 고정으로 출근하는 곳 없이 잠깐잠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셨다. 담임선생님과 나는 대화를 나눴다. 연민이 우리 마음을 괴롭혔다.

"원장님, 여기 보육료 부담이 너무 크겠는걸요! 어떡해요."

"그러게요. 우리나라 가정에서도 한 달 50만 원은 엄청난 금액인데... 걱정이네요."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에 대한 검색을 하며 도움이 될 만한 제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지난날 내 생각을 반성하였다. 불과 한 달 전, 지인과 외국인 아동에 대한 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단양군도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지인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동감이라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내 속내는 달랐다. 나는 속으로 '단양에 살고 있는 자국 아이들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외국인 아동까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을 말로 뱉어 버리고 말았다.

"맞아요, 외국인 아동도 지원해 주는 게 마땅하지만, 먼저 단양 사는 아이들만이라도 충분한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정책은 중앙에서 해줘야 하는데 거 아녜요?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나는 모순 투성이인 마음을 들킨 뒤 급히 그럴싸하게 포장하며 말을 끝냈다.

 어린이집은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자료사진).
어린이집은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자료사진). porkbellysteve on Unsplash

생각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내 그릇이 간장종지도 못했다는 건데, 돌아보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떠든 것 같다. 이런 후진 태도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에 가까운 게 아니었을까.

어린이집은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생활을 하며 나누는 선생님과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아동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인 아동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경험은 외국인 아동의 언어 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 것을 뺏으러 우리나라에 온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왔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작업장, 사람들이 피하는 곳의 어려운 일을 도우러 왔다. 일손을 덜어주고자 찾아온 손님을 문전박대해서는 안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는, 꼭 물이라도 대접해서 보내드려야 한다."

다양한 가족이 자국민으로 함께하는 시대가 왔다. 다양한 이웃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한다. 한국 가수가 좋아서, 한국이 마냥 동경의 대상이 된 십 대 소녀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왔다. 그리고 아이엄마가 되어 한국에서 살고 있다.

좋아하는 그룹을 기다리며 여전히 짝사랑하고 있는 연분홍 그 마음이 까맣게 타지 않도록 살가운 이웃이 되어주고 싶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국의 정치사회적 압박을 피해서 온 난민, 또는 결혼이민자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다양한 이유로 타국에 와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외국인들이 소외받지 않길 원한다. 또한 그들의 2세가 한국에서 상처없이 꽃길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영유아보육법 제3조(보육 이념) 3항, 영유아는 자신이나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인종 및 출생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보육되어야 한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동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양육될 수 있는 기회가 당연한 일이 되길 바란다.

"어머니! 인연 맺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나라에 오신 걸, 저희 어린이집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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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ISFP 입니다. 게으른 내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꾸준히 써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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