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에서 내건 현수막. 사진사들에게 향하는 당부가 담겼다.
정수근
그즈음 환경단체의 요구로 국가유산청(문화재청)과 수성구청이 함께 또다른 현수막을 하나 내걸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수리부엉이에게 유해가 되는 행위를 자제해주십시오.
강한 플레쉬 불빛을 이용한 야간촬영과 서식지 접근 및 훼손, 소음발생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진사들은 여전히 가까이 접근해서 이들 수리부엉이 가족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을 찾는 사진사들은 필히 이 현수막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스스로 조심해 주었으면 한다.
바로 이런 소란스러움 때문에 작년엔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가 산란에 실패했다. 작년의 실패를 딛고 겨우 올해 산란에 성공해 세 마리의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이들의 생활이 교란되어선 안 된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라나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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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부엉이 부부의 육아 팔현습지의 명물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인 금이와 호야 그리고 강이를 이들 부부가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 김용식
도심 한가운데서 이렇게 가까이서 야생의 수리부엉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야생성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으로, 수리부엉이 가족을 보호하고 팔현습지 전체를 국가습지로 지정해서 보전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하식애를 벗어나면 넓은 범람원 습지가 나타나고 이윽고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왕버들군락지가 나타난다. 이곳 왕버들군락지에도 연초록빛 융단으로 뒤덮이고 있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아직은 조금 더 연초록 잎사귀가 만개해야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이곳의 가치를 알리기엔 충분하다.

▲ 팔현습지 왕버들이 연초록 융단을 내걸었다.
정수근

▲ 팔현습지를 찾아온 아름다운 새 홍머리오리
정수근
새로운 생명들이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저 멀리서는 홍머리오리 수십 마리가 습지와 물가를 오가며 유영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평화롭고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공간이다.
팔현습지가 이 모습 이대로 제발 보전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대구시의 강한 요구를 받아 안아 이곳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공간을 가르는 보도교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총 1.5㎞에 이르는 이 보도교가 건설되게 되면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이 온전한 생태계가 깨어지게 될 것이고, 이 아름다운 경관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라 팔현습지를 사랑하는 이들의 걱정이 크다.

▲ 팔현습지 왕버들숲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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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왕버들이 녹색의 융단을 드리웠다.
정수근
이 보도교 삽질 계획이 하루빨리 중단되어서 이곳의 평화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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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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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새봄... 육아 중인 수리부엉이 부부의 간절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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