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복지톡18화

누구나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복지톡]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사무처장

등록 2025.04.07 18:32수정 2025.04.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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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은 마치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누군가는 불시에 안전한 일상이 무너져 버리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성수대교 붕괴 참사, 대구지하철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아리셀 참사... 그외에도 매일 발생하는 산재 사고의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안전 사각지대를 알리고 연결하며, 누구나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생명안전 시민넷 박순철 사무처장을 만나보았다.

 건설의 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사 가족들과 이동 중인 생명안전 시민넷 박순철 사무처장
건설의 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사 가족들과 이동 중인 생명안전 시민넷 박순철 사무처장 참여연대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생명안전 시민넷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순철 활동가입니다.

- 현재 활동하고 계신 생명안전 시민넷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생명안전 시민넷은 '생명존중과 안전'을 한국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가치로 만들고, 누구나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7년 11월 23일에 창립된 단체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안전에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희생되지 않았을 수많은 사람을 '더 이상 죽지않게' 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어요.

후진적인 재난 참사가 반복되고, 산재 사고와 산재 질병으로 매일 7명 이상이 죽는 OECD 산재 사망률 1위의 나라, 이러한 죽음이 일상화되고 무감각해진 사회,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이런 현실에서 '생명과 안전' 문제가 정부와 정치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하고, '생명보호와 안전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기도 했고요.

우리 단체 창립선언문에 "우리는 연결의 힘으로 생명·안전사회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회 곳곳의 위험을 알리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연결'과 시민참여로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운동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가치에 공감하고 실천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사회사업학과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당시 사회복지의 현실은 개인의 변화와 지원에 초점을 둔 미국식 사회사업이 주류였고,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희생과 헌신만 강조되고, 사회복지는 정치적 선전 도구나 구호 정도로 역할을 하고 있었죠. 대학원 시절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시민운동으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참여연대가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취지의 국민복지기본선확보 운동 사업 중 하나로 '사회복지학교'를 열었어요. 그리고 1995년에 사회복지 시설 비리와 사회복지관 부당 해고 문제로 참여연대 사회복지특별위원회와 연대 활동과 자원봉사를 하다가 간사 제안을 받아 1996년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하게 되었고요. 작년 연말에 사회복지위원회 30주년 행사에 가니 저를 '사회복지위원회 초대 간사'라고 하더라고요. 참여연대에서 청년사회복지모임, '복지비전 21' 대학생 캠프, 사회복지예산확보 운동, 생활보호법개정 운동 등 국민복지기본선확보 운동을 위해 여러 활동을 진행했어요.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운동의 담당 간사로서 이 법을 1999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난 뒤, 당시 박원순 사무처장이 전문가 중심의 권력 감시 운동을 넘어 시민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해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시민사업국에서 자원활동 활성화와 회비 재정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대안사회팀이 신설되어 2000년 12월에 '아름다운 가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죠. 초기에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자연과 사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그물코 운동, 재사용과 나눔 운동을 하는 아름다운가게의 창립 업무와 자원활동 시스템 구축에 매진했고, 이후 되살림터 일, 기증품을 수거하고 배송하는 업무, 그리고 조직의 리스크 관리와 감사 업무 등을 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2016년도에 4.16세월호 참사 운동을 하시던 분들 중에서 그간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참여할 시민참여 운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생명존중과 안전'을 주 임무로 한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참여연대 시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위한 연대기구에 집행위원장으로 함께 일했던 송경용 신부님께서 '이제 우리 한국 사회에도 안전을 주제로 하는 시민단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말씀을 하셨고, 마침 그런 고민하는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보자고 해서 2016년도 6월부터 시작한 초동모임에 참석했어요. 저는 안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말 그대로의 당위성만 가지고 참석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생명안전 운동을 하기 위해 아름다운가게 운동을 접고, 2016년 10월부터 생명안전 시민넷 준비위원회 활동가를 시작했어요.

- 생명안전 시민넷은 생명과 안전 문제를 이야기하고,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여러 단체가 함께 공감하는 연대체인데요. 함께 하는 단체들과 연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2016년은 창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과정이었고, 2017년 11월 23일에 창립식을 했어요. 하지만, 창립 전 준비위 때부터 안전 문제 관련 현안이 너무 많았어요. 창립도 하기 전, 재정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도 여러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죠. 2016년 준비위원회 당시 삼성전자 백혈병 고 황유미 님 등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 KTX 승무원 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원래 있었던 승무원들의 안전업무 규정을 없애고 외주화에 반대한 승무원들을 해고한 문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여러 생명안전 현안이 있었어요. 함께 하다 보니 각 단체가 이슈마다 분절적으로 대응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개별 운동을 네트워크와 연대로 함께 사회적, 정책적, 정치적 과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어요. 2017년 4월 13일, 대선 후보 초청 생명안전 약속식과 대선캠프 초청 생명안전 대토론회가 한 사례이죠.


'생명안전 시민넷'이라는 단체명에 '생명'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단체 초기에 지인들과 시민들이 "종교에서 말하는 생명운동이냐, 생명윤리 운동이냐, 바이오산업 관련 운동이냐, 동물권 관련 운동이냐"하고 묻기도 했어요. 저희가 '생명'을 단체명에 넣기로 한 것은 '생명존중이 곧 안전이다.'라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명과 안전'을 사회의 우선적 가치로 만들어야겠다는 이유였죠. 단체명에 '시민넷'이란 단어를 쓴 것은 생명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체로서 시민들의 참여와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우리가 여러 단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궁극적으로 시민참여 네트워크, 시민참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창립 초기, 사회적 분위기는 생명안전에 대해 '일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만연한 상황이었어요. 한 해 산재로 2,400명 이상이 죽고, 13만 건 이상이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죽음에 대해 무감각한 상황이었죠.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재난 참사도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더는 이런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단체는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고요.

준비위원회의 숙고 끝에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서 안전, 인권으로서 생명안전 운동'을 하기로 방향을 잡았어요. 안전 관련 단체와 피해자들을 '연결'하고, 안전 사각지대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알리는 역할'을 하자, 생명안전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만들자는 것이었죠. 나아가 이런 내용을 정책과 정치권의 주요 과제로 만드는 일, 피해자와 시민사회, 시민들, 정부와 국회 등 각 주체를 '네트워크' 하는 일, 기존 안전운동의 빈 곳을 채우는 일을 핵심 역할로 설정했어요. 이렇게 사업 방향을 잡고 난 뒤, 안전 관련 단체들이나 종교계, 참사 피해자들께 연대 제안을 하고, 함께 하고 있어요.

- 2017년 생명안전 시민넷에서 '생명안전 법률위원회'를 꾸려 생명안전기본법안을 성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22대 국회에서도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소개부탁드립니다.
네, 지난 3월 10일, 22대 국회에서도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되었어요.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신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님이 "안전과 생명존중은 입으로만 외친다고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우리 단체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신 김훈 작가님은 2020년 첫 발의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은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죽음과 절망을 통과해 온 시련의 산물이며 고통의 아우성입니다. 그리고 생명이 존중되고, 생명이 침해받지 않는 미래의 설계도입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한 희망입니다."라고 호소하셨는데, 생명안전기본법의 성격과 법안 성안의 역사가 담긴 정의라고 할 수 있어요.

 2023년 5월 31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및 피해자 연대기구 발족식
2023년 5월 31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및 피해자 연대기구 발족식 참여연대

생명안전기본법은 '더 이상 죽지 않게', '누구나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나라',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보장', '공동체의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서 생명존중과 안전, 시혜가 아닌 권리로 안전,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자!' 이런 시대적 요구를 담은 법안이에요. 헌법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그간 사회복지운동의 근간이기도 하고요. 생명안전 운동을 하다 보니, 복지권 이전에 생존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생명보호와 안전은 인간 존중과 모든 권리의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지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은 납세와 국방 등 의무를 하잖아요. 국민은 여러 의무를 다하는데, 국가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의무를 어떻게든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국가는 안전사고는 개인의 우연한 불행이고 시혜 차원에서 피해 지원을 해왔습니다. 안전은 국가의 의무가 아니라 관리대상으로 여깁니다. 국가의 역할이 미흡하다 보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안전권, 피해자 인권과 권리보장 등을 법제화하기 위해 2017년 당시 민변 사무총장 일을 하시던 강문대 변호사님께 생명안전기본법 성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명안전 시민넷의 '생명안전법률위원회'을 꾸렸어요. 법안 성안을 위해 안전분야별로 활동가들과 법률가들이 참여해서 각 현장의 안전 현실을 조사하고 관련 법에 대해 검토했죠. 몇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모든 안전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과제와 해결책을 도출했어요. 이후 그것을 조문화하기 위해 수년간 깊은 논의 끝에 만든 것이 생명안전기본법입니다.

지난 3월 10일 발의한 법은 세 번째 버전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과 달라진 점은 '생명안전 정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조항을 추가했어요. 그 외에 권리로서의 안전, 국가의 의무로서의 생명과 안전 보호,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보장, 안전약자 보호,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 안전영향평가 제도, 위험에 대한 알 권리보장, 추모와 공동체 회복, 피해자와 시민참여 등 핵심 조항은 그대로고요. 안전영향평가 제도의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와 유사합니다. 오랫동안 정부와 기업이 '규제혁신', '규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시민들과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있는 합법적 정책으로 악용해 왔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되어야 해요. 하지만 이윤을 위해 생명과 안전, 건강을 희생시키려 하는 규제 완화는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 이태원 참사,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 그 폐허 위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부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해 오셨는데, 정부나 국회의 생명안전 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국가가 생명보호와 안전을 국가의 의무로 인식해야 하는데, 안전분야를 관리대상 정도로 보고 주요한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서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참사와 일상화가 된 산재 참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 수준, 문화 수준 등 전반적 지표는 OECD나 세계 수위권으로 진입했지만, 가장 뒤떨어지고 개선이 안 된 분야 중 하나가 '생명안전' 분야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과 산재 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 안전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 시민들의 노력으로 아주 천천히 개선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생명안전 분야는 퇴행하고 있어요. 이태원참사, 오송참사, 아리셀참사 등 각종 대형 참사,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화물안전운임제 폐지, 산재 피해자들을 '산재 카르텔' 그리고 건설업의 생명안전 문제와 노동권 문제 해결 요구를 '건설 카르텔'이라 왜곡·악마화하면서 노동자와 피해자, 시민의 권리를 축소해 오고 있어요. 대통령은 말로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 존재의 가장 큰 이유, 정부의 헌법적 책무'라고 해요. 그러나 제도와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잖아요.

 국토교통부와 건설단체 총연합회 주최 '건설의 날' 기념행사장 앞에서 안전한 건설 현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막아선 경찰과 대치하는 수녀님들, 성직자들, 참사 유가족들
국토교통부와 건설단체 총연합회 주최 '건설의 날' 기념행사장 앞에서 안전한 건설 현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막아선 경찰과 대치하는 수녀님들, 성직자들, 참사 유가족들 참여연대

국회의 경우, 21대 국회부터 이전 국회에 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주요한 정치 이슈나 정치 일정이 있으면 생명안전 의제는 가려지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에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참사와 생명안전 사안을 정권과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에서 바라보며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뒤로하고 정쟁 도구로 전락시키기도 합니다.

- 생명안전 시민넷의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어려움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회적, 정치적 환경에서 생명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면하는 도전 과제는 무엇이 있나요?
처음 일했던 참여연대는 '권력 감시 시민기구'의 성격이었고, 사회복지운동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만들기,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재사용과 나눔 운동 등 조직의 목적과 성격이 희망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국민의 실생활과 연결되는 일이 많고요. 대다수의 시민운동 주제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생명안전 이슈는 시민들에게 늘 죽음을 얘기해야 하고, 가족 잃은 슬픔과 고통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 많이 죽거나 큰 사고가 나야, 또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죽음이어야 정부, 언론, 정치권,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요. 참사 당시만 반짝하다가 곧 다른 주요 정치, 사회, 경제 이슈로 넘어가 버립니다. 사실 다른 시민운동 주제에 비해 어둡고 아픈 주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이러한 주제를 어떻게 전달하고, 공감하게 해서 참여하고 변화하게 만드는가?'가 항상 고민입니다.

재난이나 산재는 조금만 조치를 해도 막을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생명을 잃고 다치는 중대한 문제예요. 그런데 바쁜 일상을 하루하루 보내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내가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관심을 두거나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에 참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재난이나 산재로 인한 죽음이나 부상 소식에 너무 마음 아파해요. 그래서 언급하는 것조차 싫어하거나 외면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생명안전 의제'를 어떻게 시민들에게 나와 내 가족, 우리 공동체의 일로 생각하고 참여하게 할 것인가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이고요.

한편으로 국가의 공무원, 정치인들이 생명안전 보호 책무를 자신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현실이 있어요. 그리고 국가와 기업이 효율과 성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생명안전을 희생해도 되는 것처럼 일상화되고 무감각하게 된 사회적 현실도 어려움이에요. 이러한 현실을 어떤 방법과 사업으로 바꿀지 많이 고민돼요. 그리고 좀 더 쉽고, 공감되는 메시지 전달방법도 계속 고민하고 있고요. 실무적으로 보면 우리 단체의 역할 중 하나가 연결과 네트워크 작업인데 독자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어려운 점이기도 해요. 사업의 주체마다 각자 여건과 상황 등이 달라요. 참여 여부나 참여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보니 일정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해당 연대 사업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려는 방법과 과정의 조정과 조율이 쉽지 않지요. 촉박한 시일 내에 준비해야 할 때도 많고, 상황이 늘 가변적이라 플랜B, 플랜C를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하거든요.

- 시민들이 생명안전과 관련된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작년 1월에 인우종합건설이라는 건설회사에서 안전모도 지급하지 않고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바퀴 달린 비계에서 떨어져 돌아가시는 사고가 있었어요. 희생자의 따님이 건설사와 노동부, 경찰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다른 건설 산재 피해자분들이 이 유가족을 도와주셨어요. 이후 일종의 산재 피해자 자조모임 성격으로 대책모임을 만들었고, 1심 재판이 시작되자 작년 12월 말부터 엄벌촉구 시민 서명을 받았어요. 3주 만에 무려 2만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현장소장은 징역 1년에 법정 구속, 법인은 벌금 2천만 원이 선고되었어요. 보통 집행유예가 선고되는데 이례적으로 엄벌 되었죠.

이러한 사례를 보면 안전 사안이나 재난 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이 시민들에게 서명 같은 참여를 요청할 때, 조금만 관심을 두고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해주시는 것으로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참사가 발생하면 시민들이 함께 추모하고, 온라인 서명에 동참하고, 유가족들이 삼보일배나 오체투지를 할 때 잠시 길을 멈춰 응원해주고, 간단한 댓글로라도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안전사고나 참사가 우리 이웃과 공동체의 일이구나,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구나'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각자 가능한 방법으로 힘을 보태 주셨으면 합니다.

- 생명안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있었나요? 시민들이 생명안전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메시지나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이전 수많은 재난 참사·산재 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이 안전사회를 만들어 보려고 눈물겨운 활동들이 있었고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많은 시민이 함께 추모하고 참여하는 분위기가 본격화된 거 같아요.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 안전사회를 위한 외로운 외침이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변화를 만들어 온 것이죠. 그리고 이제는 '생명과 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고, 빈말이라도 대통령에서부터 정부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이 '생명과 안전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하고 있어요. 언론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졌고, 최근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언론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단체 준비위원회 시절만 하더라도 산재 사고 기사를 언론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작게라도 보도하는 것도 달라졌고요.

안전 문제는 나와 우리 가족,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누구나 일상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어야 다른 행복도 누릴 수 있고요. 가족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면,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요. 가족 구성원 그 누구도 다시는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죠. 가족 모두가 트라우마와 고통을 평생 안고 살고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언제든지 나와 내 가족, 나의 지인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생명안전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안전한 사회는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이 먼저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우리 시민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함께 참여할 때, 생명안전사회는 더욱 가까워지리라 생각해요.

 2020년 7월 1일, 21대 국회 생명안전포럼 발대식
2020년 7월 1일, 21대 국회 생명안전포럼 발대식 참여연대

- 앞으로 생명안전 시민넷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진행할 새로운 캠페인이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생명안전 시민넷은 창립준비위부터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연결' 사업을 하고 있어요. 안전 관련 단체들의 네트워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네트워크, 피해자들의 네트워크, 국회와 시민사회의 네트워크(국회 생명안전포럼) 등으로 하나씩 생명안전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다른 한편으론 피해자와 시민들의 네트워크, 지방정부 생명안전 네트워크, 사법감시 생명안전 네트워크, 생명안전 예산감시 네트워크, 궁극적으로는 '시민참여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실효적인 안전정책을 연구·제안하는 '생명안전 정책연구소'도 올해 시작할 예정이에요.

이 과제들 중 생명안전 관련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정부와 국회는 상대적으로 생명안전의 중요성을 조금씩이라도 인식하고 있는 거 같은데, 검찰과 법원은 여전히 '생명안전 가치의 사각지대'입니다. 재난 참사의 법적 처벌 내용을 보면, 현장 최말단 책임자만 처벌하고 실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하는 주무 장관이나 주요 고위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없어요. 산재 참사의 경우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검찰이 제대로 기소하지 않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이러한 형태는 피해자들을 다시금 절망과 고통에 빠지게 합니다. 아울러 국가 고위공무원과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안전 조치나 사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예요.

그리고 국가의 생명안전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운동도 필요합니다. 이 정부 들어서 수많은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고, 진짜 필요한 생명안전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에요. 돈을 조금만 들여도 사람이 죽지 않을 수 있고, 좀 더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복지동향> 4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축약한 글입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민아, 전은경 활동가가 인터뷰하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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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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