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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터지는 건 전쟁이 아니라 일상이다

[인터뷰]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

등록 2025.04.07 11:40수정 2025.04.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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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뢰구역
지뢰구역 평화나눔회

4월 4일은 UN이 정한 '국제 지뢰 인식과 지뢰 제거 활동 지원의 날'이다. 지뢰 문제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뢰와 불발탄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 하루아침에 장애를 입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 지뢰 인식과 지뢰 제거 활동 지원의 날'을 맞아 30여 년 동안 지뢰·불발탄 관련 시민운동을 펼쳐온 조재국 평화나눔회 상임이사(전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 위원장)를 만나 한국 내 지뢰 피해 현실과 피해자 지원 현황, 최근 지뢰 및 불발탄 사고 사례, 지뢰 제거를 위한 기술적·법적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이슈를 들어봤다.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 ACN아시아콘텐츠뉴스

- 평화나눔회는 어떤 활동을 하나?

"지뢰와 불발탄 피해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피해자들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활동을 한다. 또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관련 법률 제정을 위한 연구와 제안도 한다. 지뢰 제거 기술 개발과 국제 표준 도입을 위한 연구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지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국 곳곳에 남겨진 지뢰, 피해자는 지금도 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지뢰 피해 현황은 어떤가?

"지금까지 조사된 피해자는 지뢰 피해자 약 2000명과 불발탄 피해자 약 4000명 등 총 6000명 정도다.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


- 피해는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나?

"많은 사람들이 지뢰밭처럼 출입 금지된 곳에서 사고가 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지뢰 지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은 10%도 안 된다. 대부분 강가나 논밭처럼 일상생활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산책하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이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와 군 당국의 관리 소홀이나 지뢰 유실 때문이다. 법원에서도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계속되는 안타까운 사고들

- 최근에 발생한 사고 사례는?

"재작년 강원도 철원에서 트랙터로 작업하다가 불발탄이 터져 운전자가 큰 사고를 당했다. 결국 시신도 찾지 못했다. 고양시 한강 하구에서는 환경운동가가 쓰레기를 치우다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사고도 있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고는?

"양구 해안면 주민은 약 1800명인데 지뢰 피해자가 47명이다. 지뢰 피해 밀도가 앙골라나 캄보디아보다 높다. 특히 박춘영 할머니 가족은 6명 중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큰 비극을 겪었다(할머니는 1960대 중반 발목 아래 절단, 1993년 둘째 아들 엄지발가락 절단, 1995년 큰아들과 손자 사망).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매우 많다."

- 현재 우리나라에 지뢰와 불발탄은 얼마나 있나?

"적게는 80만 발, 많게는 100만 발 정도로 추정된다. 정확한 조사는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지뢰 피해자 실태조사 장면
지뢰 피해자 실태조사 장면 평화나눔회

-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나?

"우리나라는 2015년에 '지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서 공식적으로 지뢰 피해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특별법 제정 후 국방부에서 지뢰 피해자 지원위원회를 설치했고, 당시 내가 위원장을 맡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의 의미는?

"지뢰 피해는 국가가 개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므로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불발탄 피해자는 아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서 추가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 불발탄 피해는 지뢰 피해와 어떻게 다른가?

"불발탄은 터지지 않고 남아 있는 포탄으로, 지뢰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피해자의 약 63%가 19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란 점이 특히 안타깝다."

- 지뢰와 불발탄 제거를 위한 특별한 기술이 있나?

"국제적으로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이란 지침이 있다. 우리는 국방부의 요청으로 이 지침을 번역해 군의 공병대 지뢰제거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뢰 대응, 이제는 국가의 체계적 책임으로

-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뢰대응 활동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뢰 제거를 책임지고, 민간기업이나 단체도 지뢰 제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기술 개발과 국제 표준 준수도 강조하고 있다."

- 국가가 책임진다면 군에서 해야 하지 않나?

"과거 부대 보호용 지뢰 지대는 부대가 이전한 뒤 방치됐고, 개인 소유 땅으로 소유권 문제 등이 복잡해 민간 참여가 필요하다. 이런 지역이 우리나라에 123제곱킬로미터로 수원시 규모다."

- 민간에서 지뢰를 제거할 능력이 있나?

"국제적으로 지뢰 제거를 활발히 하는 단체는 영국의 NGO인 헬로트러스트와 마그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단체와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만은 금문도와 마조도에서 민간단체가 약 10만 발의 지뢰 대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국내에도 지뢰 제거 경험이 많은 민간인과 공병대 출신이 많다."

- 지뢰 제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나?

"지뢰 제거 기술이 발전하면 국내뿐 아니라 전쟁 이후 복구가 필요한 해외 지역에서도 큰 기회가 된다. 우크라이나나 라오스 같은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지뢰 제거를 통해 재건 사업에 진출할 수 있으며, 지뢰 제거는 평화를 만드는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

- 지뢰나 불발탄 때문에 재건 사업이 늦어진 적이 있나?

"과거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서도 지뢰와 불발탄 문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참여를 포기하거나 지연된 사례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도 전쟁 이후 재건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뢰와 불발탄 제거가 필수적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떤 건설이나 복구 사업도 불가능하다."

- 국제적으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나?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많은 나라가 지뢰와 불발탄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라오스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투하한 불발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를 축소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나라가 라오스를 비롯한 피해국들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뢰는 무기가 아닌 우리의 책임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뢰는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하는 무기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다. 지뢰 문제 해결은 국가의 책임이자 시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4월 '국제 지뢰 인식과 지뢰 제거 활동 지원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지뢰 #불발탄 #평화나눔회 #조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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