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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실, 아이들이 손 들지 않고도 이렇게 발표를 한다네요

"말하기 부담스러운 친구는 채팅창에 써주세요"... 표현의 문턱을 낮추자, 참여가 더 깊어졌다

등록 2025.04.08 17:35수정 2025.04.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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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들고 말하기 부담스러운 친구는 채팅창에 써도 괜찮아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은 학부모 공개수업 시간인데 말이다. 상황은 이랬다. 오늘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의 공개수업에 참여해, 교실 한쪽에 서서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공받은 각자의 스마트기기를 켜고, 화면 속 채팅창에 생각을 옮기기 시작했다. 누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누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 채 몇 자를 입력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수업. 표현의 문턱을 낮춘 그 한마디가, 교실 풍경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표현의 문턱을 낮춘 그 한마디가, 교실 풍경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그 장면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자료사진)
표현의 문턱을 낮춘 그 한마디가, 교실 풍경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그 장면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자료사진) nci on Unsplash

그 장면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굳이 손을 들지 않아도,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구나. 나도 학창시절에 이런 선택지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보통 부모들은 남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손을 번쩍번쩍 잘 드는 것처럼 보이니, 내 아이가 발표를 망설이면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날짜와 내 번호 뒷자리가 겹치는 날이면 아침부터 유독 긴장되었으니까. 8일이면 8번, 18번, 28번, 38번. 지명될까 봐, 틀릴까 봐, 말문이 막힐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수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선생님이 경기도교육청의 디지털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Hi-Learning)'을 적극 활용하셨다는 점이다.


하이러닝은 AI 기반의 쌍방향 학습 플랫폼으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학습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사는 이를 활용해 실시간 피드백과 참여형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 중 교사의 질문에 채팅창으로 응답하거나, 간단한 퀴즈나 설문에 참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심은혜

이날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하이러닝에 접속해 활동에 참여했다. 선생님의 질문에 말 대신 글로, 손 대신 화면으로 반응하는 아이들.

내게 그 모습은 단순한 기술의 사용을 넘어, 표현의 방법에 있어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손을 들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더 많이 말했다. 그 교실에서는 정답보다 생각, 발표보다 참여가 중요해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존중받는 수업... 초6 아들에게 소감 물어보니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다양한 수업도구가 지원된다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다양한 수업도구가 지원된다 심은혜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 방식은 선생님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줄무늬 티셔츠에 편안한 복장을 하고 계셨다. 보통 학부모가 오는 날이면 의례적인 복장에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이 선생님에게선 격식보다는 진심이 먼저 느껴졌다.

아이들의 말 하나하나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채팅창에 올라온 글에도 따뜻하게 반응해주셨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해, 집에 온 아들에게 물어봤다.

"채팅으로 그렇게 발표하는 거, 너는 어땠어? 엄마는 부럽더라."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좋았어. 그냥 써도 되니까 두려움이 없어서 더 편했어."

그 말에 나는 더욱 부러움을 느꼈다. 아이가 느끼는 그 자유로움이, 과거 나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단순히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선생님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아이들의 속도와 감정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하며, 수업을 통해 자신감을 키운 것 같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변화의 속도는 선생님마다 달랐다. 이 담임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계신 듯했다.

하이러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배려를 잊지 않으셨다.

'진정한 배려는 타인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 교실에서, 그 말의 의미를 다시 느꼈다.

학교 수업 시작 전 복도에서
▲학교 수업 시작 전 복도에서 심은혜


#공개수업 #초등학교 #하이러닝 #교육변화 #자녀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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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터울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마음이 닿는 순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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