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65조 ③항은 "탄핵 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그리고 특별히 대통령의 경우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위헌이나 위법 행위를 했다고 간주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그 직무가 정지된다.
탄핵 소추된 고위 공직자의 직무 자동정지 제도는 이번 12.3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 중의 하나다. 즉,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야당의 연속적인 탄핵 시도로 인한 행정 업무 마비를 국가의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여 계엄선포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4월 4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은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 법 위반의 의혹에만 근거하여 탄핵 심판 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였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이것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야당이 탄핵 심판 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대통령이 정치력으로 대처할 사안이지 계엄으로 대처하려 한 것은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탄핵제도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나 사법부를 견제하도록 부여한 중요한 제도적인 장치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위헌·위법적인 행태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묻는 것은 입법부의 마땅한 권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 심판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법적인 성격의 제도이지 정치적인 수단이 아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정치적인 도구로서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직무 자동정지 제도 때문이다. 즉, 바로 이것 때문에 사법제도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어 입법부의 행정부 압박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 소추로 인한 이러한 직무 자동정지 제도는 다른 국가도 널리 도입해 있는 일반적인 제도가 아닌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국가로는 대한민국이 매우 드문 사례다.
대통령과 행정부, 사법부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일반적인 탄핵제도는 대통령제의 특징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 제도가 중심이며, 대통령이 있는 공화정의 경우, 대통령 혹은 판사에 대한 탄핵제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탄핵제도가 있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는 탄핵 소추된 자의 최종 유죄 판단이 나기 전까지는 그 직무가 유지된다. 우리처럼 비교적 초기에 직무가 정지되는 브라질조차도 하원에서 탄핵 소추가 가결된 후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시작되는 때부터 직무가 정지된다.
독일의 경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기 전에 그 직무가 유지되지만 만약 헌법재판소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재판이 진행되는 중이라도 가처분으로 직무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제2공화국 헌법에서 직무 자동정지 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른 선진 국가의 사례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탄핵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를 개선할 필요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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