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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4.18 07:02수정 2025.04.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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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보고서 고용률도 오르고 있다
통계청 스크린샷
통계청에서 발표한 25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실업률은 3.1%다. 얼핏 보면 100명 중 97명이 일하고 있다는 뜻 같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일하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지인의 아들은 서른 중반이다. 이력서를 꾸준히 냈지만 몇 번의 탈락 끝에 스스로를 '불합격할 사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일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한다. 그냥 쉰다. 이런 사람을 통계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라 부른다. 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니다. 그는 2월까지 집에만 있었으니 3월 고용동향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됐을 것이다. 그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잠재적 구직자 중에 하나이다. 그런 사람이 사라지면 실업률은 낮아진다. 낮은 실업률은 정부 통계가 보이고 싶지 않은 수치일 수 있다.

▲고용보조지표 실업률은 고용 보조지표로 판단해야 할 거 같다
KDI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쉬었음, 은 실업자가 될 수 없다 연령 계층별 '쉬었음' 인구
통계청
통계청에서 발표한 문서를 보면 20세-39세에서 '쉬었음' 인구수는 70만명이다. 이들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실업자가 단순히 '직장을 잃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다. 실업자 자격을 갖추려면 아래 세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1. 일하지 않고
2. 일을 하려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으며
3.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일 것
일 하고 싶지 않다거나, 구직 활동을 안 하거나, 몸이 아파서 당장 일할 수 없으면 실업자 자격 박탈이다. 적극적 구직활동(active job-seeking)이란 단순히 구직광고를 보는 것과 같은 소극적인 활동을 말하지 않는다. 전화, 사업장 방문, 구인광고 응모, 원서접수 및 시험응시 등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게 없으면 그저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
그러니 실업률 낮추기는 의외로 쉽다. 구직을 포기하게 만들면 된다. 이미 우리도 아는 현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거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는 반복적인 거절, 끝나지 않는 서류 전형, 응답 없음이 열 번, 스무 번이 되면 마음이 다친다. 마침내는 '나는 이제 구직자가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밀어낸다. 지인의 아들이 딱 그랬다.
통계는 그를 실업자에서 제외한 후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그 수치가 한 사람이 스스로를 숫자 바깥으로 밀어낸 결과라면, 이를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관련 용어 내가 아는 뜻과는 조금 다르다
통계청
앞서 언급한 지인의 아들이 3월부터는 간헐적으로 야간 알바를 나간다고 한다. 하루치 육체 노동을 해낸 다음 날엔 종일 누워만 있어도 4월 고용동향에서는 그도 취업자 중 한 명으로 집계될 것이다.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돈을 받고 일했다면 '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기 때문이다(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매월 가구대상 표본조사를 통해 작성되는 월간통계자료다. 만 15세 이상 인구의 매월 15일이 속한 1주간의 활동 상태를 파악하여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나처럼 주 1회 강의하는 주부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였다.
매번 발표되는 실업률과 실제 사이에 차이를 느끼는 게 나만은 아닌 듯하다. 이미 정부는 '그런 체감 고용상황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하여 '14.11월부터 국제기준에 따라 '고용보조지표'를 공표한다. 즉, 실업자 뿐만 아니라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경우를 별도로 파악한다'고 한다.
실업률을 낮추기 쉬운 것처럼 고용률을 올리기도 쉽다. 주 1시간짜리 일이 많아져서 누구나 접근하기 좋으면 된다. 플랫폼 노동이 딱 그렇다. 숫자는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을 분류한다. 그러나 통계 숫자 대신 우리가 던질 질문이 있다. 그 취업이 '1인분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가?' 이다. 단기 알바와 계약직, 플랫폼 노동이 주류가 된 시대, 일자리는 있어도 그게 얼마나 삶을 지탱할 수 있는지는 별로 관심 없어 보인다.
통계 밖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
당사자가 통계 속 제 위치를 인정할 수 없다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KDI 한국개발연구원(경제·사회 제반 분야의 연구를 통해 정부 정책 수립과 제도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함)은 통계청 숫자를 세심하게 분류했다. 실제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나같은 사람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켜 준다.
잠재 취업가능자 역시 많은 전업주부가 해당할 것이다. 구직활동을 하다가도 가사돌봄과 양육조건에 맞지 않아 바로 일을 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취업자 정의 :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말하면 저도 취업자인가요?"라고 지인의 아들이 묻던 순간, 나는 대답을 삼켰다. 그의 표정엔 단 한 줄의 통계로는 담기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구직을 포기한 이들, 하루 한 시간의 일로 '취업자'가 된 이들, 취업자라면 으레 갖췄다고 여길 조건과 동떨어져 있기에 통계 속에 있지만 통계가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업률 통계의 사각지대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누군가는 대신 이야기 해야 한다. 실업자가 아니라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고, 취업자라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일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를 묻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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