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LH 갑질이다" vs. LH "시와 협약 없었다" 갈등 어쩌나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사업, 수요조사 결과 외면한 채 공가 수치만 앞세워 손 뗀 LH… 주민들 "이럴 거면 왜 시작했나"

등록 2025.04.11 09:45수정 2025.04.11 09:45
0
원고료로 응원
 9일 대산읍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를 방문해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9일 대산읍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를 방문해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대산읍 주민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추진되던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지역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돌연 사업 참여를 철회하며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의 철저한 준비와 실질적 수요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시의원들조차 "LH가 수치만으로 사업을 일방적으로 접었다"며 "서산시 상대로 갑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LH, 협약도 없이 손 뗐다"… 시는 '절차 다 마쳤다' 반박

서산시는 2022년부터 국토교통부 공모 선정을 목표로 LH와 협업을 진행했고, 2023년 8월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대산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주거 안정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798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임대아파트와 비즈니스 지원센터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시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 주요 절차를 신속히 마쳤고,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수요조사까지 실시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1400명이 응답했고, 이 중 600여 명이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다면 대산에 정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LH는 "서산시와 사업 시행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행정적으로 사업자 지위가 없다"며 지난해 10월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LH는 당진 석문국가산단과 서산 일대 공공임대주택 공가가 920세대에 달해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철회 사유로 들었다.

"당진 석문단지 공가 많다고 대산 수요도 없다고?"… 지역사회 "현실 모른다"


문제는 LH의 '수요 부족' 논리가 지역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데 있다. 대산 지역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미 주거 여건 부족으로 인해 당진 석문산단의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왕복 40km를 출퇴근하는 상황이다. 대산의 정주 여건이 열악해 기름값과 시간을 감수하고 타 지역에 거주하는 현실을 단순 수치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효돈 시의원은 "당진 석문단지에 공가가 많다고 해서 대산에 사는 근로자들이 거기로 이사 가라는 말이냐"며 "애초에 석문산단 임대주택 공급을 과다하게 한 LH의 실책을, 지금 와서 대산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산시는 끝까지 사업을 살리려 노력했고, 실수요에 근거한 설문조사까지 제출했다"며 "협약도 없이 철회한 LH의 태도는 사실상 갑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민들 "희망 꺾였다… 정치권은 침묵"

대산읍 주민들은 이번 사태로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월 9일과 12일, 지역 단체들이 직접 LH 대전충남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하며 사업 추진을 요청했지만, 결국 '공가 수치'에 밀려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한 주민은 "우리에게 이 사업은 단순한 아파트 짓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주 여건이 나아져야 상권도 살고, 마을에 활기도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헛물만 켜게 됐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성일종 의원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 공모사업임에도 불구하고, LH와 국토부를 중재할 정치적 대응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성 의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방 홀대 아닌가"… 수요보다 인구감소 논리 앞세운 결정에 의문

LH는 "대산읍 인구가 지난 10년간 2,800여 명 감소해 연평균 2%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인구 감소가 정주 여건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외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주 인프라가 없어 떠난 사람들을 근거로 '이제 남을 사람도 없다'는 건 궤변"이라며 "공가 수치와 인구 감소만 들이대며 사업을 철회한 것은, 지방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앙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무산된 사업… 대산 정주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LH는 사업 철회와 함께 "서산시는 수석지구(1,973세대 공급) 등 자체 개발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대산지역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정작 주거 인프라가 절실한 대산의 대안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결국 이번 사태는 LH와 서산시 간의 협력 실패를 넘어, 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중앙 결정 구조, 정치권의 무대응, 지방 소외에 대한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냈다는 평가다.

공모 선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LH는 수치 뒤에 숨지 말고 현장의 수요와 삶을 봐야 한다. 서산시는 협약 미체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치권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기대 속에 허탈감만 안고 돌아선 대산 주민들의 상실감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이제는 답해야 할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대산읍주민 #한국토지주택공사 #당진석문단지 #공모선정 #갑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2. 2 미국 유학파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미국 유학파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3. 3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4. 4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5. 5 각 잡고 만든 대작, 복수극 좋아하면 참기 힘들 겁니다 각 잡고 만든 대작, 복수극 좋아하면 참기 힘들 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