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사온 식재료 개별 포장된 플라스틱 쓰레기
김남순
30일 챌린지가 끝나기 하루 전, 마트에서 청경채, 버섯, 두부, 양상추를 샀다. 재료 네 개를 샀을뿐인데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네 개 나왔다. 식재료의 개별 포장이 어제오늘 시작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무관심으로 허용되던 식품 포장재가 처음으로 문제로 인식되었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과대포장으로 발생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는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책과 기업의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또 다른 환경전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려주었다.
"별생각 없이 마셨던 티백차에 미세플라스틱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네요. 플라스틱류 섬유로 만들어진 삼각티백뿐 아니라 종이티백도 20% 정도는 코팅이라고. (...) 우리가 매주 카드 한 장 분량 무게의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걱정이네요.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들 진짜 덜 쓰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양념통으로 절로 눈길이 갔다. 간장, 된장, 고추장, 식용유, 소금 등 거의 대부분 주방에서 쓰는 양념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플라스틱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플라스틱통이나 병을 재사용하는 것에도 우리는 익숙하다. 값싸고 변형이 자유로운 플라스틱으로 우리 생활은 많은 편의를 제공받았다.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편리함이 이제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플라스틱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있기나 한 것일까?
<쓰레기> 책의 저자인 이동학은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렸지만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최악의 발명품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그의 경고가 아니라도 쓰레기 문제는 전지구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1년 1월 1일 중국에서 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이 없을 거라는 발표 이후 많은 국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동학은 쓰레기 문제의 원인을 '도시화와 과잉생산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세계화자본주의 구조에서 ' 찾는다. 그의 말에 의하면 "기후난민은 이미 전쟁 난민 수를 초과하였다." <쓰레기>에서는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 정책이 세워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은 완전한 소각도 매립도 되지 않은 채, 아주 작은 형태로 쪼개져 영구히 남기 때문이다.
30일 챌린지는 새로운 시작이다
예전에 비하면 우리 주변의 환경은 너무나 깨끗하다. 도로는 흙먼지 없는 시멘트로 포장되었고, 쓰레기가 흘러내리던 파란 쓰레기통도 거리에서 사라졌다.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보도되기 전까지는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오늘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몇 배나 증가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사고 버리고 씻고 분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쓰레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 봄 과수농가에서는 개화기에 내린 서리로 과수에 맺힌 꽃망울들이 냉해 피해를 입었고, 가을 추수가 끝난 벼 밑동이 다시 자라 벼가 맺히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기후변화로 생기는 문제는 식물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미세한 변화는 곧 인간에게도 위기로 작용된다.
푸른별환경전사들의 '1일 1 환경실천' 30일 챌린지가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환경전사들이 실천했던 사소한 행위들은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조용한 혁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0년에 귀촌하여 농사를 짓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회문제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