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모 여고에 등장한 대자보
제보
최근 제주에서 한 고교 교사가 수업 중 한 발언과 이를 반박하는 대자보가 등장하면서 큰 논란과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제주의 한 고교에 학생이 쓴 대자보가 등장했습니다. 대자보에 따르면 아무개 교사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자보를 쓴 학생은 "(교사의) 해당 발언은 수십년 전 4·3 피해자들을 '폭도', '빨갱이'라 지칭하던 입장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라며 "제주도민의 3분의 1 가량이 학살당했음에도 오랫동안 숨겨야 했던 제주의 역사를, 교육자가 이처럼 거론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요? 자랑스러운 OO인으로서 위 사건을 좌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교사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한 대자보에는 '왜곡된 역사의식, 지역혐오성 발언', '반성을 요구합니다', '사과해요 우리한테'라고 쓴 학생들의 메모지가 붙었습니다.
교사 "부적절한 발언, 매우 후회"
고교 내에 붙은 대자보를 촬영한 사진은 제주 도내 중,고등학생 사이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도내 언론사는 이를 보도했고, 학교 측은 즉각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학교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사과도 했습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해당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제주 4.3 관련 발언이 있었던 건 기억하나 'DNA, 유전자, 각인' 등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흐리거나 엇갈리기도 했다"면서"일부 학생은 발언을 듣고 '불편함'이나 '의아함'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다수는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조심했어야 할 표현이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입장문을 통해 "3월 초 의욕적인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고, 여러 질문과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했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의 호응이나 답변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제주도는 4.3 때 자신들의 상황의 부당함을 나서서 말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피해를 보았고, 그래서 앞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기에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말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4·3에 대해 절대 비하하거나 경시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제 의사와 다르게 의미가 달리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날 왜 적절하지 않게 4.3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했는지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말할 수 없는 제주도민의 아픔 '제주 4·3'... 여전히 진행형
지금에서야 학교에서 4·3을 가르치고 추념식에 대통령이 오기도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이 없었다면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금지어였을 겁니다. 실제로 '순이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는 보안사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소설은 금서가 됐습니다.
제주에선 지금도 4·3을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노인들은 여전히 연좌제와 국가보안법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교사가 4·3 유전자를 언급한 이유도 도민들이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자신감 있게 말하길 원하는 수업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굳이 아픈 역사를 담긴 4·3에 빗대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제주도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지난 11일 오전 6시 5분(프랑스 현지 시각 10일 오후 11시 5분)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노력이 7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제주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일부 극우 세력은 이와 관련해 여전히 '폭도', '빨갱이', '남로당'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폭동'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지난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는 학살을 자행했던 '서북청년단'을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육지에선 4·3을 완전히 끝난 사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제주가 4·3에 민감한 이유는 당시 2만 5000명~3만 명으로 추정되는 도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여전히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6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공유하기
제주 발칵 뒤집어 놓은 고교 교사의 '4·3 유전자' 발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