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에서 놀이하는 청소년들 은광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들이 서울혁신파크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고 있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청소년도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공원이 필요하다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서울숲에 갔습니다. 서울숲을 이용하는 수와 규모에 놀랐습니다. 서울숲을 온전히 누리면서 사는 그 동네 사람들은 웬 복이냐며 사실 며칠을 부러워했어요. 하지만 서울숲은 아무리 근사해도 자주 갈 수 없는 '그림의 공원'입니다. 그 대신 우리 동네에 '혁신파크'가 있어 위안이 되었고, 새삼 혁신파크가 고마워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혁신파크가 개발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대학교도 되었다가, 컨벤션센터도 되었다가 했습니다. 혁신파크의 개발 소문은 꾸준히 내용이 달라지다가 최종적으로 창조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민간매각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아무 때나 슬리퍼 끌고 나와서 아무 생각없이 젖어드는 동네정원이 많아야 한다, 뭔가 잘 안 풀릴 때 여유있게 걸으면서 도시생활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서울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처럼 느껴지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장님의 포부를 보았습니다. 반가우면서 씁쓸했습니다. 평소 공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유명 건축가는 시장님의 발표에 "정원은 사이즈보다 분포가 중요하다"며 '슬리퍼 끌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가까운 정원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장님의 발표에 크게 반색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다른 책에서 '사람이 모여 살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의 공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공원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공원에서 만들어지는 공통의 추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공원은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공공공간입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린 공간입니다. 돈 없고 갈 데도 없고, 어디서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청소년에게는 공원의 위로가 더욱 필요합니다. 공원과 같은 자연 속에서의 휴식이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울시장님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원을 서울 곳곳에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면서, 우리 동네에 있는 공원은 왜 폐쇄하고, 민간에 매각할 결심을 했을까요? 청소년도 우울하거나 일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슬리퍼 끌고 아무 생각 없이 혁신파크 벤치에 앉아 힘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 때도 있고, 친구들하고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돈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공짜공간'이 약자와의 동행이자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정책입니다.
기업에 매각되어 창조타운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혁신파크는 주민의 삶을 더 삭막하게 만들고 주민 공동체의 융합을 저해시킬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시장님이 마음을 쓰고 동행해야 할 약자는 '놓치기 아쉬운 기회'라고 말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나 기업이 아니고 혁신파크를 벗삼아 살고 있고 혁신파크의 서사를 생생하게 이어가는 시민들입니다.
점심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잠시 쉬는 직장인과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가, 주인과 산책 나온 반려견과 지팡이를 꼭 잡고 종일 앉아 계시는 할머니, 그리고 날마다 미친 듯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 혁신파크의 공공성을 지켜달라고 오늘도 쉬지 않고 말하고 있는 이들이 그 시민이고 주인공입니다.
▲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에게 혁신파크란' 서울혁신파크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아쉬워 하며 만든 '안녕' 영상. ⓒ 은광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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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기업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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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 어린이 손님만 수천 명... 왜 사라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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