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선진대국 국가대개혁 100+1’ 발표회를 열고 정치 부분 국가 대개혁 구상을 제시했다.
유성호
"홍준표 후보님! 질문 끝까지 듣고 가십시오. 특정 언론사의 질문만 회피하시는 게 어딨습니까?"
사실상 홍준표 없는 '홍준표 경제정책 발표회'였다.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은 자신이 집권하면 추진할 경제 정책을 발표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뉴스타파> 기자가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됐어! 저기랑은 안 해"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현장에 있던 일부 유튜버들은 "(질문을) 회피하는 것도 자유"라고 엄호했다.
홍 전 시장은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내 자신의 경선캠프에서 '경제·노동·과학기술 분야 27개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발표에는 경제정책을 총괄한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도 배석했다.
홍 전 시장은 준비된 발표문을 낭독한 뒤 대뜸 기자들에게 "이상으로 설명을 마치고 지금부터 질문을 받는데요. 질문은 이병태 교수한테 하세요.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일부 기자들이 "후보님께 직접 답변을 받고 싶다. 경제 외에도 정치현안 분야도 여쭐 게 있다"고 말하자, 홍 전 시장은 "말씀해 보세요"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기자들 중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가 처음으로 발언권을 얻자 난색을 표하며 기자회견장을 순식간에 박차고 나갔다.
오전 때만 해도 "홍준표는 정면돌파, 언제든 짚어달라"더니
최근 <뉴스타파>는 이른바 '명태균 PC'를 입수해 명태균씨 여론조사를 활용해 무소속이던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에 복당했으며, 여론조사 비용을 홍 전 시장의 아들 친구이자 대구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최아무개씨가 대납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홍 전 시장은 "대납이 아니라 본납(본인납부)"이라며 명태균게이트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성배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홍 전 시장이 발표회를 빠져나가자 "오늘은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날"이라며 "<뉴스타파> 기자님이 필요하시면 (관련 질문을) 따로 요청해 달라. 후보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홍 전 시장에게 명태균게이트 관련 질의를 하려면, 캠프를 거치라는 얘기다. 이날 오전 이 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후보는 (명태균게이트 의혹을) 정면으로 분명히 짚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언제든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기자들이) 짚어 달라. 홍 후보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이성배 대변인은 '후보가 집권하면 시행할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인데 후보가 질문조차 받지 않고 나간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 명태균게이트 정면 돌파 의사도 밝혔는데 별도의 기자회견을 만들어주실 계획이 있나'라는 <오마이뉴스> 질의를 받고 "후보는 정치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가실 생각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특정 언론사의 질문을 받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드린 점 송구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솔직히 말씀드릴 것"이라면서도 "오늘은 경제정책에 대한 후보의 소신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발표와 관련된) 질의를 하고 그날의 정치현안 질문을 주시는 방법으로 협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없는 홍준표 경제정책 발표회... 질문에 대한 답변은 참모 몫
홍 전 시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패싱하자 홍 전 시장의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은 정책참모인 이병태 전 교수에게 쏟아졌다.
이 전 교수는 '홍 후보가 발표 도중 '이게 뭐였죠?'라고 교수님께 되묻는 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정책을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한겨레> 기자의 질문을 받고 "(중간에) 나가신 건 아마 특정 언론사에 대한 견해가 있으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져야 된다는 기대가 더 위험한 것 아닌가"라며 "홍 전 시장의 경제정책 총괄 부탁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그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은 다른 나라에도 없는 규제라면 철폐를 검토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자유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신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홍 전 시장은 "민관경제부흥, 초격차 기술주도 성장, 생산성에 따른 분배, 일자리 창출, 서민집중복지, 성장에 비례한 국가부채 관리를 경제정책 방향으로 삼고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 민·관경제부흥 5개년 계획 수립 ▲ 제7광구 석유개발 및 국부펀드 조성 ▲ SMR 최초 상용화 ▲ 2030년 달 착륙 프로젝트 ▲ 디지털 화폐 도입 ▲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100만호 공급 ▲ 징벌적 상속세 완화 및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27개 과제를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0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공유하기
<뉴스타파>가 질문하자 나가버린 홍준표 "됐어! 저기랑 안 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