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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떠오르는 기억, 살아남은 이들이 할 일

[서평] 세월호11주기, 생존자 김동수씨 이야기... 김홍모의 <홀>(2021, 창비)

등록 2025.04.17 10:11수정 2025.04.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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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4월이다. '봄'이라고 불러야 할까. 벚꽃이 만개하고 새싹들이 파릇파릇 피어나는 이 계절을 '봄'이라고 부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누군가에게는 이 계절이 생기를 돋구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이어 나갈 수 있는 기분 전환의 시간이 되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계절이 지독한 괴로움 자체이거나 고통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홀> 표지 <홀> 표지
<홀> 표지 <홀> 표지 창비

2014년 세월호 생존자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이 계절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봄을 느낄 수도, 경험할 수도 없었다. 몸을 움츠린 채, 고개를 숙인 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채, 홀로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 주거나 공감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주변에 많지 않았다. 벽 앞에 선 침묵이랄까. 무엇보다도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미안했다고들 이야기 한다. 살아있다는 것이 미안하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 조금 더 애쓰지 못해서다.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몇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배는 소리 없이 가라앉았다. 아니, 커다란 고래의 죽음처럼 엄청난 울음을 내뱉으며 깊은 바다로 침몰했다.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기억은 한 개인에 머물러 있거나 집단을 형성한다. 우연이든 우연이 아니든 기억과 묶인 감정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 터진 채로 강으로, 바다로, 흐른다.


나 또한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못한다. 모임이 있어서 서울 합정역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오히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던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뉴스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체 이 봄날에 무슨 일이란 말인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30분 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많은 학생과 승객은 이날 더는 이 계절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순간을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는 것은 힘든 시간이었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고 도움을 기다렸던 어린 학생들의 마지막 영상을 볼 때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힘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친구들과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

 <홀> 139쪽. <홀> 139쪽.
<홀> 139쪽. <홀> 139쪽. 창비

하지만 그곳에서 끝까지 세월호의 승객들을 구한 사람이 있다. '파란 바지 의인'이라고 불리는 김동수씨가 그다. 그는 배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썼다. 세월호 안을 뛰어다니며 학생들과 할머니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기울고 있는 커다란 배 안에서 구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끝내는 다 구하지 못한 채 세월호를 빠져나와야 했다. 김동수씨는 이날 이후로 세월호의 사람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오랜 시간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함께 죽지 못하고 세월호에서 홀로 살아야만 했던 어쩔 수 없음에 고통스러워했다.

세월호 청문회 때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 관계자들로 인해 가슴이 타들어 갔고, 유가족들이 생존자 피해 보상 문제로 도지사를 만나러 갔을 때 외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동수씨가 자신의 몸을 여러 번 자해했던 것도, 세월호 진상규명에 마음을 쏟았던 것도 모두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만화가 김홍모의 <홀>(창비, 2021)은 세월호의 생존자 중 한 명이었던 김동수 씨의 삶을 기록했다. 만화가는 '되기'의 방식으로 마치 자신이 김동수가 된 것처럼, 세월호 배에 올라타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애쓰는 듯 그림을 그렸다.

예술가의 이 노력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의 아이들을 2025년에 다시 소환시킨다. 세월호 진상규명 과정에서 드러난 불성실하고 부조리한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세상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지속적인 통증을 감각하기는 힘들다. 아니,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현재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이 행위는 사소한 행위일 수 있으나, 이 사소함이 우리를 지켜준다.

그리고 이 행위가 이곳을 떠도는 영혼들을 위한 하나의 애도 행위이자 예의일 것이다. 아이들을 잃은 지 11년이 지났다. 여전히 우리는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무의 연장선에서 작업되었다.
덧붙이는 글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를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은이),
창비, 2021


#세월호11년 #어느세월호생존자이야기 #김동수 #김홍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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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를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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