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 둔산여고가 지난 2일부터 저녁 급식 제공을 중단한 가운데, 11일 오후 이 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에게는 탄핵보다 절실하고 첨예한 갈등이 대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대전 둔산여자고등학교는 학교장의 이름으로 '2025학년도 석식 운영 중단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공지했다. 닷새 후에는 역시 학교장의 이름으로 '2025학년도 석식 운영 중단에 따른 후속 안내'라는 가정통신문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가정통신문에는 '지난 2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에서는 쟁의 행위 돌입(종료 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음)을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3. 27.(목) 우리 학교 조리원이 쟁의 행위 내용을 학교 측에 전달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쟁의행위 통보 내용도 순번을 넣어 정리해 알렸다.
①교직원 배식대 거부, ②냉면기 사용 거부(월 2회까지만 허용), ③반찬수는 김치 포함 3찬까지 허용(그 이상은 거부), ④뼈나 사골, 덩어리 고기 삶는 행위 거부, ⑤복잡한 수제 데코레이션 거부, ⑥튀김이나 부침기를 이용한 메뉴(전, 구이) 주 2회 초과 거부이며, 이는 중식과 석식을 모두 포함하여 적용됩니다.
둔산여자고등학교 급식 조리사들의 파업은 급기야 학부모들의 반대 투쟁을 불렀다. 실제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7일부터 매일 아침 피켓을 들고 "아이들 볼모로 하는 쟁의행위 철회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 불편한 사람은 급식을 먹어야 할 학생들이다. 11일 둔산여고 제30대 학생회는 전날부터 급식실과 교내 주요 출입문 등에 붙인 '중식 운영 변경 및 석식 중단에 대한 둔산여고 학생회 의견'을 통해 "급식 조리사님들의 처우 개선 등 권리 찾기를 위한 준법투쟁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투쟁 제시 조건에 따라 학생들의 급식 질 저하, 석식 운영 중단 등 건강하고 안정적인 급식 제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는 '볼모'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질 경우 조리사들의 준법투쟁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의 급식을 볼모로'라는 말은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대립이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 공방으로 비칠 수 있다. 더욱이 대립 관계의 한 당사자는 갈등 구조에서 잠시 발을 뺄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타협되지 않는 갈등에서 남는 건 불편을 감내해야 할 사람들 뿐이다.
파업을 해서라도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고용주체와 싸우는 불편함을 선택한 조리원들, 직접적인 불편을 겪고 있을 학생들, 자녀들의 건강권이 위해 거리로 나서는 불편함을 감수한 학부모들.
파업한 조리원들은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도 아닌 대전시교육청과 싸우는 중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 학교들은 학교마다 조리원을 두고 급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직영 급식'을 하고 있다. 2006년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이 위탁 급식을 맡은 학교들에서 집단 식중독 증세가 나타난 후 학교급식법이 개정돼 2010년부터 직영 급식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채용하는 조리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사실상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 정년 전에 퇴사하는 사람이 많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작년 조기 퇴사율은 60.4%에 달한다.
앞서 급식 조리원 처우 개선을 주장해 온 학비노조 대전지부는 대전시교육청과 벌여온 직종 교섭이 최종 결렬되자 지난 2월 14일부로 쟁의행위를 통보한 상태다. 대전시교육청 측은 조리원들의 요구가 과하고, 학생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내 민주주의는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불편을 덜어줘야 할 정치가 안 보이는 현실이다.
학부모들이 불모라는 단어를 쓰면서 직접 피켓을 들고, 학생들이 직접 대자보를 붙이는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조리원들? 가정통신문을 열심히 공지하고 있는 학교장? 불편에서 발을 뺀 듯한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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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학교 급식 중단 논란...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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