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을 향해서 간다. (chatGPT에게 명령어를 주고 그린 그림)
chatGPT
아파트와 공동주택이라는 주거문화는 죽음을 우리로부터 소외시켰다. 요즘은 자기가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쉽지 않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망신고 절차가 복잡한 까닭에 병원에서 주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죽음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장례 절차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하여 죽음을 외면하고 부정하며, 불쾌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불쾌한 것이므로 죽음에 대해 침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죽음은 말할 수 없던 것들을 말하게 하고, 마침내 침묵 속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진실의 시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사자에게 죽음을 '알리지 않는 것'을 배려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은 비인간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환자를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무기력하게 연명하게 하기 보다는 진정으로 살도록 도움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 62p
<죽음과 죽어감>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침묵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기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삶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화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윤리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
함께 있는 법을 배우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함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로하거나 돕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는 것이, 진단이나 격려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된다. 환자의 감정에 억지로 반응하거나, 희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태도, 바로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함께하는 자의 윤리다.
이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 역시도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이다. 이때 죽음은 우리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죽음과 삶'이라는 상호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천안함 사건(2010), 세월호 참사(2014), 이태원 참사(2022),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2023) 등을 통해 공적 죽음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애도에 서툴다. 죽음에 대한 성찰도 부족했지만, 무엇보다 진실 규명과 책임이 회피된 채로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이들이 죽음을 정치화하거나 덮으려 할 때, 사회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빠지게 된다.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애도의 과정이 생략되면, 그 죽음은 기억되지도, 위로되지도 못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죽음을 통과하지 못하고, 상처만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보다
<죽음과 죽어감>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죽음을 외면하는 사회를 향한 경고이자, 죽음을 통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초대장이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죽음을 '삶의 가장 정직한 거울'로 제시하며, 그 거울 앞에 선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뿐이다. 이 책은 병리학이 아니라 인간학이고, 심리학이지만 동시에 문학적인 울림을 지닌다. 그 어떤 분석보다도, 말기 환자들이 들려주는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진실을 말한다.
초고령화 시대, 삶의 의미를 묻지 않으면 의미 없는 연명의 삶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의 완성이다. 죽음을 공부하면, 삶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고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죽음과 죽어감 - 죽어가는 사람이 의사, 간호사, 성직자 그리고 가족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은이), 이진 (옮긴이),
청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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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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