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첫 작품 연필꽂이는 하나 더 만들어 쌍둥이 손자에게 하나씩 선물한답니다.
유영숙
첫날엔 나무로 연필꽂이를 만들어 집에 가져왔는데, 처음인데도 솜씨가 좋았다. 첫 작품인데 아내인 내가 봐도 잘 만들었다. 남편은 하나 더 만들어서 쌍둥이 손자 선물로 하나씩 주겠다며 즐거워한다.
목공방 다녀온 날, 몸살 나 약 먹으면서도
두 번째 목공 수업에 가는 날, 남편은 두 번째 작품으로 며느리들에게 나무 도마를 만들어 주겠다며 신나서 출발했다. 요즘도 목공 학원에 단체로 와서 연수받는 분이 많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교사 연수로 도마를 만들어보았는데 그땐 편백나무 도마를 만들었다. 그때 만든 도마를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요즘 도마는 호주산 캄포 나무로 만드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 캄포 나무는 우리가 많이 아는 편백나무보다 배로 비싼데, 나이테가 있어 무늬가 예쁘다.
해서 요즘 캄포 도마가 인기가 좋고, 친환경 원목 도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걸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나 또한 홈쇼핑에서도 이 도마를 파는 걸 봤다. 실제로 캄포(campho) 성분이 항균효과가 높기에 항균성이 중요한 도마 재료로서 아주 제격이라고 한다(개인적으로는, 도마 자체로 예뻐서 요리할 때 플레이팅 도마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연수로 도마를 만들 때는 강사가 미리 모양대로 만들어온 도마를 사포질 하고 오일로 마감하면 완성하는 정도여서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목공방에 다녀온 남편이 집에 파김치가 되어왔다. 몸살이 난 거 같다며 진통제가 있으면 달라고 했다.

▲목공방에서 도마 만드는 남편 만드는 과정 중 진동 샌딩 작업이 가장 어려웠단다.
유영숙
남편은 두 며느리에게 좋은 도마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나무를 직접 기계로 자르고, 전동 샌딩 머신과 톱 머신 등을 사용하여 제대로 작업을 하였단다. 이 과정에서 샌딩머신으로 도마를 매끄럽게 하는 도마 샌딩(sanding, 사포 등을 써서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처음 해 보는 목공이라 그런지 작업 중 샌딩 작업이 가장 힘들었어. 전동 샌딩 머신 사용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고. 안 쓰던 근육을 썼더니 몸살이 난 것 같아. 혹시 집에 진통제 있으면 줘."
목공방에 다녀온 남편은 결국 며칠을 온몸이 아파서 고생했다. 그래도 몸은 아프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남편이 도마 만드는 사진 몇 장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며느리들이 아버지 멋있다며, 고맙다고 말한다. 남편은 '근육통에 몸 아팠던 게 달아나는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물론 남편 몸살 난 것은 아이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며느리 칭찬에 춤추는 남편... 선물할 생각에 신이 났다
일주일 후에 목공방에 간 남편이 나무 도마 두 개를 자랑스럽게 들고 왔다. 만든 캄포 도마가 어찌나 매끄럽게 잘 만들어졌는지, 그 자체로 멋진 예술 작품 같았다. 예뻐서 어떻게 쓸까 며느리들이 고민이 될 것 같다.
사진을 찍어 가족톡방에 올렸더니, 도마를 가지러 즉각 집에 온다고 했다. 아들들도 잘 만들었다며 "아버지, 최고!"라며 '엄지 척'을 하였다. 며느리들과 자녀들 칭찬에 남편은 도마 만든 보람이 있다며 좋아했다.

▲남편이 만들어온 캄포도마 나무 무늬가 예뻐서 플레이팅 도마로 사용하면 좋겠다.
유영숙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시아버지도 춤추게 한다. 오는 5월 초 연휴에 아들 며느리가 오기로 했다. 5월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어서 다같이 모여서 식사하기로 했다.
손자에게는 연필꽂이를, 며느리에게는 캄포 도마를 선물할 생각에 남편은 요즘 신이 났다. 아들 며느리가 도마에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 하여 맛있게 먹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을 만들까 고민이 된다며 목공 수업 날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이번에는 나를 위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은퇴한 남편이 다양한 취미생활로 요즘 슬기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힘들게 일했으니 하고 싶은 일 하며 은퇴 생활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슬기로운 은퇴 생활을 하려면 건강이 중요하고, 경제 생활도 중요하다. 고정 지출 외에 병원비 등 예상하지 않았던 지출이 생기지 않도록 건강에도 신경 쓰며 요즘 잘살고 있다.
목공은 손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마음 건강 챙기는 데에도 좋은 것 같다. 남편이 하는 걸 지켜보니 작품을 만드는 동안 거기 집중하기에 집중력도 생기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 등 자신감도 자연스레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조미료 같은 역할이 돼주고 있다.
은퇴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남편은 이 목공 수업으로 몸 건강, 마음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직업 외 취미가 필요한 다른 분들에게도, 관심이 있다면 목공이든 뭐든 취미생활을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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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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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도마 만들다 몸살 난 시아버지, 그래도 허허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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