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많은 고양이 야채가게의 새침한 고양이
정슬기
게다가 단골 야채가게에는 새침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시끌벅쩍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드나들어도 한량처럼 누워 있는 그 고양이는 아이가 손만 뻗을라 치면 쏜살같이 도망치곤 했다. 야채가게 아저씨는 고양이를 만지고 싶어 애가 닳는 아이를 위해 고양이를 번쩍 안고 기다려주었다. 아마 아이도 나처럼 어른이 되면 그 고양이를 떠올리며 유년 시절을 추억하지 않을까?
둘째 아이가 네살즈음의 일이다, 시장의 모든 게 신기했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걷다 생선 가게 앞에 멈춰섰다. 빨간 고무대야에서 뻐끔거리던 조개 더미가 시선을 끈 것이다. 그 사이 주인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아가, 굴 한번 먹어볼래?"
당시 아이는 굴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시장은 나뿐아니라 아이에게도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건지 당연히 거부할 줄 알았던 아이는 의외로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아주머니는 흡족한 표정으로 생굴을 하나 집어들어 굴이 담겨 있던 물에 쓱 한 번 씻고는 아이의 입 속에 넣어주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눈이 휘둥그래진 내게 아주머니는 말씀하셨다.
"소금 들어간 깨끗한 물이니까 걱정말아요."
태어나 생굴을 처음 맛본 아이는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맛있냐고 물으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기하게 그 이후로는 생굴을 먹은 적이 없다. 이날은 시장의 마법이 통한 건가 싶다.
재래시장엔 규격화된 법칙과 한계가 없다. 이곳엔 덤도 있고 공짜도 있고 창을 통해 바라보기만 하는 대신 직접 만질 수 있는 고양이도 있다. 그야말로 주인 마음 대로다. 시장 가격은 나름의 기준이 있을 거고 나는 몰라도 그들끼리는 통하는 룰이 있을 거라 짐작해도 시장의 메리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멋대로 인듯 하지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자유롭게 돌아가는 시장의 분위기는 내게 묘한 해방감을 준다. 파는 사람의 온기와 이야기가 살아 숨쉬기도 한다. 딸아이가 먹었던 생굴처럼 말이다.
집앞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휴대폰 버튼 몇 번이면 집앞까지 배송이 되어도 자꾸 시장을 찾는 건 이런 이유 때문 아닐런지. 그러니 우리 집 근처에 시장이 있다는 건 내게 축복이다.
벚꽃비를 맞으며 집에 돌아오는 길, 내 옆에는 함께 봄꽃을 즐길 딸아이가 있고 내 손에는 가래떡과 떡볶이, 양파와 숯불김이 들려 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시장가는 길 벚꽃비가 내린 곳에서
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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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대형마트 있어도 재래시장 못 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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