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4.19 17:25수정 2025.04.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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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는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싸움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삶의 어떤 시기에 회피할 수 없는 싸움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을 만나거나 보게 되는 것이 꼭 즐거운 경험일 수는 없다.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으며 때로는 승산 없는 싸움을 불사하는 분들과 이웃 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 주인공들이 노후를 즐기며 여유로운 삶을 보내야 할 분들이라면 더구나.
경기도 남양주시 내방 3리에서 바로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다. 골프장 건설 저지 운동에 나선 분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길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골프장 보다 삶이 먼저라는 것.
삶의 시작과 균열되는 삶
삶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그것은 터전으로 부터 비롯된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정착한 고장의 온전함을 지키려는 노력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게 애써 노력할 만큼 수동면 내방리 일대는 훼손되지 않은 생태와 공동체를 가진 마을이었다.
수질보전대책 2권역이자, 보전관리지역 등으로 보호 받고 있던 내방리 지역은 그대로 먹어될 만큼 청정한 물과 반딧불이, 수달 등 법정 보호종이나 생태 지표를 보여주는 생명체들이 사람과 어우러진 살아가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골프장 건설 예정지 수동면 내방3리 골프장 예정지 모습
박철순
어느날 갑자기 주민들의 일상 한복판에 등장한 골프장은, 깨끗한 바람과 물이 흐르는 삶의 온전함을 다양한 층위에서 무너트렸다.
우선, 공포가 등장했다. 주거지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예고된 대규모 개발사업은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극심한 소음공해와 비산먼지, 빛 공해 등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마을이 분열했다. 거리에서 교회에서 장터에서 골프장 건설을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어색한 만남이 이어졌다.
행정당국이나 지역 정치인들의 무관심 혹은 소극적 태도는 덤이었다. 행정당국은 주민들의 생명과 삶터가 걸린 공청회 진행을 업체측에 위임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지 않았다
터전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마을 공동체의 균열 속에서도 주민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생태위기, 기후위기에 대한 복잡한 이론과 공감 이전에 사랑하며 살아가는 공간을 위험에 처하도록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사는 공간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이 가능 했다. 거기에는 반딧불이가 살고 고로쇠가 자라며 이름모를 새와 풀잎이 어우러진 환경이 있다. 어울려 사는 것, 그것이야 말로 온전한 삶이 아닐까.
2021년 부터 본격화된 주민들의 저항은 이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각종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고 서명운동과 공청회를 통해 부실한 전략영향평가에 대해 강력한 이의 제기가 이어졌다. 행정 당국의 침묵과 쉽게 끝나지 않는 싸움으로 지쳐버린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고령의 주민들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아직 이기지 못했지만, 지지도 않은 것이다. 계속 버티겠다고 결심한 동안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그 한순간 한순간이 후손들과 생태적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물려 받을 유산이 될 것이다.
이익에 대한 기대는 희망일 뿐이고 위험은 확실하다

▲골프장 건설 예정지 수동면 내방3리 골프장 건설 예정지 모습
박철순
돈은 중요하다. 지역개발도 가질 수 있는 꿈이다. 그러나 돈과 지역발전은 지속가능하고 생태적 가치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골프장 고용 인원의 상당수를 캐디는 보통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골프장을 운영하고 실질적인 고소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현지 주민들이 아니라 투자 업체의 직원들인 경우가 많다.
그뿐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과장되어 있거나 치밀한 전략적 판단과 투자가 동반돼야 가능한 꿈이다. 평균적인 골프장 체류시간이 5시간 정도라는 통계에 비춰 보면 골퍼들의 소비가 담장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허망할 수 있다.
골프장 개발의 위험과 고통은 확실하다. 10만주에 가까운 나무들이 쓰러질 것이고 교통난과 건설 및 골프장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지하수 고갈, 농약 사용 문제 등은 분명하고 현재적인 위험이다.
반면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는 그저 희망일 뿐이다. 그 이익이 평등하게 분배될 것인지, 지속 가능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이 흔히 비난하는 '전문 시위꾼'도 아닌 주민들은 이 상식 앞에서 선택해야 했다. 길고 고된 싸움을 통해서라도 삶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독이든 성배일지도 모르는 골프장이라는 장미빛 허상을 받아 들일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2023년 1차 환경영향평가가 제출된 후 지금까지 주민들은 계속 싸우고 있다. 조만간 환경 영향평가 최종안이 제출될 것이고, 다시한번 폭풍이 몰려올 것이다. 이미 나이들고 지친 주민들의 삶은 또다시 거세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는 단 한명의 삶, 그 삶의 온전함을 존중하는 사회일까? 우리들의 어떤 욕망을 상징하던 소위 '용와대'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과 그 참모진은 새로운 장소에서 더 나은 나라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용와대가 무너진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과연 그 나라가 새로운 나라인 것일까?
진보당 남양주지역위원회, 정의당 경기도당, 녹색당 경기도당은 힘을 합쳐 주민들의 싸움을 응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싸움은 작게는 반딧불이와 수달과 고로쇠를 지키는 싸움이고 크게는 주민들의 온전한 삶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과는 다른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 한 걸음을 응원하기 위해 진보 3당은 다음과 같은 공동 입장을 발표한다.
하늘과 바람과 대지는 모두의 것이다.
생태 정의를 훼손하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
모든 개발 사업은 생태 정의를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 치밀한 계획과 전략 없이 추진하는 개발 사업은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장기적 지역 발전 가능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하늘과 바람과 대지는 자유롭다. 이 자유로운 생태 환경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조상들의 유산이자, 후손들을 위한 삶의 터전을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타산에 맡길 수는 없다.
한국 골프장 경영협회가 발표한 2023년 골프장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그 전년도 보다 이용객이 5.7% 감소했으며 2024년에도 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쟁 심화, 경기 불황 및 여가 생활의 흐름 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골프 산업계마저 적절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이 경제 이익에 대한 기대는 희망일 뿐이며, 위험은 즉각적이며 현실적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건설 예정지의 생태적 위기와 수년간 시위를 지속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남양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음 정당들은 생태 가치를 지키며,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 편에 서서, 남양주시 당국과 시의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기로 하였다.
1. 주광덕 남양주시장과 남양주 시의회는 확실치 않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를 떠나 생태 정의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2. 지역 개발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주민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골프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제반 절차는 헌법 가치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진보당 남양주시 지역위원회
녹색당 경기도당
정의당 경기도당

▲남양주시청 집회 수동면 내방3리 주민들의 정기 시청앞 시위 장면
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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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소식이 들렸고, 주민들은 싸웠다... 아직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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