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체험 프로그램 ‘나만의 해미읍성실록’
김선영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성벽을 더듬었다. 성돌 곳곳에 새겨진 '연산', '충주', '부여' 같은 지명을 하나하나 찾아내며, 작은 노트에 조심스레 적어 내려갔다. 마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어린 학자들처럼.
'각자성석(刻字城石)'은 해미읍성 축조 당시, 각 고을에서 파견된 인부들이 자신들의 책임 구간을 돌에 새긴 흔적이다. 공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지역 간 연대와 협력의 역사를 말없이 증언하는 유산이다.
진남문을 지나 성벽 동쪽으로 향하면, 대부분의 각자성석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의 풍화는 무정하다. 이미 많은 글자들이 닳고 희미해져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성돌도 적지 않다.
아이들의 손끝이 그 글자 위를 스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무덤덤한 것은 아닐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하여.
600여 년 전,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견고히 쌓아올린 성벽은 오늘날 벚꽃이 흩날리는 명소가 되었고, 성돌에 남겨진 이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희미해져 간다.
이날 프로그램을 주관한 정승원 문화유산허브해미읍성 대표는 "호기심 많은 어린 학생들이 돌담을 직접 만지고, 성곽을 따라 걸으며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니 매우 흐뭇했다"라며, "이번 프로그램은 국가유산청이 주관하는 생생 국가유산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진행된 것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체험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라 밝혔다.

▲ 나만의 역사책 해미읍성실록 중.
문화유산허브해미읍성
해마다 열리는 '나만의 해미읍성실록' 프로그램은 연 10회 운영되며, 사전 신청을 통해 단체 참가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포토그래피 - 호야나무를 담다' 프로그램도 연 5회 정도 열려,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미읍성과의 만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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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글자, 사라지는 기억… 600년 성곽과 아이들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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