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길에서 만난 청보리밭의 나비
녹색연합
올해 녹색순례의 하루는 저녁 식사로 마무리된다. 아침과 같이 동그랗게 모여 몸을 푸는 스트레칭을 하고, 한데 모았던 침낭과 짐을 하룻밤의 숙소에 들이고, 순례 자료집과 도시락, 우비 등을 챙겨 종일 메고 다닌 가방을 내려놓는다. 먼저 씻은 뒤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숨을 돌리고 느지막이 씻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자연스럽게 정해진 차례대로 하나둘 수건을 걸친다. 그사이 저녁 식사를 담당하는 모둠은 시간에 맞춰 요리를 준비한다.
순례를 시작할 때 모두 일주일 동안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반찬을 한두 종류씩 준비해 왔다. 여기에 더해 그날그날 저녁마다 지원팀의 도움을 받아 다 함께 먹을 국을 끓인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4모둠이 만드는 파개장이었다. 모두가 채식주의자이지 않고,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만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일주일 정도 공용 음식을 비건으로 준비해 먹는 일에는 무리가 없다.
오전에, 잠시 바다가 보이지 않던 길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며 기고자는 평소에 찾지도 않는 라면을 꼽았다. 액젓을 사용하지 않은 파개장은 라면에 대한 헛된 그리움을 즉시 해소하는 맛이었다. 파개장을 요리한 사람 중 한 명은 기고자의 침낭 이웃으로, 기고자의 옆의 앞에서, 설거지가 '그릇을 아끼는 느낌'이라서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 그릇을 씻을 때 손으로 오는 감각이 '그릇을 아끼는 느낌'을 준다. 이때까지 계속 써 온 쓴 그릇을 오늘 또 썼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렇듯 존재를 소중히 여겨 아끼는 것이 녹색이며,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기고자에게 순례가 가지는 의미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는 매체가 썩 많다. 인터넷에 검색하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구태여 시간이 흐른 장소나마 찾는 것은 그곳에서 몸에 익는 감각이 있는 때문이라고 기고자는 생각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도, 산을 깎아 바다를 매립한다는 개발 계획을 이해하려면 황당하다. 그런데 현장에 찾아가 그 산과 바다를 눈으로 볼 때의 충격은 또 한참 다르다. 나라는 인간과 자연이 어떠한 관계인지 몸으로 감각할 때 확대되는 세계가 있다. 눈앞의 이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더 잘 알 수 있다. 이곳에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무참한 사건이. 그렇게 존재를 중히 대하는 마음으로, 녹색으로 순례하며, 역사를 돌아보고 몸으로 기억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을 내다보는 중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