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 27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강복식을 위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바티칸뉴스 화면 갈무리
마지막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었던 2020년 3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홀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를 하는 모습이다. 우르비 에트 오르비는 교황의 공식적인 축복(강복)과 강론을 의미하는데 전통적으로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 한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특별히 강복식을 했다.
시간은 금요일 저녁이었고 바티칸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진은 교황이 강복식을 집전하기 위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단상으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자가격리 조처로 강복식에는 아무도 참석할 수 없었다. 황량하기까지 한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를 위해 홀로 기도하고 용기를 잃지 말라는 격려의 강론을 했다.
▲ 2020년 3월 2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복식 ⓒ 바티칸뉴스
이 3장의 사진은 하나로 연결된다. 많은 인간이 고통 받고 있을 때 종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몸소 보여주었다. 12년 간의 짧은 재위 기간이었지만 가톨릭 교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이 시대의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엘리 위젤은 종교를 이렇게 정의했다. "종교는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다른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진정으로 종교는 인간과 다른 인간의 관계 속에 존재할 때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의미를 행동으로 입증했다.
신약성서 <디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편지>는 사도 바오로가 로마에서 체포되어 감금된 상태에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바오로는 지하감옥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상태였고 곧 죽음이 닥칠 것을 예감한 가운데 이 편지를 썼다고 한다. 편지에는 자신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며 담대하게 죽음을 맞이하겠노라 결의를 밝히는 대목이 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4:7~8)
지난 며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위독한 상태였다. 신자들 앞에 나타날 상황이 아니었는데 부활주일 미사에 깜짝 등장했다. 교황이 항상 영적 전투 중에 장렬히 전사하고 싶어했다며 부활주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이었다고 측근들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주일 저녁에 선종했다. 사도 바오로의 기도로 삶의 마침표를 찍고 신의 품으로 돌아갔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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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종교사회학과 국제정치학을, 인도네시아에서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한국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심사는 동남아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여론형성을 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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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연속...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3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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