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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의 영광, 서윤복 마라톤 선수를 기리며

서울 한복판에 열린 '마포 서윤복 마라톤 대회' 참가기... 2회가 기대됩니다

등록 2025.04.23 13:47수정 2025.04.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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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복마라톤대회 서윤복마라톤대회
▲서윤복마라톤대회 서윤복마라톤대회 본인
매년 4월, 전 세계 마라토너들을 설레게 만드는 큰 대회가 열린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 세계 7대 메이저 마라톤이자 각 연령별 일정 수준 기록을 달성해야만 참가권이 주어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마라토너들이 꿈꾸는 최고 대회 중 하나이다. 마라톤에서는 이런 말도 있다. "마라토너는 둘로 나뉜다. 보스턴을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보스턴 마라톤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했던 선수가 우리나라에 있다. 고 서윤복 선수이다.

2023년 가을,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영화 <1947 보스톤>이 개봉했었다. 임시완 배우가 맡았던 주인공이 서윤복 선수이다.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겸 선수)와 우여곡절 끝에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고 결국 2시간 25분 39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전체 내용은 역사 사실 그대로이다.


보스턴 마라톤은 매년 9월에 참가 신청을 받고 다음 해 4월 셋째 월요일인 '애국자의 날'에 대회가 열린다. 영화 개봉 당시 나 또한 다음 연도 보스턴 마라톤 신청 후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 확정 이메일을 기다리던 시기였던 덕분에 더욱 뚜렷하게 영화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지구 반대편 미국 동부 학구적인 도시에서 마라톤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주말 4월 19일, 서울 상암 평화의 공원에서 제1회 '서윤복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손기정 마라톤 대회는 서울(2005년 첫 개최), 남승룡 마라톤 대회는 순천(2001년 첫 개최)에서 매년 11월 개최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서윤복 선수를 기념하는 대회가 시작되어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주역들의 대회가 모두 완성되었다.

대회 정식 명칭은 '마포 서윤복 마라톤 대회'이다. 마포구는 서윤복 선수의 모교인 숭문고등학교(졸업 당시 경성상업실천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고, 또한 서 선수는 1961년 서울운동장장으로 부임하며 지도자 감독-코치 생활에서 은퇴하기까지 숭문 육상부를 이끌기도 하였다.

숭문고에는 백범 김구 선생께서 "서윤복이 조선을 하나로 만들었다"라며 글씨를 써준 족패천하(발로 세상을 제패하다) 기념탑이 있다. 마포구청에서는 지난 2024년 10월 이대역에서 대흥역에 이르는 1.2km 숭문고 앞 길을 '서윤복길'로 지정하며 이대역 소광장의 이름을 '서윤복쉼터'로 바꾸고 명판을 세웠다.

이번 대회장 곳곳에서 서윤복 선수가 졸업한 숭문고 동문회의 손길과 애쓴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행사 부스가 마련되어 서윤복 선수와 보스턴 마라톤 우승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였다. 대부분 다른 마라톤 대회에서는 고막이 따가울 정도의 큰 소리로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반면 이번 대회는 동문회 브라스밴드가 직접 악기 연주하는 경쾌한 음악이 나오니 몸도 마음도 신나고 들썩거렸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인 홉킨턴(매사추세츠 주, Hopkinton)에서 출발하여 크고 작은 언덕길의 42km를 지나 다운타운 보일스톤(Boylston) 거리로 진입하는 보스턴 마라톤 코스처럼 상암 서윤복 마라톤 대회 코스 또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어 제대로 속도를 내기 쉽지 않았다. 앞서 출발한 하프 종목의 후미 그룹 주자들에게 막혀 구간마다 지체되는 병목 현상도 있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37km 지점에서 '하트브레이크'라는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름 그대로 심장이 터질 듯 뛰어야 하는 구간이다. 상암 코스는 비록 그 정도는 아니지만 노을공원 진입로 입구 등 곳곳에 나타나는 경사로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록을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대회였고, 나 자신 또한 10km 개인 기록에 못 미치는 38분으로 달렸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러너들과 통제된 도로에서 달리며 주말 아침을 시작하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세계 7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 중에서도 보스턴 마라톤을 최고 중 최고로 꼽는 이유는 오랜 역사와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보스턴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 덕분이다. 마치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나를 직접 알고 지낸 사람처럼 눈을 마주치고 목청이 걱정될 정도로 소리 지르며 응원한다.

서윤복마라톤 서윤복마라톤
▲서윤복마라톤 서윤복마라톤 본인

완주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보스턴처럼 서윤복 선수를 기리는 대회에 참가하여 우리나라 마라톤 역사와 그 의미를 되새기며 달리는 것만으로 '이 정도면 나도 제법 진지한 마라토너'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듬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저조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치고 짧은 선수 생활 후 1949년 은퇴하여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서윤복 선수는 선수로서는 '비운의 마라토너'였다. 하지만 해방 후 세계에 코리아를 처음 널리 알렸던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이다.

2017년 별세하여 현충원에 안장되었고 문화재청은 보스턴 마라톤 우승 메달을 2021년 문화재로 등록하였다. 마라톤 대회를 진정 즐기는 러너라면 서윤복 선수가 우승하며 달렸던 보스턴 마라톤에 도전하거나 서윤복 선수를 기념하는 국내 대회에 참가하여 1947년의 영광을 자기 나름대로 재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년 제2회 대회가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러닝 #마라톤 #서윤복 #보스턴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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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들의 아빠이자 아내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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