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고성의 정문, 남문 다리고성 남문 주위로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 밀집해 있다.
운민
중국 서남부, 꽤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느긋한 분위기, 좋은 기후, 아름다운 자연을 두루 갖췄기에 서양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재는 쿤밍에서 고속철도로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으며 인프라도 상전벽해 급 수준으로 좋아졌다.
귀의 모양을 닮아서 얼하이(耳海)라 불리는 서울 절반크기의 호수변을 따라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남쪽은 하관이라 불리는 신시가지, 30분쯤 차를 타고 올라가면 고성과 전통가옥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다리고성이 등장한다. 남문 주위에 숙소를 잡고 고성과 주변 동네를 둘러보거나 호수와 자연을 즐기는 것이 다리여행의 주 테마다.
남조시대, 이곳을 도읍으로 정한 이래 줄곧 백족의 중심지였다. 그 흔적들은 고성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있다. 앞은 바다와 같은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뒤로는 저 멀리 히말라야에서부터 명맥을 이어온 4천 미터의 창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다리 도시 자체도 해발 1,900미터 이 고원지대라 남쪽의 뜨거운 열기도 이곳에서 한풀 꺾인다. 별천지가 있다면 바로 다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다리 여행의 출발은 바로 다리고성의 남문에서 시작된다.

▲홍룡정거리 다리고성 곳곳에서 전통복장을 입고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운민
고성의 정문인 남문은 호객하는 택시기사와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주요 거점이다. 이 문을 경계로 하여 안쪽으로 대리국의 옛 자태를 살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힘을 내어 문으로 오르다 보면 우리네 기와와 비슷하면서 다른 집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뻗어 있고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 펼쳐진 호수와 눈이 듬성듬성 쌓여있는 창산의 전경까지.
이 먼 곳까지 달려온 보람을 충분히 가져다주는 풍경이었다.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있는 운남성 답게 이 고장의 명물은 장미로 만든 차(茶)와 꽃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시식을 권하는 상인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하루 한 끼 정도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거리

▲다리고성의 전경 수많은 기와지붕이 늘어서 있는 다리고성의 전경
운민
백족은 한족과 구별되는 특징이 다분한데 건축양식이 그렇다. 흰색을 선호해 건물들이 대부분 흰색이나 회색의 외형을 띠고 있다. 삼방일조(三坊一照)라 불리는 형태로 세 개의 건물이 ㅁ자형태로 배치되어 있는데 한쪽은 조광벽이라 불리는 담장이 막혀있으며 이 벽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벽면이나 대문, 처마 밑에 화려한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 그들의 집들을 살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다리고성은 여타 수많은 중국의 관광지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워낙 공간이 넓어 조금만 골목길로 들어가면 꽤나 한적하다. 80년대 서구의 수많은 히피들은 인도, 동남아를 거쳐 이곳까지 그 흔적을 남겼는데 양인제라 불리고 있는 거리가 바로 그곳이다. 남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부흥로를 중심으로 특징 있는 길거리가 사방에 뻗어있다.
거대한 용이 조각되어 있는 우물인 홍룡정 거리는 물을 테마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노을이 질 때쯤 아름답고,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인민로는 카페마다 전통 기와집의 지붕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꾸며놓아 '인플루언서'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다리 천주교회당 다리 천주교회당은 동양과 서양식의 건축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운민
북문지역은 아직까지 관광객의 때가 덜 탄곳이라 현지인들이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여기도 강화도의 성공회 성당처럼 서양식 건축과 현지식이 절묘하게 어울린 성당건축을 마주하게 되는데 인민로에서 골목을 돌아나가면 보이는 천주교회당이 바로 그곳이다.
1927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지어졌고 고딕과 백족의 건축양식을 전부 차용했다. 흰색 벽면과 회색 기와, 그리고 전통적인 중국식 처마 곡선이 어우러진 외관도 독특했지만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성상들은 영락없는 교회였다. 현지인들이 잘 찾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명상을 즐길 수 있었다.
하루, 이틀 단기로 머물기보다 조용히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 푸른 하늘 같은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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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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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4배 면적, 인구 4700만에 달하는 중국의 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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