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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4.27 17:21수정 2025.04.27 17:2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삼 남매 중 장녀다. 아래로 두 살 터울로 남동생 둘이 있다. 나는 60대 중반인데 내 나이 또래는 형제가 많은데 우리 부모님은 아이를 적게 낳으셨다. 여자 자매가 그리워서, 늘 부모님이 딸 하나만 더 낳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시니 남동생들과 거의 만나지 못한다. 부모님 기일에나 만나게 된다. 주변에서 보면 여자 자매들이 많은 집은 늘 만나 여행도 가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남동생의 덕을 보는 일이 있었다.

▲남동생이 가꾸는 명이나물밭 동생이 명이나물 밭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강원도 청정구역에서 자란 명이나물이라 깨끗하다.
유영숙
큰 남동생은 은퇴 후 강원도 산골에 내려가서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산다.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농사짓는 것이 서툴러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과일나무를 심어 과일도 따 먹고, 직접 가꾼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을에는 재배한 배추와 고추로 김장도 한다.

▲작년 8월에 동생이 보내준 강원도 찰옥수수 삶아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찜기에 살짝 쪄서 먹는다.
유영숙
남동생은 시골살이 10년 만에 농사꾼이 다 되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매년 여름에는 누나가 좋아한다고 강원도 찰옥수수를 보내주어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고 싶을 때 꺼내 먹는다. 강원도 찰옥수수 맛있는 것은 다 알기에 집에 손님이 올 때 내어놓으면 인기가 좋다.
고기와 찰떡궁합인 명이나물
자주 연락하지 않는 남동생에게서 며칠 전에 전화가 왔다.
"누나, 명이나물 심어 놓은 것이 잘 자랐길래 조금 보냈어. 삼겹살 먹을 때 쌈 싸 먹고 남으면 장아찌 담가서 먹어."
"혹시 장아찌 간장 비율 알면 알려줘. 명이 장아찌는 한 번도 담가보지 않아서……"
"알았어. 내가 여러 번 담가 보고 알게 된 황금 비율 톡으로 보내줄게."

▲명이 장아찌 황금레시피 동생이 여러 번 담가보고 얻은 장아찌 담그기 황금 레시피다.
유영숙
동생이 명이나물과 함께 보너스로 장아찌 담그는 간장 황금 비율까지 보내주었다. 명이 장아찌는 음식점에서 먹어 보았으나 직접 담가 본 적은 없는데, 동생이 보내준 황금 비율 레시피가 있어서 장아찌 담그기는 걱정이 없어졌다.
봄에는 머위, 곰취, 마늘종, 두릅, 엄나무 순 등 봄나물이 많아서 장아찌 담그기 좋은 계절이다. 동생이 보내준 장아찌 간장 레시피가 있으니 이번에 명이나물 장아찌를 담가보고 맛있으면 몇 가지 장아찌를 더 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보내준 명이나물 한 상자 가득 꾹꾹 눌러 많이도 보내주었다.
유영숙
강원도 산골에서 전날 우체국 택배로 보낸 명이나물이 하루 만에 도착했다. 참 좋은 나라다. 요즘 앉아서 필요한 것을 주문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보내면,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택배 시스템이 참 감사하다.
명이나물은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유명해진 나물이다. 나도 울릉도에 여행 갔을 때 처음 먹어 보고 알았다. 눈이 오는데 초록색 잎이 보여 명을 이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명이나물이라고 한다.
명이나물은 봄철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강한 식재료이다.
아시다시피, 고기 먹을 때 함께 먹으면 고기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소화를 돕기 때문에 찰떡궁합이다. 그 상큼한 맛도 '환상 궁합'이라, 고기 먹을 때 이게 빠지면 서운할 정도다. 명이나물은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가 들어있어서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강화에도 좋고, 알리신 성분은 혈액순환 개선과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좋다고 한다.
이 외에도 명이나물 효능은 많은데 다만 주의할 사항도 있다. 어느 음식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특히 장아찌 형태로 먹을 때는 나트륨 과다 섭취에 주의하고, 위장 질환이 있는 분은 체질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생의 '황금 비율' 비법으로 담근 명이나물 장아찌
동생이 명이나물을 상자 가득, 많이도 보냈다. 동생이 사는 곳 자체가 산 좋고 공기 좋은 곳인데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었다 한다. 새삼 생각하니 정말 귀한 것이다.
강원도 청정 자연이 키운 명이나물은 어찌나 깨끗한지 물에 씻어도 물이 깨끗했다. 도착한 명이나물을 씻어 고기와 쌈 싸 먹을 것을 조금 남기고 장아찌를 담갔다.
씻어 놓은 명이나물을 바구니에 담아 물기가 빠지는 동안 장아찌 담글 간장을 만들었다. 명이나물 양이 제법 많아서 동생이 보내준 황금 레시피를 참고하여 장아찌 간장을 만들었다. 처음 담가보는 명이나물 장아찌라서 간장 양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장아찌 간장 황금 비율
*간장 3컵, 물 3컵, 식초 한 컵 반, 설탕 2컵 그리고 매실 1컵을 잘 섞어 설탕이 잘 녹도록 저어 주었다. 간장을 끓이지 않고 명이나물에 부어 주었다(이 비율은 다른 장아찌 만들 때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명이나물 장아찌 간장 용량대로 양념 재료를 섞어서 장아찌 간장을 만들었다.
유영숙
주부들은 소위 '눈대중'이란 게 있다. 요리를 오래 하다 보니 이 정도 양에 이 정도 간장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보내준 황금 비율을 3배로 계산해서 간장을 만들었다. 눈짐작으로 대략 재서 장아찌 간장을 만들었는데, 신통하게도 양이 잘 맞았다.

▲명이나물 장아찌 만들기 글라스락 큰 통에 명이나물을 차곡차곡 담고 간장을 부어주었다.
유영숙
마침 글라스락 큰 통이 있어서 명이나물을 차곡차곡 담아서 반 정도 되었을 때 간장을 부어주고 남은 명이나물을 다시 담고 남은 간장을 다 부어주었다. 명이나물이 많아서 간장 양이 적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마치 처음부터 통에 맞춘 것처럼 간장 양이 딱 맞았다.

▲누름틀로 사용한 패트병 다행히 패트병을 넣었는데 뚜껑이 닫혔다.
유영숙
동생이 장아찌 담글 때 주의할 점이 꼭 누름틀로 눌러 주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것이 없어서 일단 페트병에 물을 채워 눌러 주었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뚜껑을 닫고 몇 시간 지나니 명이나물이 조금 내려가서 위아래를 바꾸어 주었다.
다음 날 보니 명이나물이 절여져서 부피가 반 정도 줄었다. 간장 양이 적당해졌다. 명이나물이 간장에 꼭 잠기게 하라고 동생이 일러 주었는데 잘 잠긴 걸 보니 나도 주부 9단이 틀림없었다. 페트병에 물을 채워 하나를 더 눌러주었다.

▲하루 지난 명이나물 장아찌 패트병에 물을 채워 누름틀로 하나를 더 넣어주어 명이나물이 간장에 잠기게 했다.
유영숙
'눈대중, 손대중'으로 처음 만들어 본 명이나물 장아찌가 제대로 담가진 것 같아 기쁘다. 이틀 정도면 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 장아찌 담근 지 삼 일이 지났는데 제법 장아찌 색이 났다.
꺼내서 접시에 담아 맛을 보았다. 그리 짜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게 입맛에 딱 맞았다. 담근 명이나물 장아찌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담근 지 3일 지난 명이 장아찌 처음 담가 본 명이나물 장아찌인데 동생이 보내 준 황금 비율 레시피로 맛있게 담갔다. 짜거나 시지 않아서 입맛에 딱 맞았다.
유영숙
남편과 둘이 먹기는 아까워서 이웃에 사는 시누이 부부를 초대해서 삼겹살을 구워서 함께 먹었다. 절이지 않은 생 명이나물도 쌈을 싸서 먹었는데, 그 맛에 반했다. 싱싱한 생 명이나물은 명이나물대로, 장아찌 명이나물은 장아찌대로 맛있었다. 이 귀한 것을 보내준 동생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년 봄에 꼭 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오이지 100개 담그기다(참고 기사 :
마트에서 먼저 만나는 제철 먹거리... 여름엔 '이것' ). 며칠 전에 마트를 지나다 보니 오이지 오이가 쌓여있었다. 집 주변 마트에서는 아직 조금 비싸지만(50개에 1만 9800원 정도), 오는 5월 초에는 여행 계획이 있어서 다음 주에는 오이지를 담그려고 한다. 봄에 담가 놓으면 여름까지 먹을 수 있어서 귀한 밑반찬이 된다.
명이나물 장아찌를 담그고 나니 다른 장아찌도 담가보고 싶다. 오이지와 몇 가지 장아찌면 여름까지 밑반찬 걱정은 없겠다. 내일은 마트에 가서 장아찌 담글 식재료가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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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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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궁합, 고기 먹을 때 이거 빠지면 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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