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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거리 찾은 일본인들이 "조선학교 차별중단" 외친 까닭

[현장] 15년째 고교무상화 배제, 아동기본법 적용도 예외... 국제네트워크, 100만 서명 모아 유엔으로

등록 2025.04.24 16:44수정 2025.04.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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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한 재일동포 3세가 '고교무상화 적용' 손팻말을 들었다.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한 재일동포 3세가 '고교무상화 적용' 손팻말을 들었다. 김보성

"일본에서 온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고교무상화 제도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조선학교는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략) 세계적인 인권 흐름에 비춰볼 때도 많이 뒤처진 상황입니다."

24일 강제징용노동자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잡고 있는 부산 동구 항일거리를 찾은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의 사노 미치오씨는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에 강하게 각을 세웠다. 2회 조선학교 관련 국제연대 한마당 행사를 위해 부산을 방문한 사노씨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중적인 일본, 아동기본법 시행하고도 조선학교 배제

조선학교는 해방 이후 재일동포들이 조국의 언어·문화 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육시설이다. 한때 수백 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60여 곳으로 줄었다. 특히 2010년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정책 시행에서 제외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북·일간 정치적 문제를 교육에 들이대며 지원을 끊어버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2025년도 예산 처리 과정에서 지원금 추가 등 무상화 정책을 더 확대했는데, 조선학교는 여전히 배제 대상이다.

그렇다고 일본인 전부가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현지에서는 차별을 바로 잡기 위해 연대하는 시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조선학교 무상화 실현 후쿠오카-야마구치 연락협의회' 쥬이키 케이코씨도 사노씨와 같은 이들 중 한 명이었다.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김보성

그 역시 한마당 행사를 위해 한국에 입국해 마이크를 잡았다. 쥬이키씨는 일본 정부가 모든 아동의 권리보장을 명시한 기본법을 시행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의도로 조선학교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기본법을 지켜야 한다. 이를 압박하는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일본 정부는 '아동(어린이) 기본법'을 시행하며 3조 1항에 '모든 아동은 개인으로서 존중받으며,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것과 동시에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 2항에선 '교육기본법에 따라 교육받을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아이들마저 정치의 도구로 삼아선 안 돼"

이날 일본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 현장은 조선학교 차별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첫날 행사 차원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이다. 김복동의 희망,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 몽당연필, 조선학교와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 시민모임, 재독조선학교후원회, 한민족유럽연대 등 국내외 10여개 단체가 꾸린 국제네트워크가 주최했다.


국내 단체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정태효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과거사 지우기, 식민지배 정당화 정책 속에 조선학교 탄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단 점을 들며 "일본이 아이들마저 정치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부끄러운 역사가 아닌 평화, 공존의 가치를 물려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사흘간 부산에서 워크숍, 필드워크(일광탄광-일제강제동원역사관-항일거리-가덕도 일본군 포진지), 라운드테이블, 토크콘서트, 거리캠페인 등 분주한 일정을 이어가는 국제네트워크는 조선학교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서명전( 관련 누리집 https://omn.kr/2d7h4 )도 결의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일본 아동기본법 조선학교 적용촉구 세계시민 100만 서명운동'을 각국에서 전개해 오는 9월 열릴 유엔 총회에 제출하겠단 계획이다.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이 재일조선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존재 자체를 지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보낸 하상윤 시민모임 봄 대표 등은 "즉각 국제인권규범, 아동기본법에 따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라고 목청을 키웠다.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재일동포 3세들이 조선학교 관련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2회 조선학교 차별 반대 NGO 국제연대 한마당 in 부산' 행사의 첫번째 행사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일본과 한국, 유럽 등 국내외 단체가 함께했다. 재일동포 3세들이 조선학교 관련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보성
#조선학교 #일본 #민족교육 #차별 #100만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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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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