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16일… 4월은 문득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비단 4월뿐일까요. 반얀트리 화재 사고, 전국의 산불 사고, 싱크홀 추락 사고, 그리고 사업장에서 일어난 많은 사고들까지 올해 들어 사람들이 사망한 재해가 헤아릴 수도 없게 많이 느껴집니다. 사람이 왜 일상을 살다가 죽을까요? 어째서 어떤 사람은 일하는 곳에서 죽을까요? 그래도 기억은 힘이 세다는 말처럼, 흐려지는 사건들을 계속해서 추모하고 또다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하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봄에 피는 꽃과 함께 달린 리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거 산재 아니에요?", "이것도 산재를 신청할 수 있어요?"라며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물어봅니다. 종종 "내 탓인 것 같은데 이런 것도 산재가 될 수 있을까요…"라며 망설이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산재가 된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산재란 산업재해의 줄임말인데, 이 말에서 산재는 산업재해를 통해서 받는 보상 혹은 치료비를 의미할 겁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아래 '산재보험법')에서는 이러한 보상을 요양급여(치료비), 휴업급여 등 보험급여라고 합니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사업장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산재 보험급여를 신청하거나, 산재지정 의료기관인 병원 등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근로복지공단 토탈 서비스(https://total.comwel.or.kr/)를 통해서 온라인 접수를 할 수도 있고, 요즘에는 정부24 앱에 신설된 원클릭(One-Click) 산재신청 대행 요청도 있다고 합니다.
노동자는 산재를 신청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재보험법 제5조(정의)에서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업무상의 재해는 산재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제1항에 따라서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인정이 됩니다. 즉, 업무와 재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소위 말하는 산재로 인정이 된다는 뜻입니다.
재해의 종류 중 업무상 사고는 노동자가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를 말합니다.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의 결함 등으로 발생한 사고, 사업주 지시하에 참여한 행사 중 사고, 휴게시간 중이라고 하더라도 지배관리 하에 있을 때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사고로 봅니다. 그래서 다친 상처가 눈에 보이는 노동자는 오히려 산재가 분명하게도 보입니다. 극단적인 사고가 일어나야 산재를 판단하기가 용이하다니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한편 업무상 질병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화학물질이나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된 질병, 직장 내 괴롭힘이나 폭언 등으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은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딘가 아픈데 이 아픔이 일 때문인지 개인적인 질병 때문인지는 노동환경을 살펴보고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고가 있어도, 그리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노출된 화학물질로 건강을 잃은 것이 자명해 보이는데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사고가 나도 노동자 본인에게 과실이 있기 때문에 업무상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노동자 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질병이라서 재해와 업무의 인과관계가 없는 걸까요? 혹은 마치 재해와의 인과관계가 없는 것처럼 사업장에서 은폐하고 있는 걸까요? 혹시 산재를 인정하는 기준들이 엄격한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픈 노동자는 대체 어디까지 아프다고 증명해야 할까요? 재해 뒤에는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 남습니다.
어떤 노동자는 고통을 참지 못 하고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산재를 인정 받지 못 한 노동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또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나서야 할지, 일하는 노동자를 마주하다 보면 일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애초에 대형 사고와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업장과 정부, 그리고 사회에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많은 추모의 날이 있는 4월 중 25일은 법의 날이라고 합니다. 법의 날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세상을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법, 다시는 재해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법, 사람이 일상을 그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법, 이런 법은 기억만큼이나 힘이 세야 합니다.
[에세이 속 Q&A]
Q1. 업무상 재해의 종류 중 출퇴근 재해란 무엇인가요?
A1.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및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의미합니다.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습니다.
Q2. 보험급여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2.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외에 장해급여, 유족급여, 간병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의비, 직업재활급여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흔히 받게 되는 요양급여는 4일 이상 요양 중인 산재환자에 대한 진찰, 약제 또는 진료재료와 의지, 보조기의 지급, 처치, 수술 및 치료비를 의미합니다.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요양으로 4일 이상 취업하지 못 한 기간에 대해서는 지급하되, 1일당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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