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님 자택 정성을 다해 일군 가족들의 쉼터
박철순
불편했을 법도 하다. 지금도 시골의 정취가 남은 곳이지만 그가 마을 사람으로, 살기로 했을 때는 교통이나 손주들을 위한 교육이나 모든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적응하기 나름이에요." 모처럼 미소가 피어났다. 그래도 중학생과 초등학생 손주들 교육에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을까? 서울까지 오랜 시간 출근길을 달려야 한다는 아들 내외는 만족했을까?
"여기서 아이들 크는 걸 보면 나는 백 번 잘했다고 생각해요. 밝고 예의 바르고 성적도 좋거든요. 아들 내외도 손주들 크는 걸 보면서 그 먼 거리를 즐겁게 출퇴근했답니다. 별빛으로 가득한 집에서 잠드는 경험 그거 돈 주고도 못 사는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다. 세 곳, 네 곳 다닐 학원을 하나 줄이고 대신 아이들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일 것이다. "마음 편히, 제대로, 행복하게 크는 손주들을 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대화 하고 싶어요. 진짜 대화를."
싸움꾼이라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그도 대화를 원한다.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공무원들도 만났어요. 높은 분도 직접 만나서 면전에서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그가 느낀 것은 벽이었다. 결정된 것을 집행하고 싶어하는 욕망, 업적을 쌓고 싶어 하는 공직자들의 경직된 마음을 느낀 것이었다.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아요. 저도 농사를 짓는데 300 정도 되는 밭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 관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골프장은 그보다 훨씬 크잖아요. 무슨 친환경 제품이 있다는데, 효과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사유 재산이라 골프장 건설 진행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면서 농약과 제초제를 기업이 선택하는 것은 간섭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더라구요."
"사람도 죽어요. 벌레가 죽는데 사람이 안전할 수가 없어요. 먼저 죽느냐 늦게 죽느냐 그 차이지. 사람만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믿으라고만 하나요?"
시장, 시의원, 국회의원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을까요? 어쩌면 뻔한 질문을 던졌다. "막아주셔야죠.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 희생되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게 정치와 행정의 역할 아닌가요."
"나를 살려준 땅을 살리고 싶어요. 싸우다가 밀려나더라도."
그는 싸우겠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이 본격화 되면 시청 앞에 앉아서 단식이라도 하겠다고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가 바로 김수태씨다. 가족들도 말리고, 함께 아파하지만 그의 결의는 분명했다. "그냥 있을 수는 없죠. 나를 살려준 땅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그래도 결국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그는 밀려날 것이다. 생의 일부를 땅에 심은 주민들을 뿌리 없이 떠돌게 만드는 것이 과연 발전일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얼마나 크고 오래 갈까?
"어디 물 맑고 공기 좋은, 사람이 사는 곳을 찾아 떠나야죠. 나를 살려준 땅이지만, 이젠 나를 죽이는 땅이 되는 걸 어떻게 보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끝까지 담담했다. 그러나 말 마디 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의 깊이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그저 살고 싶어요, 예전처럼."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아픈 손을 감싸며 다시 땅으로 향했다. 인대가 끊어질 정도로 가꾸며 돌봤던 땅으로 향하는 그의 등 뒤로 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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