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1 애창곡에 빠질 수 없는 탬버린
박지우
약전에는 희생 학생들의 애창곡도 나온다. 세월호 친구들과 우리의 애창곡은 같았다. 비스트의 픽션, 크레용팝의 빠빠빠,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아, 이 노랜 못 참지."
우린 노래방에 들어가 음악에 맞춰 뛰었고, 목청껏 외쳐 불렀다. 용돈은 부족하고 시간은 많던 시절, 간주 건너뛰기는 기본이었다. 우리는 마이크를 잡고 "사장님 5분만 더요!"를 외쳤다.
셋이서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며 신나게 웃다가도 가끔, 가슴이 저릿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2NE1의 'Come Back Home', B1A4의 '이게 무슨 일이야'를 부를 때. '돌아오는 이번 주 금요일에 만나요', '여전히 널 기다려 이렇게/ 내게 돌아와/ 컴 백 홈(집으로 돌아와)'... 노래 가사 한 줄 한 줄이 왜인지 우리 마음 같았다.
고교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뽐낼 노래와 춤을 위해서, 가기 전부터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 친구들. 만약 그 배가 제주에 잘 도착했다면, 친구들의 무대는 또 얼마나 빛났을까.

▲노래방2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전희수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콘 하나 시켜놓고 구석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었다던 2학년 3반 예진이. 우리도 롯데리아에서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매대로 가니, 앳된 아르바이트생이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중앙동 롯데리아에서 감자를 튀기던 5반 동진이, 그리고 땀 흘리며 용돈을 벌던 우리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약전에 나와있듯, 동진이는 일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할 수학여행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았을까. 우리는 괜스레 먹먹해졌다.

▲롯데리아 롯데리아 치즈스틱과 아이스크림
서현지
중앙동 패션거리와 생과일 빙수 전문점

▲안산패션일번가 중앙동에 위치한 안산패션일번가 골목 앞
전희수
중앙동에 와 누나가 준 용돈으로 수학여행용 티셔츠를 산 4반 신욱이. 그를 따라 우리도 중앙동 패션거리로 향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서성이는 곳에 슬쩍 끼어들었다. 희수가 커진 눈으로 학생들이 보던 손바닥만 한 티셔츠를 집었다.
"이건... 강아지 옷인가?"
"요즘 애들 대단하다. 배가 보일텐데 배탈 안 나나?"
내가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 실은 나도 저런 거 입었었어."
평소와 달리 과감한 스타일을 입어보기도, 그 시절 아이돌 옷을 따라 했을 친구들 모습이 떠올랐다. 4반 범수가 좋아했던 생과일 빙수 전문점에 왔다.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발을 툭툭 구르다가, 각종 과일이 얹어진 빙수를 떠먹었다. 서비스로 나온 구운 식빵을 생크림에 찍어 입에 넣었다.
"여긴 이건 옛날 그대로네. 타임머신 탄 줄."

▲시소_ 과일빙수(왼쪽)와 벽에 적힌 낙서(오른쪽) 과일빙수와 구운 토스트, 생크림 사진(왼쪽)
박지우
우리는 입을 모아 웃었다. 벽 가득한 학생들의 손글씨 낙서를 훑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어? 근데 여기 '박지우' 낙서 있다."
"지우, 너 언제 우리 몰래 다녀간 거야?"
"우리도 이름 남기고 가자."
여백을 찾아 '희수, 지우, 현지 왔다 감'이라 또박또박 적었다. '우리'의 오늘이 새겨졌다. 그러다 다소 움찔거리는 순간도 있었다. 혹시 단원고 친구들의 낙서가 남아 있을까 싶어서다.
화정천과 화랑유원지

▲화정천 화랑유원지 방향으로 화정천 산책
전희수
해가 저물자 우리는 화정천을 따라 걸었다. 단원고 친구들의 주 놀이터였다던 화랑유원지. 그 한가운데에선 댄스 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희수는 잔디밭에 가방을 휙 던지고 합류했다.
트인 호수를 바라보다, 지도 앱을 따라 '4.16 생명안전공원'으로 향했다. 질척한 흙길을 걷다 센서 조명 아래 의자와 가림막을 발견했다. 의자엔 '별이 된 너를 그리워하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공사장 울타리 너머를 바라봤다.

▲4.16생명안전공원 앞 벤치 추모관(예정) 앞에 세워진 의자. '별이 된 너를 그리워하며'라고 적혀있다.
박지우

▲공사장 가림막 의자에 앉으면 정면에 보이는 4.16생명안전공원 공사장 가림막
전희수
돌아가는 길, 릴레이 단식 투쟁이라며 '세월호 납골당 반대'라 쓰인 현수막과 텐트를 지났다. 누가 하는지도 모르겠는,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반대 시위였다. '4·16생명안전공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고,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 추모공원이다.
2025년 2월 공식 착공식이 열리며 첫 삽을 떴다. 세월호 참사 13주기인 2027년 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대 시위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흔적. '릴레이 단식투쟁 176일'이라고 적혀있다.
서현지
다시, '우리'라는 이름으로
시간이 모든 것을 흐리게 한다지만 그들은 우리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걸었고, 기억은 발밑에 쌓였다. 우리는 '그들'이 아닌 또 다른 '우리'를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우정 반지를 낀 오늘, 우리가 웃고 떠들면서도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우리와 비슷한 또래, 또 다른 '우리'들이 꿈꾸던 평범한 내일, 별 것 아닌 일상. 남겨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추모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내일을 우리가 잘 살아가는 것이다. 기억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는 추모는 '우리'가 꿈꾸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 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잊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