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4.16연대
'기억과 다짐의 문화': 망각에 저항하는 실천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기억문화의 불모지였다. 역사를 기억하기보다는 묻어두고 잊는 쪽을 택해온 사회였다. 진실은 종종 외면당했고, 책임은 시간 속에 흐려졌다. 권력은 자주 망각을 통해 책임을 피했고, 우리는 그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반면, 독일은 기억문화를 가장 활발하게 실천하는 나라로 꼽힌다. 제도적으로 청소년들에게 가해의 역사를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이를 통해 기억하고 책임지는 윤리적 태도를 길러내고 있다. 여전히 영화, 문학, 기념공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기억은 오늘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억문화'는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 그 이상이다. 기억문화는 한 사회나 공동체가 역사적 사건이나 집단의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 계승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공통된 문화적 구조이자 실천 방식이다. 추모와 기록, 의례와 예술, 공간과 언어를 통해 이뤄지는 이러한 문화는, 잊지 않기 위한 노력 그 자체로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기억 문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 4.3, 광주 5.18 항쟁의 희생과 교훈을 기억하는 시민들에 의해 기억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는 망각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제주 4.3과 광주 5.18 항쟁을 폄훼하고, 그 기억의 자리를 지우려는 시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망각의 시도들이 누적되어왔음을 시도를 시민들은 눈치채고 있었던 것일까. 국민적 참사였던 세월호 참사를 겪자마자, 시민들은 망각의 시도에 맞서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사의 희생을 잊지 않고 의미를 되새김질하려는 시민들의 기억 문화는 더욱 크게,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호는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윤리적 태도와 실천의 일부가 되었다.
매년 4월 16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기억식은 그 연속선상에 있다. 우리는 추모식에 참여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실을 느끼는 피해자의 슬픔에 공감하고 애도함과 동시에, 한 자리에 모여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변화를 다짐하는 기억과 약속의 시간을 가진다. 이 집단적 실천은 사회 전체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는 윤리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그리고 재현을 통해 살아 있는 현실이 된다. 단 한 번의 다큐멘터리, 한 권의 책, 한 편의 연극도, 그 안에 담긴 진실과 감정은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 말을 걸고 불을 지핀다. 곧 기록과 재현은 망각에 맞서는 저항의 언어이며, 권력이 피하고 싶어 하는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사회적 실천이다.
이렇게 함께 서사를 재구축하고, 기억을 사회적 동력으로 재생산해오며 지난 11년간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를 일으켜왔다.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기억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이끄는 사회가 되었다. 기억은 실천이며,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세월호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잇는 힘은, 살아남은 이들의 실천이며, 함께하는 우리의 다짐이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시민대회 광장 분필사진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시민대회"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에 참여한 참가자가 바닥에 분필로 "remembering is resisting" 기억하는 것은 저항하는 것이다 라는 문구를 적었다.
4.16연대
끝으로: 기억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연대, 세상을 바꾼다
1930년 3월 12일, 인도의 마하트마(위대한)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배에 맞서 '소금행진'을 시작한다. 그러나 당시 인도의 독립운동가들은 소금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독립운동이 될 수 있냐며 회의적이었다. 실제로 첫 날, 간디와 함께한 사람은 7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간디가 옳았다. 행진이 계속 될 수록 더 많은 이들이 동참했고, 마지막 날이 되자 간디 여정에 연대한 수 만명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영국정부는 이 거대한 연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간디와 협상에 나서 모든 정치범을 석방했다. 작은 소금 결정들의 연대가 거대한 파도를 만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을 돕기 위해 팽목항으로 달려가고, 어떻게든 힘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들을 비웃었다. 가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고작 노란리본이 무엇을 바꾸겠냐고. 그러나 그들은 실천했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이 연대를 만들어냈다. 연대는 연대를 낳고 또 다른 연대와 결합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진실을 찾는 여정은 간디의 여정처럼 힘들고 어렵겠지만, 기억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존재야말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물론, 생명안전사회라는 대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가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은 이유. 그리고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유.
우리가 찾은 답은 바로 이것이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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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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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운동, 기억하는 이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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