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동물축제반대축제가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열렸다.
생명다양성재단
내가 만난 서울혁신파크는 그런 곳이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모두의 놀이터이자 다양한 존재들이 모이는 곳.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리조리 모의하고 시도해보는 실험실이자, 모두의 삶이 잘 겹치고 섞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곳. 삭막해진 서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고 그래서 더 소중한 곳.
서울혁신파크는 은평구에 위치해 있지만 은평구민들 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비건페스티벌 등 혁신파크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제주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고, 혁신파크의 입주 단체들은 은평구를 넘어 서울 전역과 전국에 이르는 활동들을 해왔다. 혁신파크는 서울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서울 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실험실을 제대로 가치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사라지게 둘 수는 없다.
평생을 서울에서 산 나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뒤로 골목을 잃어버렸다. 아니 빼앗겼다. 골목은 우리집 앞마당이었고 학교가는 길이었으며 친구들과 뒹굴었던 놀이터였다. 부모님들이 이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뭐하고 놀까 궁리하는 곳이었다. 좁은 골목길 끝에서 친구들과 비밀을 나누었고 미래를 상상했다. 나에게 땅이란 그런 골목길이 이어진 곳이었고 그래서 땅은 모두의 것이었다.
골목은 사라졌고 대도시 서울은 공동체가 부서진 지 오래되었다. 땅을, 그 땅에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을 잊고 살게 됐다. 서울혁신파크는 잊었던 그 감각을 깨워준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혁신파크는 팔아먹으면 돈이 되는 부동산 따위가 아니다. 공동체가 깨진 도시에 사람과 사람이, 또 나무숲과 연결되는 생명의 공간이며, 깨져버린 공동체의 회복을 상상하는 공존의 공간,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창조의 공간이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소리내어 웃고 떠드는 재미의 공간이며 모두의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공간은 삶 그 자체다. 땅을 빼앗긴다는 건 삶을 빼앗기는 일이다.
서울혁신파크가, 또 하나의 삶이 사라진다. 피아노숲을 오가던 청솔모도 혁신파크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개들도,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모여드는 이들은 더이상 갈 곳이 없고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만 남을 뿐이다. 땅을 울리는 공사 소음, 매끈하게 청소된 유리창에 부딪힌 새들, 고층빌딩에 매겨진 가격과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가치를 대신한 죽은 공간. 혁신파크를 팔아 치운 건 미래를 팔아 치운 일이다. 서울시가 팔아 먹은 것은 은평구의 작은 땅이 아니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미래를 팔아 먹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미래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시간이 아직은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땅이 기업의 회계숫자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우리의 삶이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는 얼굴들을 마주보며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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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기업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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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고래가 노래하는 공원, 지키기 위한 투쟁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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