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더부살이하는 '가족', 안전을 위협하는 '가족'

2025년 가정의 달,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다

등록 2025.04.29 14:31수정 2025.04.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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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을 맞아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가족단위로 모인 시민들
어린이날을 맞아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가족단위로 모인 시민들 용인시민신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라고 하면 가족이란 공동체가 모여 사는 공간적 시간적 유형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2025년 가정의 달, 우리는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챙기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느라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의 달은 그 거리를 좁히고 마음을 나눌 따뜻한 기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5월의 특별한 날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사랑과 감사,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하지만 아쉽게도 매년 가정의 달을 앞두고 안타까운 일이 이어진다. 올해도 5월을 불과 며칠 앞두고 용인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뿐인가. 변한 사회에서 1년 내내 홀로 생활해야 하는 노년층 1인 가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5월을 기대하지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이전만큼 훈훈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결국 가족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더부살이하는 가족의 현실

 용인시가 진행한 출산교실 교육 모습
용인시가 진행한 출산교실 교육 모습 용인시민신문

용인시가 실시한 2024년 사회조사에서는 다소 외면하고 싶은 문항이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어리석은 물음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냐는 물음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답변이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는 답변은 4%를 넘지 못했다. 수지구는 2.8%에 불과했다. 의아한 것은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장점이 많다는 답변은 82%에 이른다는 것이다. 3개 구 별로 차이는 있지만 분명 장점이 많다는 것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장점이 더 많다는데 공감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절박한 부분의 부모로 해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살 때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무엇일까. '자녀'다. 부모가 된 자녀가 부모에 손 내미는 가장 절박한 이유는 자녀 때문이다. 사회조사를 보면 부모님과 동거 시 장점으로 '자녀 보육에 도움'이라는 답변이 40%에 육박한다. 기흥구는 특히 3개 구 중 이처럼 답한 비율이 54% 넘는다. 이는 수지구 27%에 비해 2배에 이른다.


인간관계에서 장점만 있을 수 없다. 이는 가족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함께 살 경우도 단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부분이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걸까. 공교롭게도 이에 대한 답도 '자식'이다. '자녀 육아'란 장점과 '자식과 갈등'이란 불화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용인시가 밝힌 사회조사 통계에서 지역별 현황은 기흥구를 제외한 처인구와 수지구의 경우 수치가 극단적으로 나와 명확한 상황조사가 추가로 더 필요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 조사 때마다 이 항목에 가장 도드라지는 것으로 추정, 3대가 모여 생활하는 데 큰 걸림돌임은 분명해 보인다.


시민 39%, 1년에 '몇 번'만 부모만나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위원이 홀몸 노인 가정을 찾아 건강 음료를 전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위원이 홀몸 노인 가정을 찾아 건강 음료를 전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용인시민신문

사회가 크게 변화면서 손쉬워진 것 중 하나는 통신수단이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집에는 유선전화가, 거리에는 공중전화가 즐비했다. 그나마 휴대할 수 있는 개인 통신수단은 흔히 '삐삐'라 불렀던 무선호출기가 대표적이었다. 지금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는 당시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다. 지금에야 마음만 먹으면 시간도 공간도 제약받지 않고 통화할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전화로 부모님에게 간접 효도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시대 변화 영향을 받은 것일까. 거의 매일 통화 한다는 답변이 20.2%에 이른다. 이보다 적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한다는 답변도 45.4%에 이른다. 반면 4.7%는 1년에 몇 번, 3.6%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직접 만나는 횟수는 급격히 준다. 답변자 중 40%에 육박하는 시민이 1년에 몇 번 만난다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명절이나 탄생일, 새해 등 상대적으로 방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제외하면 일상에서 만남은 사실상 드물다고 분석할 수 있다. 거의 매일 만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하다.

가족 간에 분거기간을 살펴보면 5년 이상 장기간 같은 공간에서 살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가족 간 분거기간이 5년 이상 되는 경우가 2024년 사회조사 결과 23.1%로 6개월 미만 단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2018년 16.5%, 2022년 21.9%에서 줄지 않는 추세다. 이는 곧 5년 이상 서로 떨어져 사는 가족이 누적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질문에서 눈여겨 살펴봐야 할 부분이 나이별 분거기간이다. 특히 60대 이상인 경우 36.9%가 5년 이상 분거해 살고 있다.

가족관계 만족도에 대한 유형별로 매우 만족 응답을 살펴보면 배우자와 관계는 49.9%, 자녀와 관계는 50%, 자기 부모와 관계는 41.9%로 나타났다. 대체로 누구와도 관계가 매우 만족스럽다는 답변은 최고 높으면서도 절반에 머물 만큼 압도적이지는 못하다. 하지만 만족도 전체 수치는 70%를 훌쩍 넘을 만큼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큰 수치로 웃돈다.

'나는 1인 가구' 자유와 외로움 사이에 서다

용인시민신문

2023년 기준 용인 1인 가구는 10만6300가구에 이른다. 1인 가구기 때문에 해당인구도 그만큼이다. 2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8848가구, 9.1%가 늘었다. 나이별로 보면 20대 1인 가구가 20.7%로 가장 많다. 뒤를 30대가 19.4%다. 학교생활뿐 아니라 직장생활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가구 수도 줄지만 60대 이상 가구 수가 3만2천 명을 가볍게 넘긴다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이다. 2021년 2만7천 명에 비해 증가 속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심각할 수준이다.

용인시에서 1인 생활을 하는 시민은 만나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젊은 층 1인 가구는 대학가, 노인층은 주택가를 30분가량 다니면 만날 수 있다.

최근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단국대 인근 주택가를 찾아 1인 생활을 하는 3명을 만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1인 가구로 생활한 지 3년째가 됐다는 조혜령(24)씨는 "이제는 특별히 가족이 그립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 작년까지는 방학 때 주로 부산에 내려가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용인에 더 있을 예정"이라며 "가족이라는 둥지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밝힌 박진석(21) 씨는 "집에서 나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도 특별히 걱정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용인에서 얼마큼 생활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년층 1인 가구를 만나기 위해 기흥구 신갈동 주택가를 다니다 거리에서 만난 이 모(69) 씨는 반려동물과 산책길에 나섰다며 1인 가구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생소하단다. 그냥 '혼자 살고 있어'라는 말로 입장을 다 표현할 뿐이다. 기간도 10년이 넘었단다. 반려동물을 태우기 위해 끌고 나온 '개모차'(반려견을 태우기 위한 유아차 형식 이동기)에는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온 물건이 제법 많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끊이지 않는 비극

용인시 가구당 인구수는 2.44명이다. 한 부부가 자녀 1명을 출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올해 3월 기준 영유아(0~5세) 인구는 3만7천여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족이란 공동체 내에서도 다양성은 상당히 소실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가족 간 결속력은 더 강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긍정 차원에서 본다면 그 결속력은 가정을 유지하는데 큰 동력이 된다. 반면 부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획일화란 극단적 분위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4월 15일 용인을 떠들썩한 소식이 있었다. 수지구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족관계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도주한 50대 남성은 다름 아닌, 그들의 남편이자 아버지며, 또 아들이었다. 남성은 사업 실패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23년에는 태어난 영아를 출생 신고도 하지 않고 나쁜 짓을 한 친아버지와 외 할머니가 긴급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2022년에는 처인구에서 이모 부부가 10살 조카가 귀신이 들렸다며 마구 폭행해 숨지게 사건이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용인에서 발생한 최근 5가족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은 충격적인 일이 용인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반복되는 참담한 현실이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 관심을 가지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지구 성북동에서 만난 최모(48)씨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범죄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당한 것"이라며 "안타까우면서도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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