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변명 · 6 <사진시> 나를 위한 변명 · 6
정세환
나를 위한 변명 · 6
살바람 젖히며 봄을 알리는
산수유 여린 몸짓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소생의 들판을 환희의 유채색으로 덮은
양지꽃 산철쭉의 행로는 어디를 향한 것인가
성하의 작열하는 태양 뜨겁게 받아
짙게 그늘 지우던 플라타너스도
봉평 너른 들녘 환하게 수놓던 메밀꽃도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잎새 추스르지 못하지
계절은 바람의 옷 갈아입고 왔다 가는데
댑바람 이겨내고 강설 헤치며 피어난
동백은 춘분의 흙더미 위에서
매화의 속삭임 들으며 떠나려니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정처 없이 떠난 존재의 여정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지나온 길 흔적처럼 남아
덧쌓인 사연은 저대로 떠나보내고
세월의 풍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흘러가리
95쪽에 수록된 '나를 위한 변명 · 6'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방황을 비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산수유, 산철쭉, 플라타너스, 메밀꽃, 동백 등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생명의 모습을 통해, 정처 없이 떠나는 삶의 여정과 그 불확실성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담아냈다. 특히, "세월의 풍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 흘러가리"라는 구절에서는 삶의 흔들림마저 품어내는 시인의 담담한 체념과 따뜻한 수용의 태도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정세환 시인은 이번 시선집을 통해 "때로는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두렵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흔들리더라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걸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인생길 위에서 기다림 속에 희망을 찾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자신을 다독이며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일깨운다.
<달팽이의 꿈>에 담긴 시들은 마치 조용히 말을 건네듯 독자 곁에 다가와 "서두르지 말라"고, "기다림 또한 삶의 일부"라고 속삭인다.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느리지만 더욱 깊이 있는 시선으로 삶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느리고도 먼 여정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달팽이의 꿈>은 작은 위로와 따스한 등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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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도 먼 여정을 걷는 모든 이들에 위로가 돼줄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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