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드리운 그림자, 나는 그날 파시즘을 보았다

[시민기고] 김정렬 한국폴리텍대학교 화성캠퍼스 교수

등록 2025.04.29 15:38수정 2025.04.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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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화로운 삶은 2024년 12월도 별반 다르지 않게 시작되었다. 12월 3일 연구실에서 가족과 일상적인 통화를 마치고 나는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늦은 밤 고요함 속, 펜을 긁적이는 소리만 가득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저 너머 들리는 옛 동지의 급박한 음성은 나의 귀를 의심케 했다. 1987년 함께 독재 타도, 노동해방 등을 외치고 불의에 맞섰던 동지들의 다급한 목소리는 그날의 데자뷰가 드리워지게 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이리저리 몇 번이고 다시 재확인했고, 끝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봤다. 우선 주변인들과 SNS로 현 상황을 공유하고 계엄령을 보는 순간 위법임을 인지했다. 지금 막지 못하면 피바람 나는 장기독재 시대가 또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시동을 걸었다. 40분여 급한 마음에 앞만 보고 국회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성산대교 남단에 들어서자, 늦둥이 딸의 전화벨이 울렸다.

"아빠, 어디야?"

"아빠, 국회 가는 거야?"

"아빠, 조심해! 다치지 마!"

늦둥이 딸은 가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느덧 국회에 도착했다.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국회로 뛰어갔다.국회 문은 봉쇄되었고 나보다 먼저 도착한 주변 시민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 국회에서 계엄령을 해제하는 결의가 필요했기에 국회의원이 더 많이 들어가야 했다. 국회 담 주변을 돌며 의원이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어느 쪽이 경비가 허술한지 파악도 했다.


나도 담을 넘었다. 그리고 국회 본관으로 무작정 뛰었다.

계엄군의 총을 보는 순간 이젠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가족 걱정이 몰려왔다. 몸은 마음보다 먼저 움직였다. 계엄군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몸으로 막아섰다.

얼마 지났을까? 국회 계엄 해제 결의가 통과 되었다.

"만세! 만세! 만세!"

땀에 젖은 몸에 다리와 팔은 타박상을 입어지만 너무 기뻐 아픔도 잊었다. 울부짖는 소리가 나의 귀에 맴돌았다. 국회 주변엔 더 많은 시민이 모였다.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 고생했다고 안아줬다.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고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

12월 3일 시민들에 의해 직접 민주주의의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았고, 정말 하늘까지 도와준 날이었다.

우리는 파시즘을 보았다.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자신감에 취해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불안한 일상은 지속될 것이고 이후에도 파시즘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다.

방심하지도, 낙관하지도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잃는 건 한순간이다.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되어 화창한 아침 햇살과 함께 일상적인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기를 오늘도 손꼽아 기원한다.

 김정렬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교수 
김정렬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교수  화성시민신문















* 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 인용까지 일상의 민주주의가 흔들렸던 경험을 시민 릴레이 기고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김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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