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위헌이라며 제동 건 부산지법 결정에 유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의 문제점

등록 2025.04.29 16:29수정 2025.04.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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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만큼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런 법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논란이 되어온 법률은 드문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책임자들에게 일정한 예방조치 의무를 지우고 충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예방노력을 다하도록 의무화하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로 강제하는 방식이다. 중대재해 결과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 즉 인과관계가 증명되면 처벌하는 법이다. 법률 제정 당시 이미 우리사회의 높은 산재사망사고 발생의 원인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이다. 즉 경영책임자가 작업장을 안전하게 해놓지 않고 일을 시켜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하여 형사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13일 부산지법 제4-3형사부는 심리 중이던 2024노121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사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하여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최근까지 수십 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 및 기소가 이루어졌고 유죄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던 와중에 내려진 결정이라 충격이 크다.

해당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헌적이란 판단했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판단해달라 넘긴 것이다. 이로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했다지만, 부산지법은 결정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많은 문제점이 있으나 두 가지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

산재 발생은 필연적?

첫째, 결정 내용에서 기업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이유로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면 사업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여 종국적으로 근로자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 및 전제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

산업재해 발생이 사업과정에서 필연적이라고 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하다 죽는 것이 필연적이 아니라는 것은 통계수치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에서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임금근로자수 10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에서도 뒤에서 4~5번째 순위를 다툴 정도로 후진적이고 2023년에 들어서야 0.39를 기록하여 최초 0.3대에 진입하였다고 하였으나 이러한 수치는 2022년 기준 주요국 사고사망 만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일본 0.13, 독일 0.12, 미국 0.37, 영국 0.03 등이고 OECD 평균 수준 0.29임).


즉 이러한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과 산업재해 현황을 고려할 때, 지금의 중대재해 발생 현황이 사업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산업재해를 낮추어 온 것은 통계적인 변화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대재해 발생은 상수가 아닌 얼마든지 노력하여 줄일 수 있는 '변수'이다. 왜 그동안 한국이 경제규모에 비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지에 대하여 반성하고, 무엇을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내고 실천이 먼저였어야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는 과정에서 내부적 변화가 더디고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과정을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필요했던 수단과 방법이었다.

결정문에서는 '교통신호 등 도로체계를 잘 정비하여도 일정 비율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모든 공장과 건설현장에서도 일정 비율로 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상수로서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교통사고의 경우도 법에서 정한 안전수칙 등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고 음주운전이나 스쿨존 사고 등은 엄하게 처벌하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엄격한 법률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면 '유능한 경영자가 경영현장에서 축출되거나 사업자체를 포기하기 되어' 근로자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게 되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보상만 해주면 책임 끝?

둘째, 결정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인 등에게 산업재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계약형성의 자유, 즉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적이라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재해로 발생한 피해자측의 피해는 산재보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 등 보다 완화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아니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측도 피해의 배상․보상만 충분하다면 과실범에 불과한 사업주에 대해 악감정을 가질 이유는 크지 않으므로 형사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보다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피해구제 방법이 될 것이다. 오히려 사업주는 피해배상으로 인한 경영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사업경영을 지속하면서도 적극적인 재해예방책을 추구할 충분한 동기부여를 느낄 것이다"큰따옴표 부분은 결정문 그대로 인용함)라고 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모든 도급인 등을 잠재적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 처벌의 필요최소한 도를 넘어서 위헌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수많은 법들은 사적자치 원칙을 수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등한 당사자 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적자치 원칙은 당사자들의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는 수정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정된 법률들을 위헌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기준법이다. 대등하지 못한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계약관계를 고려하여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형사적 제재도 가한다.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원래 주기로 한 임금을 모두 주지 않은 경우, 연장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형사적 제재를 둔 것인데 이러한 형사처벌 규정이 사적자치 원칙을 위배하여 위헌적 법률이라 하지 않는다.

결정문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수급인의 지위가 도급인과 역전되기도 하는데 도급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인 사적자치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현실에 근거한 것인지 의문이다. 문제가 된 구체적 사례들에서는 도급인이 사실상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작업장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리고 중대재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과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연관지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형사 처벌보다 민사적 손해배상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왜 사업주는 무조건 과실범이고 과실범에게 피해자들이 악감정을 가질 이유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피해, 즉 생명의 소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 부득이하게 제도적으로 그 유족들에게 금전적 배상으로 대체하는 것이지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제대로 된 피해회복이 될 수 없다. 누군가의 잘못에 의해서 자신이 또는 자신의 가족이 사망한 유족이 과실범이라고 하여 악감정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자신의 가족이 안전관리 미흡으로 추락사했을 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너그러울 수 있을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하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치유될까. 이러한 결정문의 문구가 중대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모멸감을 줄까 두렵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사적 제재가 제한된 대한민국에서 금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형사 처벌을 더 원할 수도 있다. 왜 산업재해에 대한 잘못을 다룰 때 피해자의 관점은 고려되지 않는가. 잘못에 대한 책임이 금전적 방식보다 국가형벌권이 작동하는 것이 더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예방을 위해서도 결과발생을 수습하는 금전적 배상책임보다 형사적 제재가 예방과 피해회복을 위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더 적절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책임 규정이 위헌적이라는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이 헌법의 기준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4조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경제적 활동 자유의 제한과 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을 위한 법률간의 관계에서 어느 가치가 헌법적 가치인지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부산지법은 위와 같은 내용을 담아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리지는 말았어야 한다. 법원의 판단이 국민들에게 주는 공적 메시지의 무게를 고려할 때 그 상처는 크다.

올해 4월 28일은 산재노동자의날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중대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되길 바라고 있는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며 제동을 건 법원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김용균재단 #중대재해처벌법 #문은영 #부산지법 #위헌법률심판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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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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