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윤성효
한국전쟁 전후 군인·경찰들이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던 민간인을 법적 절차 없이 학살했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더뎌지면서 유족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소멸시효 논란을 빚은 사례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민사3단독(판사 김대원) 심리로, 희생자 조아무개씨의 유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한 2차 공판이 열렸다. 대개 민간인 희생자 사건에 대한 손배소 공판은 한두 차례 정도 열리고 나면 바로 선고가 내려지는데, 이번 소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창원유족회 회원인 강아무개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2024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강씨 등 유족들은 고인이 한국전쟁 때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됐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2024년에 알게 됐다.
그런데 희생자는 참여정부 때 구성된 '1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유족들이 '2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했던 것.
'1기 진실화해위' 때 진실규명 신청을 했던 유족은 희생자의 동생이었다. 당시 동생은 투병 중이었고,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질 무렵 사망하고 말았다.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국가에 문을 두드렸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희생자의 동생이 '1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하고, 진실규명 결정이 났다는 사실을 다른 유족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결정문을 우편으로 통지했다고 하나, 유족들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당시 송달을 했다고 하는 주소가 아파트가 아닌 시골의 밭으로 돼 있다. 송달을 받지 못했기에 진실규명 결정이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2기 진실화해위에 신청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민사소송의 소멸시효는 3년, 5년이다.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게 원칙이다.
지금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훨씬 지났다. 그러면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대법원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에 관한 법적 논란은 없다"고 판단한다.
유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 사실을 안 날짜가 2024년이기에 소멸시효 3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측 변호인은 1기 진실화해위에서 결정하고 통지를 했기에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판에 함께한 노치수 창원유족회 회장은 "연로한 유족들이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사례가 많다. 진실규명 결정을 빨리 하지 못한 탓"이라며 "유족들은 평생 억울함 속에 힘들게 살아 왔다. 유족들한테 좋은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본다"라고 예상했다.
유족 강아무개씨는 "집안 어르신이 한국전쟁 때 희생돼 가족들은 힘들게 살아왔다. 1기 진실화해위에서 결정이 난 사실을 몰랐기에 2기 진실화개위해 신청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을 대리한 이명춘 변호사는 "1기 진실화해위에서 결정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유족이 2기 진실화해위에 신청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한두 건 있다"라며 "유족들은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20일 오후 4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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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 진실규명 늦어지면서 생긴 안타까운 '소멸시효'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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