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노동절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숙련인력 양성‧정주화'와 '사회통합 이민전담기구 설립' 등 다양한 정책을 요구했다. 경남이주민센터와 지역 14개 각국 교민회 대표자 모임인 경남이주민연대회의는 세계노동절을 앞둔 2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한국 사회의 변화하는 양상에 맞추어 정부 이주민 정책도 이민 정책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이 적극 발휘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모든 내외국인에게 평등하고 인권 친화적인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며 성명을 낸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 이들 단체는 "이주민의 증가 추세에 맞추어 단속, 규제, 동화주의, 단기순환취업, 저숙련인력 정책을 시대에 맞게 수용, 다양성의 정신으로 숙련인력 양성, 정주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저출생, 초고령 사회를 맞은 대한민국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이주민의 역할을 인정하여 사회통합적인 이민 전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단속으로 해결할 수 없는 42만 미등록 체류자 중 장기체류자를 합법화하여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또 이들은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지역 간 이동 금지, 계절농업노동자 확대, 불합리한 숙식비 공제 등 차별 정책을 중단해야 하고, 특정 국가 이주민을 혐오하는 스피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종차별금지법 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대한민국 이주민, 우리도 대한민국입니다" 세계노동절, 우리들은 고향에서 '메이데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메이데이가 법정휴일인 나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친구들에게 오월의 첫날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 눈을 부비며 일하러 가기 바쁩니다. 139년 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다 죽음을 당한 비극을 기리는 날이 메이데이입니다. 그 뒤 유럽은 20세기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하루 8시간 노동제, 주 40시간 노동제가 착착 자리를 굳혔다고 합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43.2시간을 일하고, 84.5%가 주 40시간 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통계청,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2024년 5월 기준 15세 이상 정주 외국인 1,010명 조사)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들은 139년 전 시카고 노동자들의 삶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제 또래 한국인이 없으며, 어쩌다 들어와도 힘들다면서 바로 나갑니다. 그렇게 한국인이 빠져나간 일터를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보호 장비도 없이 쇠를 깎는 공장에서, 아찔한 높이의 건설 현장에서, 위험한 조선소 사업장에서, 망망대해 어선에서, 24시간 문을 연 식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무리 오래 근속해도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며, 몸이 닳도록 잔업하지 않으면 고향 가족에게 돈을 부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대한민국 외국인 정책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위기에 처한 외국인 정책의 단적인 지표는 미등록 체류자 숫자입니다. 대한민국 미등록 초과체류자는 역대 최대로서 42만 명을 넘었습니다. 20여 년 전 미등록 체류자가 18만 명을 넘자 한국 정부가 부랴부랴 도입한 것이 고용허가제였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한국 정부는 단속이나 형식적인 자진출국 인센티브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국 국적 동포에 한해 수차례 미등록 체류자들을 구제하고 새로운 취업 정책을 마련했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5년 이상 장기 미등록 초과체류자만큼은 한국 사회에 동화된 사람으로 생각하여 구제해야 합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법무부한테는 몰아내야 할 '불법' 사람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성실한 이웃 주민일 수 있습니다. 이주민 270만 시대임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외국인을 언젠가는 떠날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정책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전문 단기 취업이 중심이고, 처음 외국인력을 들여오던 목적인 생산현장의 노동력 보완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주민이 더 이상 이방인이나 손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잠깐 도입한 인력이 아니라 지역 사회 시민으로 살아가고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해 주십시오. 우리는 사람이자 인격체로서 한국에 왔지, 노동력으로만 오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단속, 추방, 규제를 이제는 내려놓고, 이해, 수용, 소통으로 우리들을 대해 주십시오. 잠깐 일할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 영주할 사람으로서 이주민 정책을 바꾸어 주십시오. 새로운 외국인 정책으로, '차가운' 법무부 중심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모든 부처가 참여하여 외국인 정책을 도맡는 부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몇 년 전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을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이민청 논의는 다시 이어가야 하지만, 시민사회와 이주민의 요구가 대폭 수용되는 원스톱 기관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민청 논의의 틈을 타 규제 행정 관행을 벗을 수 없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의 힘이 커지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최대 걱정거리인 저출생, 고령화, 인구 감소, 지역의 인구소멸, 수도권 과밀 집중을 해소하는 문제의 해결을 이주민에게서 찾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야 평등에 뿌리 내린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고 인종차별 극복도 해낼 수 있습니다. 최근 만연한 특정 나라 이주민에게 까닭 없는 혐오 스피치가 행해지는 것이 단지 한때의 현상이기만을 바라지만, 대한민국에 인종차별을 막을 법이 없다는 것은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인종차별에 대응하고 내외국인의 평등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이민 정책이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올해 메이데이는 한국 사회가 큰 소용돌이를 겪거나 역사적 변화에 처해진 시대에 맞았습니다. 20년, 30년 전의 것을 그대로 이어온 대한민국 외국인 정책도 더 늦기 전에 새롭고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제2의 고향, 내 후손만은 당당하게 살아갈 나라로 생각하는 우리 이주민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씨줄과 날줄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우리는, 한국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일구는 데 앞설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이주민의 증가 추세에 맞추어 단속, 규제, 동화주의, 단기순환취업, 저숙련인력 정책을 시대에 맞게 수용, 다양성의 정신으로 숙련인력 양성, 정주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2. 정부는 저출생, 초고령 사회를 맞은 대한민국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이주민의 역할을 인정하여 사회통합적인 이민 전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3. 정부는 단속으로 해결할 수 없는 42만 미등록 체류자 중 장기체류자를 합법화하여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4. 정부는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자발적 이직 금지, 사업장 이동 횟수 제한, 구직 기간 제한), 지역 간 이동 금지, 계절농업노동자 확대, 불합리한 숙식비 공제 등 차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5. 정부는 특정 국가 이주민을 혐오하는 스피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종차별금지법 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2025. 5. 1. 경남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연대회의(14개 각국 교민회 대표자 모임 : 중국,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큰사진보기 ▲ 2024년 10월, 창원에서 열린 제19회 문화다양성축제 맘프. 윤성효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세계노동절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윤성효 (cjnews) 내방 구독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경남도 "남부내륙철도 착공, 수도권과 2시간대 생활권"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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