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뒤통수들이 일제히 까딱인다. 초보 엄마인 나는 용기를 내어 학부모 운영위원이 되었고, 종종 유치원에 갈 일이 생긴다. 오늘은 아이들이 식판 앞에 둘러앉은 모습을 보았다. "오늘의 점심 메뉴" 선생님이 말하면, 아이들은 따라한다. "오늘의 점심 메뉴" 바라보며 소리 없는 인사를 전하다가, 아이가 돌아보기 전에 그만두었다.
나라가 혼란하고, 경기가 나빠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로 안다. 당장 죽고 못살겠다는 사람도 왜 없겠는가. 나 역시 가계 문제와 대출 이자 문제 등을 안고 살아간다. 힘들어도, 너도 힘드니 힘들다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도 같다. '힘들다'는 표현이 바람 한 줌 마냥 사람을 통과해 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작지만 확실한 정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만 5세 유아 무상교육도 그중 하나였다.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유치원 무상교육은, 올해부터 만 5세 아동에게 적용되기로 되어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부터 단계별 시행계획을 알렸고, 학부모들은 해당 내용을 기준으로 기관을 선택하거나 예산을 계획했다. 유치원도 정부 발표를 근거로 재정을 편성하고, 학부모 부담금 인하 등의 조치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4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국고 지원 예산 2681억 원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육부나 기획재정부 모두 구체적인 시행 일정과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기대가 컸다. 절감한 유치원 교육비로 아이와 여행을 떠나야지. 체력적 여유를 만들어서 호수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야지. 국민의 요구를 국가가 조금이나마 수용한다는 느낌이 들면, 자연스레 희망이란 것은 생긴다. 그렇게 원아당 11만 원, 전국적으로 2681억에 해당하는 지원금은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국가가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었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 "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나라"라는 말이 빈 말이 되지 않으려면,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를 씻기며 말한다. "해월아,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야. 따뜻한 곳이야." 그 말을 하며 나 자신이 세상을 믿는 법을 다시 배운다. 아이를 향한 말이지만,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다.
세상은 아직 따뜻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국가도, 그 약속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달마다 11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면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 한 번 더 갈 수 있다. (만5세 무상교육·보육 즉각 시행에 관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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