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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 만들기의 허상… 실질적 생태 복원은 실종됐다"

바다식목일, 명분은 바다 살리기 실상은 보여주기식 행사

등록 2025.05.09 16:20수정 2025.05.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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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은 '바다식목일'을 맞아 전국의 동·서·남해와 제주 해역에서 바다 생태계 보호를 위한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해양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 보전 의식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바다식목일'은 201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며, 2013년 제주에서 첫 공식 행사를 한 뒤 매년 기념일 행사를 하고 있다.

형식에 머문 바다식목일, 실질적 효과는?

해조숲 해양수산부는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훼손된 연안생태계를 복원하고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했다
▲해조숲 해양수산부는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훼손된 연안생태계를 복원하고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했다 진재중

올해로 13회를 맞은 바다식목일 기념행사가 5월 9일, 경남 통영시 한산대첩광장에서 '바다숲이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현장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지만, 행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행사가 형식에 치우쳐 있으며, 실제 해양 생태 복원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원된 어업인, 공무원, 학생 등 제한된 인원만 참여하면서 행사 내용과 성과가 국민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행사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통영시 화삼리 일대의 잘피숲 복원을 목적으로 진행된 '잘피 이식 퍼포먼스'는 황토와 결합한 잘피 모종을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실제 해양 생태계 복원과는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어민은 "우리 같은 어민들이 바다숲 조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어디에 어떤 해조류를 심는지, 그게 수산 자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고,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면 관심도 더 커질 겁니다. 이제는 어민들 목소리도 좀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야말로 바다 생태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니까요"하고 불만을 제기한다.


양양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김영화씨 역시 "2016년 양양 수산항에서 바다식목일 행사를 할 때만 해도 바다숲 조성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해가 갈수록 행사의 의미가 퇴색하고 이제는 언제 행사가 열렸는지도 모를 지경"이라며 특히 이번 행사에 강원도 동해안은 아예 빠져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연의 리듬 무시한 복원"… 오히려 해조류 죽이는 식재


미역 끝녹음 5월 10일경이면 엽체의 끝부분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미역 끝녹음 5월 10일경이면 엽체의 끝부분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진재중

"해조류의 성숙기인 5월 10일에 맞춰 바다식목일을 지정한 배경에는, 눈에 띄는 단기적 성과를 중시한 보여주기식 접근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제는 퍼포먼스에 치우친 행사가 아닌,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을 되살리기 위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복원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바다식목일이 형식적인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해양 생태 복원의 날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물 다양성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식재, 장기적인 사후관리, 어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역별 생태 조사와 이에 기반한 복원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하며 포자 채취 시기, 수온, 해저 지형 등 기초 환경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바다숲 조성은 단순한 '녹색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조류 이식과 조사를 전문으로 한 업체대표는 해조류 식재 시기를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해조류는 종류마다 포자 방출 시기가 다르고, 해역별로 적합한 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식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부분의 해조류가 5월이면 생장을 마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심는 것은 생태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퍼포먼스는 많고, 실질은 없다"

 바다식목일, 유공자 포상
바다식목일, 유공자 포상 진재중
바다식목일 행사장 제 13회 바다식목일 행사가 열린 경남 창원시 통영
▲바다식목일 행사장 제 13회 바다식목일 행사가 열린 경남 창원시 통영 독자제공

하지만 정작 바다식목일은 해양 생태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여전히 '형식적인 행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행사 당일 해조류 모종을 심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일정이 끝나며, 이후 해조류의 생존률이나 해양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 포상 역시 실질적 기여보다는 형식적 안배에 가까워 보인다. 법정기념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포상 대상자의 기여를 면밀히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선정과 수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바다식목일의 의미도 살아나고, 진정한 성과가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태헌 서해5도연합인어업회장은 "바다식목일이 원래 취지대로 해양 생태계 회복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식재 이후, 이 해조류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바다 생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정부의 포상 제도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선을 던졌다. "포상도 일종의 '나눠주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바다를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뛰는 분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법정기념일에 걸맞은 기여를 한 이들에게 포상이 주어질 때, 그 성과도 자랑스럽게 여겨질 수 있겠죠"하고 바다식목일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강원 강릉 사천 어촌계 박성호 계장은 "해조류를 단순히 심기만 하고 사후 관리는 소홀해 실질적인 생태 회복 효과는 미미하다"며, "바다식목일이 진정한 생태 회복의 날이 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실천 중심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바다 생명도 사라진다"

다양한 해조류 동해안에는 해역별로 다양한 해조류가 분포하고있다,
▲다양한 해조류 동해안에는 해역별로 다양한 해조류가 분포하고있다, 진재중
해조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는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줄여줘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해조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는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줄여줘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진재중
다양한 해조류 해조류는 해양먹이 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1차 생산자로서 많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된다.
▲다양한 해조류 해조류는 해양먹이 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1차 생산자로서 많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된다. 진재중

푸른 바다 속 해조류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다시마, 미역, 김 등으로 대표되는 해조류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집이자 먹이, 산란처다. 하지만 최근 해조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는 곧 바다 생명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해조류는 바다의 생태계뿐 아니라 기후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자연의 탄소흡수원이다. 그런데 해수 온도 상승, 오염, 남획, 해조류를 갉아먹는 성게의 급증 등으로 해조류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에는 생명도 희망도 없다. 우리는 해조류 숲을 되살려야 한다. 해양 생태계 보전, 기후 대응, 어업 생계 모두가 이 일에 달려 있다. 해조류를 지키는 것이 바다를 살리는 길이다.

"바다 복원,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잘피군락지 잘피는 블루카본 핵심으로 주목받고있는 연안생태계의 건강성 지표로 여겨진다
▲잘피군락지 잘피는 블루카본 핵심으로 주목받고있는 연안생태계의 건강성 지표로 여겨진다 진재중

바다식목일이 '해양 생태계의 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의 바다식목일은 위기에 처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경고의 날이 되어야 하며, 해조류 몇 그루를 심는 것보다 바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해조류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며 해양탄소의 순환을 조절하고 기후변화에 기여한다
▲해조류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며 해양탄소의 순환을 조절하고 기후변화에 기여한다 진재중
바다숲 다양한 해조류와 해양생명들이 춤을 추고있는 바다속, 탄소를 흡수하고 미래의 식량을 제공할 공간이다.
▲바다숲 다양한 해조류와 해양생명들이 춤을 추고있는 바다속, 탄소를 흡수하고 미래의 식량을 제공할 공간이다. 진재중

#바다식목일 #해조류 #보여주기식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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