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지난 10년간 내가 했던 일을 전부 정리할 일이 생겼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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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애쓸수록 실패'로 달려갈 것이라 단정하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나부대는 생각의 나비들이 팔랑거릴 때마다, 입밖으로도 내뱉지 못한 그 계획을 누군가 듣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의 10년을 데이터로 정리하면서 나는 나의 '기억'이 다분히 부정적인 의도로 배치되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차란 란가나스 교수의 '기억하는 자아'에 대한 정의는, 내 삶의 태도에 전환점을 주었다.
지금 나는 '어떤 기억'을 쌓고 있나? 아무리 왕성하게 일을 하고, 성취를 누려도 '기억하지 못하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닌가?
내 두 아이들이 2살, 4살 이럴 때 전국 곳곳 심지어 해외까지 여행을 다녔으나, 사실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별로 없다. 먹이고 씻기고, 이동하고, 떼쓰는 애 훈육하느라 어디를 갔었는지 그때 내가 뭘 봤었는지 구체적으로 그 여행지에서 어떤 것이 새롭고 좋았는지 거짓말처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진을 자동으로 저장해 주는 구글 포토에서 5년 전 오늘, 6년 전 오늘을 띄워주면 가끔 신기하고 놀랍다. 생판 모르는 남의 육아일기 보듯이 보게 된다. 사진 속 아이들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그 사진 뒤에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구체적인 단어로 기억할 수 없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사람인 것만 같다.
인생의 이야기를 새로 구축할 시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상의 여유와, 여행지의 추억들도 많이 남게 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삶의 주요한 삶의 태도는 '인생은 원래 마라맛'을 외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요즘은 까먹는 일이 잦아졌다. 뭘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서도, 그 짧은 사이에 뭘 꺼내려했었는지 한참을 쳐다보게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 와중에 왜 외우려 하지 않은 1990년대 노래 가사는 하나도 안 까먹는 것인지를 답답해하다 이 책 '기억한다는 착각'을 읽게 되었다.

▲ 책목차
김연경
즉, 우리의 뇌는 모든 일을 '곧이곧대로' 순차적으로 기억하는 쪽으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어떤 기억들은 삭제하고 또는 의도적으로 남기는 쪽으로 발달했다. 그래서 저자는 기억이 '기억 보관소가 아니라,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축'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이제 파편 같은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서 내 인생의 이야기를 새로 '구축'할 시점이다.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장르는 스릴러일지, 로맨틱 코미디일지, 액션물 일지 예술 영화일지 초 단위로 넘어가는 삶의 한 조각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며 만들어봐야겠다. 지금부터 내 기억이 '결정'하는 인생 2막은 어떤 결말이 되려나...
PS. 특히, 목차가 이렇게 와닿는 책은 처음이다. 첫 1장부터, 제목이 '내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니.
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김영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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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통번역사, 인디 성우로 일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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