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변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윤석열이 잠시 석방되었을 뿐 탄핵심판을 받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내란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 결정만이 무너진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대회를 통해 헌법수호의 가치와 의미, 계엄과 인권침해 문제,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의 필요성 등을 밝히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정민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 대통령 파면 사례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헌신 결실을 맺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낸 과정에서 민변은 '윤석열퇴진특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일원으로서, 법률 조력과 현장 대응을 담당하며 시민들의 권리 보장에 앞장섰다. 민변의 '윤석열 퇴진특위 집회시위지원단'은 비상행동이 주최한 모든 집회에 인권침해감시단으로 참여하여, 경찰의 집회 제한 및 금지 통고에 대한 법적 대응, 집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 보수단체 참여자들의 과격 행위로부터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 보호, 집회 중 발생한 연행자들에 대한 접견 및 사후 형사 대응 등을 수행하였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4일 동안 여의도, 한남동, 광화문 일대에서 비상행동 주최의 총 67회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수만에서 수백만 명까지 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 과정에서 민변의 인권침해감시단은 평일 평균 10여 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참여하였고, 규모가 큰 주말 집회와 탄핵 가결과 윤석열 구속 취소 등의 큰 사건이 있던 경우 50여 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현장을 지키며 집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전체 기간 동안 참여한 변호사의 연 인원은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민변의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사단은 윤석열 정권이 슬슬 집회의 자유의 탄압을 시작하던 2023년 중반 논의가 시작되었다. 초대 단장 권영국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 하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한시적인 이슈몰이가 아닌 더욱 지속되고 노골화될 것이라 예상하였고, 이에 대해 민변 차원의 대응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변호사단이 결성되었다.
변호사단의 집회 과정 대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집회 준비 단계에서는 경찰이 집회 및 행진 장소 확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통고를 내려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신속히 진행하여 적극 대응하는 사전적 법률대응과, 실제 집회와 행진 현장에서는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 및 기타 인권침해 행위를 면밀히 감시하며 이를 예방하는 현장대응 활동, 집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연행자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도 효과적인 접견 지원을 제공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 등 사후 법적 절차에서도 법률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장연 지하철 행동에 교통공사의 물리력 행사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한 법률적 대응의 연구 등을 행한 연구팀,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는 언론대응활동까지 함께하였다.
변호사단은 출범이후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는 집회에 인권침해감시단을 운영하여 행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 등에 대처하며 대응력을 다져 왔다. 그렇기에 민변 윤석열 퇴진특위의 집회시위지원단으로 전환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고 맡겨진 역할을 큰 혼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에 대한 열망이 몇 배로 광장에 모이는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할 점들도 있었다.
비상계엄 이후 경찰의 집회에 대한 제한·금지 통고가 매우 급작스럽고 촉박한 시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에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내부 조직을 효과적으로 개편하였다. 또한, 이전의 대응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비슷한 상황 발생 시 빠르게 참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아울러 인권침해감시 활동이 단순히 법적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안전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확히 밝히는 '집회시위지원단 활동 지침'을 제정하였다. 변호사들의 존재가 시민의 항의 의사와 집회의 자유가 경찰이 요구하는 형식적 준법의 틀에 묶이는 데 오용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집회의 빈도와 참여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지원단은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집행부의 인력을 크게 확대하였고, 일자별, 시간대별, 장소별 특성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운영을 도모하였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신속하고도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신구 조화를 꾀하여 팀을 구성하여 선배들의 경험과 후배들의 열의가 함께 빛을 발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탄핵반대 집회' 등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과 그로 인한 시민 연행 상황에 대비하여 기존의 접견당직조를 확대 개편하여 새롭게 가입한 집회시위지원단 소속 변호사들을 추가로
배치함으로써 긴급한 사안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의도와 남태령, 한강진, 광화문까지 퇴진집회가 진행될수록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민변의 변호사들의 노란조끼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67회의 윤석열 퇴진 집회는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서 법적 조력을 넘어 시민들이 열망을 표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현장에 하나되어 동지로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었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하고, 직업적 양심, 전문가 윤리를 저버린 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키거나 더 큰 자리를 탐하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하게도 한다. 살면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이라는 자조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세기만의 계엄 앞에서 사람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총부리를 막으러 새벽에 뛰어나온 사람들, 부당하게 주어진 임무 앞에서 주저한 군인들, 단 하루도 좌절하지 않고 더욱 더 광장으로 나와준 시민들의 장대한 물결. 업무와 일상에 빠듯함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서로를 안타까워하며 노란 조끼를 입고 자리를 지킨 동료 변호사들. 이 봄은 모두들 조금씩 변하고 조금씩 발전하여 스스로 역사가 된,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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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일간의 기록, 민변 '노란 조끼'가 지킨 집회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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