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촛불집회 무대에 선 김선희씨(촛불행동 생중계 영상 캡쳐)
촛불행동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윤석열의 폭거
"건폭(건설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 2023년, 노동조합이 사측에 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엄연히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노조의 정당한 채용 요구를 '채용 강요', '공갈', '협박' 등으로 몰고 가며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건설노동조합(아래 건설노조)을 단속하였다. 사무실을 22차례나 압수수색 했고 2200여 명을 소환조사 했으며 지금까지 총 42명을 구속했다(2025년 4월 현재, 민주노총 건설노조 취합).
경찰, 노동부, 광역수사팀이 건설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며 현장 소장들을 압박하고 노조에 불리한 진술을 받아냈다는 증언도 있었다. 노조와의 교섭 과정을 '협박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술이 바뀌어있는 경우도 많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관련 기관들의 무리한 조사와 자료 요구에 시달리게 된 건설회사들은 노조를 피했다. 한편 정부의 폭압에 적극적으로 편승한 건설사들의 경우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교섭 자체를 거부하여 노조원들을 채용에서 철저히 배제하기도 했다.
윤석열의 '건폭 몰이' 이후 건설 노동자들의 처지는 급속도로 열악해졌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5월 1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들의 실업률이 44.6%에 육박하고, 절반 이상의 조합원들이 탄압 이후 일당 삭감, 노동시간 증가 등 노동환경이 후퇴했다고 답변했다. 노조원 신분을 숨긴 채 구직한 경우가 60%에 달하는 조사 결과는 건설노조가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노조를 한 후)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 - 고 양회동 열사
고 양회동 열사 건설노조는 건설자본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건설노조의 활약으로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의 삶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건설업에서는 공사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채용과 해고가 반복된다. 일용직 형태의 고용이 87.4%, 근무 기간은 연평균 220일로 노동자들이 1년 중 3개월가량이나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채용 과정 역시 인맥이 67.2%를 차지했는데, 채용 공고를 통한 공정하고 정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야지(팀장)'를 통해야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통계수치들이 '건폭 몰이' 전, 2022년의 조사 결과라는 점이다. (통계청,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 결과)
건설사들은 건설비용을 아끼고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최저가 낙찰을 통해 서너 단계의 하청을 주어 공사를 진행한다. 2021년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산빌딩 붕괴 사고의 경우, 최초의 단위 면적당 공사비는 28만 원이었으나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가장 말단에 있는 하청업체가 받는 공사비가 4만 원으로 줄었다. 줄어든 비용에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들은 공사 기간을 줄이고, 자재를 줄이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인다. 이러한 시공 관행은 당연히 건설의 안전과 품질을 떨어뜨리고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1조 5850억 원에 달한다. 건설노동자는 체불임금의 반이라도 준다는 사장이 있거나 값싼 노임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처지이다. 10시간을 넘는 노동을 견디며 주말도 없이 소처럼 일해야 하고, 집과 가족을 떠나 전국을 전전하며 일해야 하는 것이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건설회사가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해 놓지 않아 추락사하는 등 작업 중 희생되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건설업 종사자들이다.
건설노동조합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이런 건설 현장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다단계 하청 구조 해결, 비리 근절, 건설 노동자 고용 안정, 8시간 근무, 임금 협약, 인력 관리와 전문적인 기술훈련 등을 위해 애를 써왔고 그런 노력의 결실이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 전체로 점차 확대되는 과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 건설노조의 활약에 제동을 걸어 건설자본의 숙원인 '건설노조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윤석열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칼춤을 춘 것이다.
양회동 열사가 지키려고 했던 '자존심'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 양회동 열사의 자존심은 깨끗한 양심에 따라 선택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헌신해 온 노조 활동에 대한 자부심이자 긍지일 것이다. 동료들은 양회동 열사를 하나같이 '어려운 일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천막 농성을 하면 항상 제일 먼저 "제가 남겠다"라고 자청하고, 자기 당번이 아닐 때도 나와서 지켰다. 2년 동안 8만여 킬로미터를 이동할 만큼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노조 일정과 현장 사업을 하느라 밥 먹듯이 끼니를 거르던 사람이었다.
노조원들의 일자리 창출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본인은 일을 못 하면서도 팀원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의 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 교섭을 하러 가서 노조라는 이유로 온갖 냉대와 멸시를 받을 때도 큰소리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같이 교섭을 다녔던 동료의 회상에 의하면 '제발 우리 조합원 좀 써 달라' 절절히 부탁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공갈 협박범'이 된 것이다.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기가 찬 노릇인가.
"형님 저 노조 바르게 열심히 했죠?" 열사가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곁에 있던 동료에게 한 얘기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떳떳하게 살아온 자신의 발자취를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그토록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 2023년 5월 1일, 분신직전 양회동 열사의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양회동 열사가 꿈꾸던 세상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양회동 열사가 자신의 목숨을 바칠 만큼 그토록 절실하게 바랐던 세상은 특별한 모습이 아니었다. '어이, 김 씨!'로 불리는 노가다꾼이 아니라 당당한 건설노동자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세상,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만큼 열심히 일하고 나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는 현장,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일자리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직장…. 모두 지독히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그러나 그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에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강렬한 지향이 담겨있다.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높은 꿈이 담겨있다. 열사의 그 강렬하고도 절실한 바람은 '못된 놈' 윤석열 때문에 철저히 깨지고 짓밟혔다.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끝장내고, 세상을 바꾸려면 윤석열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는 생각, 그 일념을 위해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자신의 목숨을 서슴없이 바쳤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아내와 살아갈 힘을 주던 아이들을 뒤로한 채.
"당신 원하는 대로 됐네." 유가족 김선희씨는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되던 순간, 양회동 열사와 마석 모란공원에 함께 있었다. 혼자서 그 소식을 듣게 될 남편의 곁에 있어 주고 싶었다. 윤석열이 파면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기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리라 생각했다. 파면 소식은 기뻤지만 유가족은 그래서 그 기쁨의 크기만큼 아팠다.

▲ 4월 4일, 양회동 열사 묘소에서 참배하는 김선희씨
정주희
열사의 바람 중 '윤석열 퇴진'은 실현되었지만 아직 그가 바라던 세상은 오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모든 만행을 철저히 조사하고 단죄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에 대해 진상조사하고 책임자를 엄하게 벌해야 한다. 양회동 열사의 분신은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수사를 한 국가권력에 의한 타살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건설노조의 활동이 위법한 일이 아니라 정당한 노조 활동이었음을, 건설노조는 건폭이 아니라 건설산업의 오래된 악습과 싸우며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명예로운 조직임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내란 수괴는 파면되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내란세력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을 뿌리 뽑는 일이 이 모든 과제를 실현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양회동 열사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끼를 입고, 가장 빛나는 무언가를 손에 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광장에 섰을 것이다. 아니, 이미 양회동 열사는 촛불국민과 내내 광장에 함께 있었고 앞으로도 함께 울고 웃으며 영원히 광장을 지킬 것이다.

▲ 이불밖그림 박근하, <촛불 정신이여!>, 2023
박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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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들이 꿈꾸던 '당연한 삶'... 양회동이 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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