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호탐사대 조사 중인 안창현 님
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
- 창현 님은 다이빙하면서 영상 작업을 하시던데 어떻게 바닷속까지 촬영하게 되었는지, 카메라는 창현 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이빙을 위해 오픈워터라는 자격증을 수료받는 여섯 번의 다이빙 실력으로 필리핀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갔어요. 심지어 수중카메라도 샀고요. 바닷속 현장 그 장면을 찍고 싶은 갈망이 있었거든요. 찍고 난 후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그 당시의 상황이 다 기억나요. 몇 년 전에 누구랑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생각나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켜고 물속을 나올 때 카메라를 끄는데, 그 영상을 같이 간 팀원들과 나눌 때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다이빙을 하다 보니 바닷속 장면이 너무 귀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만 아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카메라로 찍어야 했어요. 함께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찍어주면 너무 고마워했고요. 하지만 해외 다이빙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코로나가 시작되어 시간이 날 때마다 서귀포 바다만 들어갔어요. 제가 현재 800 로그 정도 했는데 섶섬, 문섬, 범섬 바다만 각각 200 로그씩 했을 거예요. (여기서 1로그는 보통 1번의 다이빙을 의미한다.)"
- 서귀포 앞바다에 들어가서는 무엇을 보셨나요?
"다이빙 초기엔 산호에 대해 잘 몰랐어요. 문섬, 범섬 벽에 노란색, 빨간색으로 데코 된 느낌 정도였죠. 바닷속에서 하늘거리는 감태도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시야를 가린다는 생각이었고요. 감태가 너무 많으니까 거기서 큰 물고기가 나와 나를 덮칠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를 짚어야 하는데 감태밭 때문에 안 보이니까 겁도 나더라고요."
- 지금 '감태밭'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정도로 감태가 많았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제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바다에 들어갔을 때 바닷속은 감태 숲이었어요. 보통 5월이 되면 다이빙 샵들이 문을 열어요. 바다의 수온이 16도나 17도 될 무렵 바다에 들어가거든요. 제가 파란을 만난 게 2023년인데요. 그해 5월 말 수온이 18도가 되는 거예요. 1.5도에서 2도가 오른 거죠. 그 바다에 들어가니 미역이나 감태들이 태풍에 찢긴 깃발처럼 마구 찢겨 있는 거예요. 아, '저런 모습을 녹는다고 하는 거구나' 알게 되었어요.

▲ 녹아버린 감태의 모습
안창현
문섬 쪽은 조류가 강해서 휩쓸리지 않으려면 뭔가를 잡아야 하는데 바위를 잡으면 손을 베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감태 뿌리를 잡아요. 그런데 2024년쯤에는 감태 뿌리를 잡으면 뿌리가 그냥 뜯겨 버리는 거예요. 저는 감태 뿌리가 뜯긴다는 상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저희 어머니를 비롯한 해녀들은 테왁의 닻을 감태 뿌리에 걸었거든요. 그만큼 감태 뿌리가 튼튼했단 말이에요. 이젠 수온이 높아지면서 감태 뿌리의 힘도 약해졌더라고요."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산호탐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호탐사대 활동을 통해 창현 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탐사대 활동을 하면서 바다가 그 이전의 바다와는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산호가 동물이란 것도 알게 되고, 섬의 벽에 붙은 그저 데코였던 산호가 알고 보니 종류도 엄청 많고 각각 이름이 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매번 산호탐사대원을 위한 세밀한 교육이 있어서 산호의 현재 상태, 그리고 산호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알게 되었죠.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 없던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무엇이 산호와 해조류를 변하게 하는가, 그 요인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작년에 산호탐사대 활동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일부의 발표를 맡았어요. 엄청 떨리긴 했지만 그렇게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서 바다의 변화를 알린다는 사실이 뿌듯하더라고요. 아직 부족하지만 산호탐사대원들과 함께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을 통해 제주 바다의 산호와 해조류 같은 바다 생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 지난 2023년 산호학교 수료식에서
안창현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김춘수 시인의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름을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산호에 대해, 바다에 대해 더 알면 좋겠어요. 그러면 바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긴 시간, 소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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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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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지는 톳... 해녀 아들이 제주 바다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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