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5.04 13:31수정 2025.05.04 13:3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0명대 출산율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나라, 대한민국. 이 땅에서 나는 프리랜서 산모 케어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피부관리사다.
사실, 이 일을 하려고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피부미용 국가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두 명의 아들을 키우는 나는, 그동안 양육에 집중하기 위해 비교적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일만 해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덧 손이 덜 가는 초등학생이 되자, '이제는 돈 들어갈 일만 남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케어를 받는 일이었다. 경락, 지압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나는 강한 압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아로마테라피를 받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그리고 노후에도 아로마테라피는 나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건강관리법일 것 같았다. 그래서 피부관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미용학원에 등록한 후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단번에 합격했을 때의 뿌듯함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자,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나이와 경력 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설렘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신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이후 매일같이 구직 사이트와 미용업 종사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정보를 모으고 일자리를 찾았다. 그렇게 찾은 일자리 유형은 두 가지로 좁혀졌다. 피부샵과 병원이었다. 요즘은 성형외과나 피부과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안과, 한의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서도 피부관리사를 채용해 치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나처럼 나이 많고 경력이 없는 사람이 피부샵에 들어가긴 쉽지 않았고, 병원에서 늦게까지 근무하는 것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내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피부관리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 고민은 쉽지 않았다.

▲피부관리사의 손길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피부관리
픽사베이
그러다 문득, 출산 직후 힘들어했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첫째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시절. 모든 면에서 돌봄과 쉼이 절실했던 초보 엄마였던 그 시절. 아마 그때가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고, 케어와 회복을 누구보다 갈망하던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 산모 홈케어 전문가'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접이식 베드와 온열기, 각종 준비물을 담은 큰 가방을 들고 예약된 집을 찾아가야 한다. 출산 직후의 산모들은 외부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케어 매니저를 무척 반가워한다.
산모들의 첫인상은 대부분 우중충한 먹구름을 안고, '초보 엄마'라는 딱지를 단 채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본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한 채 지친 생활을 이어가던 그 시절을 알기에, 나는 나의 손길을 통해 그들에게 편안함과 회복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내 목표는 단 하나다. 산모가 조금 더 여유 있는 얼굴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표정에 생기가 돌고, 다시 일상을 기대하게 되는 것. 케어 이후 웃으며 다음 방문을 예약할 때의 그 미소는, 내 삶의 큰 보람이다.
그 보람이 쌓일수록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진다. 동시에, 우울했던 나의 초보 엄마 시절의 상처도 함께 치유되어감을 느낀다. 지치고 피곤한 우리네 삶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인구 소멸 위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이 시국에, 나는 이 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몸은 힘들지만, 특히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은 이 사회 속에서,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생명의 잉태와 출산은 결코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을 진정한 '희망'으로 받아들이려면, 편리함보다는 돌봄과 수고가 더 큰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 생명을 부끄럽지 않게 맞이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글쓰는 피부관리사, 피부 심신 회복 전문 아로마 테라피스트. '느리미'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
공유하기
희망을 만지는 일, 나는 산모 케어 전문가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