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5.04 11:20수정 2025.05.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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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 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의사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 의사라 한다."
요즈음 내가 읽고 있는 책 <닥터 노먼 베쑨>에서 인상 깊은 대목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내 일기장에 위의 말을 이렇게 고쳐 보았습니다. "지식을 가르치되 제자를 돌보지 못하는 선생을 작은 스승이라 하고, 제자를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선생을 보통 스승이라 하며, 지식과 제자,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모두 고치는 선생을 큰 스승이라 한다"라고.
이렇게 고쳐보니 나는 작은 선생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지식은 제대로 가르쳤는지, 혹시 돌보지 못한 제자는 없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는 40여 년 교직 생활이 나를 불러냈습니다. 잘한 것보다 잘못한 일은 없는지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모르게 됩니다. 가르치는 자리에 함부로 서면 안 된다는 엄중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국가적인 불행 속에서 발견한 우리 사회의 큰 스승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어른 김장하'의 모습은 단연코 큰 스승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직업적 사명을 다 하면서 얻은 수익금으로 학교를 세워 국가에 헌납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학 비리가 넘치는 이 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그의 행보는 더욱 빛이 납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가난으로 학업을 잇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나라의 인재를 육성한 사실 또한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성공하여 찾아온 제자에게 "나에게 갚을 것은 없다. 갚을 것이 있다면 이 사회에 갚으라"는 정언 명령은 그야말로 감동적인 대사입니다.
나라가 혼란할 때 영웅이 나타난다 하였는데 그는 영웅을 넘는 시대의 큰 스승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질병을 돌보고 사람을 돌보았으며 사회를 돌본 큰 스승, 김장하의 모습은 탄핵 정국에서 만난 최고의 감동이어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노먼 베쑨은 캐나다 출신 의사로 자신의 직업에 투철한 사명감과 열정을 쏟은 실제 인물입니다. 그 자신이 결핵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서 회생한 후, 오직 환자의 아픔에 동참하는 삶을 전개합니다. 환자의 발생은 가난한 사회 구조임을 알고 사회 문제에 까지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스페인, 중국으로까지 들어가서 항일투쟁과 의료 활동을 펴면서 슈바이처 못지않게 존경받는 의사로서 49세의 나이로 아깝게 생을 마칩니다.
자신의 앞가림만 하는 그런 직업인이 아니라 세상을 보다 넓고 크게 바라보며 자신의 그릇을 닦고 키워 가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위대한 선각자가 보여준 삶의 행로를 읽으며 느끼는 부끄러움과 자책, 반성과 각오가 나를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그 감동을 글로 남기고 거듭거듭 읽으며 내 마음에 일렁이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습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저 시내처럼, 그 작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소리가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분교 아이들에게도 자신을 닦고 기르는 독서 활동을 많이 하게 했던 시간들. 그들의 꿈이 푸르름을 자랑하던 피아골의 뒷산처럼, 교실의 높이보다 더 자란 소나무처럼,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희망도 날마다 커 가던 그때, 산골 분교는 살아남기 위해 날마다 꿈을 꾸던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농어촌 학부모님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인 방과 후 교육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교생 바이올린 배우기, 3학년 이상 사물놀이 배우기, 핸드벨 배우기, 다양한 체험학습 전개로 역동적인 학교로 가꾸어 그 고장의 자랑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가진 조건이 불리해도 살아남아 이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기를 바라며 선생님과 학부모, 아이들 모두 행복한 참살이 학교(웰빙 학교)임을 자부하게 되었던 시간들.
새소리 아름다운 조용한 아침 시간에 좋은 책을 읽으며 흙 냄새를 친구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연곡분교장의 작은 천사들이 최고의 스승인 자연 속에서 위대한 책으로 그들의 삶의 이정표를 세우기를 책과 함께 빌었던 시간들이 오래된 흑백 사진처럼 가슴에 남았습니다.
가짜가 어른 행세하는 나라
요즈음 이 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나라의 큰 스승이 이렇게나 없는 건지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국민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던 무능력한 대통령은 파면되고도 반성조차 없습니다. 한술 더 떠서 내란 동조범들과 결탁하여 부활을 꿈꾸며 준동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원만하게 치르도록 노력하겠다던 한덕수 대행은 자리를 박차고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까지 했습니다. 내란을 막지 못한 죄를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온 나라를 들쑤시고 다니며 부아를 돋웁니다. 내란을 도운 공범의 의혹을 받는 최고위층 공무원이 이 정도인 나라였다니!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부터 최대한 국익을 생각해야 할 국가 경제의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마저 사표를 내던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탄핵의 고리를 떨쳐내기 위해서인지, 한덕수의 뒤를 따라 가서 한 자리 얻을 셈인지. 급기야 서열 4위인 교육부총리가 대행 자리를 맡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으니 세계적인 사건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나락이 아니라 절벽으로 가는 중입니다.
이주호 대행은 대통령의 업무에다 국군통솔, 경제 문제, 선거 관리, 교육 문제 등 산적한 국정 전반을 챙기는 1인 다역의 역할을 해야 하는 슈퍼맨이 되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의 능력이 높게 평가된 적이 없으니 그 또한 걱정입니다. 교육 문제 만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높은데! 그동안 그가 보여준 리더십이 있기나 한 건지.
더욱 놀라운 것은 대법원까지 내란 세력의 카르텔이 지배하고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는 상황입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유력한 대선 후보자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파기환송은 그야말로 핵폭탄급입니다. 어쩌면 대통령 탄핵과 파면을 부르짖던 때보다 더 심각하여 잠이 오질 않습니다. 사법부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사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는 나라의 큰 어른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를 책임지는 큰 스승의 책무를 다해야 하는 엄중한 자리이기에 그들에게는 권력과 권위, 명예가 뒤따릅니다. 그들은 일개 시민이 결코 아닙니다. 최고 학부를 나와서 지식인을 넘어 지성인으로서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보여준 현재의 모습들은 너무나 한심하고 실망스럽습니다.
세상과 사회를 고치기는커녕 아주 말아먹고 있는 이 나라의 고관대작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세계 역사를 뒤흔들고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나치 독일의 원흉인 히틀러를 마지막까지 도와주고 옹호하며 위법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해친 것은 나치 독일의 판사들이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강한 법의 잣대로 정의로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했습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이 나라의 마지막 보루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들이 악의 편에 서서 부당한 권력의 칼잡이가 되어 이 나라를 혼돈의 늪으로 빠지지 못하게 막는 일은 이제 권력도 명예도 없는 나와 같은 들풀의 연대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가 풍전등화임을!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는 가짜 뉴스를 물어 나르는 바퀴벌레들에게 진실의 힘을 실은 보이지 않는 싸움의 대열에 나서서 어깨가 아프도록 싸우는 중입니다.
탄핵의 강 앞에서 보낸 불면의 밤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깨어 있는 우리들이 나라의 큰 스승들을 불러낼 때입니다. 지금은 찬란한 아침이 오기 전의 깊은 어둠임을 굳게 믿습니다. 세상을 고치는 이 시대의 큰 어른들의 목소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희망의 촛불을 들고 이 어둠을 가를 뜨거운 가슴으로 오늘도 광장으로 나가는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지음, 천희상 옮김,
실천문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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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