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건물의 전력량계.
연합뉴스
전라남도는 2030년까지 23.2기가와트에 달하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에너지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재원은 신안 모델과 같은 REC 가중치다. 이 비용은 연간 7000억 원에서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이용률 및 REC가격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35년까지 29.9기가와트가 추가되는데, 이렇게 되면 필요 재원은 두 배가 된다.
이재명 후보의 계획대로 신안 모델을 전국화한다면 어떨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태양광은 23.7기가와트, 풍력은 15.3기가와트를 더 설치해야 한다. 2038년까지는 태양광 55.2기가와트, 풍력은 40.7기가와트가 추가된다. 간략히 추계해 보자면 현재가치로 연간 3~4조 원의 재원이 요구될 수 있다. 이는 한전 연간전력구입금액의 4~5%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현 전력산업기반기금 규모(전기요금의 3.2%)를 넘어서는 추가적 요금 인상 요소가 매년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재생에너지 사회계약'으로 일컬을 일이다. 국민들의 전기요금 추가 부담을 기반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많이 유치하는 지역에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다. 과연 이런 방식이 다수 시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까? 앞으로 20여 년간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은 수백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요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전 누적적자가 200조 원을 상회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를 크게 웃도는 단계에서 대규모의 추가적 부담을 설정하는 정책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초기 단계 해상풍력의 사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평균 전력판매가격의 2배 이상(2023년 전력평균구매단가 144원/kwh, REC 가중치를 고려한 고정식 해상풍력발전의 단가는 300원/kwh 이상)을 전력구매자가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다 REC 추가가중치까지 활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기본소득까지 지급하는 건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수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은 올라가는데, 발전사업자나 금융기관에 대한 이익 공유는 제한적인 제도를 고수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에너지 수요 관리와 화석연료 사용 제한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다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담금을 확대하기보다는 탄소배출원에 탄소세(Carbon Tax)를 부과하고, 재원의 상당액을 재생에너지 투자에 활용하거나 탄소배당 형태로 오른 에너지 가격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국민들을 지원하는 방식이 정합성이 있다. 빠르게 재생에너지의 생산 단가를 낮추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를 달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형성함으로써 화석연료 전원을 밀어내는 전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속도로 확대되어 REC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다면 여기에 연동되는 햇빛·바람연금의 수익도 하락한다(재생에너지 공급이 늘지 않으면 햇빛·바람연금도 늘지 않는다). 즉 현재의 신안 모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순간 '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유효성이 크게 감소하는 과도기적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기본소득 수준을 유지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일정 수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즉 'K-엔비디아' 국부펀드의 지향처럼 다수 국민에게 수익을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건 태생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익공유의 이면도 보아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리 모두의 것'인 바람과 햇빛에서 나오는 편익을 사회 구성원들이 온전히 누려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전통적인 시장자유주의자라면,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시장에 공급하고, 자연스럽게 연관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고용과 부가가치가 늘어나고, 여기에 정부가 조세를 거두어 공공의 복리를 높이는 것이 사회적 편익의 실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인프라 투자의 '낙수효과'는 충분치 않으며, 다수의 시민들을 극단적으로 소외시키며 특정 소수의 이익으로 집중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사적으로 소유될 수 없는 공유부(Commons)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는 사업이라면, 공공의 투자와 지원으로 사업성이 형성되는 분야라면, 현행 조세체계를 뛰어넘는 개발이익의 공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두고 이익공유제 논의가 활발한 이유다.
다만 이런 이익공유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 햇빛·바람연금 모델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추가소득을 제공하면서도 개발자본의 반발을 최소화시킬 수 있지만, 전력구매자의 부담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 개발이익의 공유라는 이익공유제의 목표와도 거리가 있다. 과도기적으로 REC 가중치를 지역사회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는 인센티브로 기능하게끔 그 수준을 조절하면서 사업자들의 개발이익을 실질적으로 공유하는 모델로 나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덴마크처럼 정부가 사업의 지분을 취득해 배당을 받거나, 제주도와 같이 발전사업의 영업이익 또는 매출의 일부를 가져가는 약정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도 있다. 개발이익을 나눈다는 점에서 이익공유제의 본질에 부합하지만, 일부는 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고 이익공유의 수준과 시장 여건에 따라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할 우려가 있다. 사업자의 초과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사명을 놓치지 않는 설계가 중요하다.
공공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익을 공공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대한민국 발전공기업이 사업운영과 자금조달을 수 기가와트 단위로 대규모로 해낼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이 '땅짚고 헤엄치기'나 '노다지'로 인식되고 있는 듯한데,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고 변동성은 확실히 매우 크다. 해외와 민간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역량을 형성하면서 견실하게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순서일 수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이지만, 이재명 후보의 제안이 바람직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방식에 대한 사회적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투자 규모만 300조 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대한민국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산업투자다. 이를 어떤 모습으로 조직하는지에 따라 시민들의 삶과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탄소중립을 이뤄야 할 2050년의 우리는 2025년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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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햇빛·바람연금' 따져보니...나라 운명 바꿀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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