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인생의 생로병사를 겪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등록 2025.05.07 09:36수정 2025.05.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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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 시점은 모두 일치한다. 결혼을 약속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럼에도 헤어질까 고민한 시점, 이런 상황에서 난임 병원을 다니는 게 맞는가를 고민한 시점, 나름 화목했던 우리 가족이 단절된 시점, 오랫동안 문제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다닐까를 고민한 시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살아야 될까를 고민한 시점 말이다.

다행히도 부모님께서는 훌륭하신 요양보호사님들의 도움으로 주간보호센터에 힘겹게 적응해 주셨고, 우리 가족은 조금씩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모두의 노력으로 부모님께서 예전과 비슷하게 일상생활을 누리게 되고, 우리 가족이 다시 상처를 보듬고 화합했다고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여전히 부모님의 치매는 진행중이고, 우리 가족은 분열된 채, 각자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돌아온다. 아무리 치워도 엄마는 계속 쓰레기를 주어오고, 아무리 세탁을 해도 아빠의 배변 실수로 악취가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와야지, 더 하고 나왔다가는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질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이 모든 벽에 갇혔다고 느꼈을 때 꽉 막힌 벽을 두들기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나 남편에게 우리 집안 문제에 대해서 넋두리를 하는 것도 한두 번이고, 서로 마음에도 없는 거친 말을 주고받던 가족과도 어느덧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지 몇 년이 흘렀으니까.

그러다가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지푸스의 신화 속 바위를 밀어내는 형벌처럼 느껴졌던 나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책과 글쓰기가 과연 무슨 힘이 있을까'라고 의심되는 시대에, 도파민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영상의 시대에 오히려 글을 통해 치유 받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을 꾼다. 글을 쓰는 재능도 의심스럽고 글쓰기가 고통스러워서 머나먼 길을 돌아갔던 작가 지망생이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이 치매로 무너져가고, 부모님이 무너져갈수록 사랑했던 가족 관계는 더 빠르게 무너져가는 모두의 치매 가족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과 가족을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인생의 생로병사를 겪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가 계절이 바뀌듯이, 어느 순간 해가 반짝이듯이 그렇게 다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작가 지망생의 치매 이야기는 벽에 갇힌 자신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도 자신만의 이야기에서 성공한 작가가 되었으면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치매 #가족 #작가지망생 #벽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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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글을 읽는 삶을 꿈꿉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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