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마용주, 박영재, 신숙희, 권영준, 오석준, 이흥구, 조대희, 오경미, 서경환, 엄상필, 노경필, 이숙연.
사진공동취재단
둘째,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유권자 선택에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유권자가 스스로의 선호에 따라 '대표'를 선출하는 핵심적인 기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집합적인 결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의 중요한 논란에 대한 판단기제로서 갈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기하는 것이 선거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다.
이번 결정은 선거국면을 극도의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적인 선택권을 법률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대선 경쟁에 나설 정당의 후보가 결정된 상황에서 나온 대법원의 판결이 후보자격 상실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까닭에 유권자들은 선택에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의 행위와 자질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일차적으로는 유권자의 몫이며, 공적인 결정은 무엇이든지 간에 유권자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국면을 뒤흔드는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의 지극히 상식적인 작동방식에 직접적인 균열을 가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
셋째,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치열한 선거경쟁 속에서 유권자들이 판단을 위한 정보를 수집, 평가해야 하는 선거과정 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권자의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정당과 후보가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유권자가 판단함으로써 정치공동체의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다. 때문에 선거는 공동체가 처한 제(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정당과 후보가 이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 판단의 근거로 작용할 경우에만 제 기능을 한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선거에서 마땅히 제기되어야 할 다양한 사회 현안들의 논의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으로 축소시켰다. 중요한 선거이슈는 사장되고 한 쪽에서는 사법피해자로서의 억울함을, 다른 한 쪽에서는 법치의 존중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불평등, 기후위기, 인공지능기능에 따른 산업구조재편과 노동문제 등과 같은 거시적인 현안과 함께 정치적 양극화의 완화, 트럼프발 세계질서의 재편에 따른 우리의 대응,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 대한 해법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선거에 미친 악영향은 더더욱 안타깝다.
그간 우리 사법부는 국가를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으로서 사회의 균형추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검찰이 법치의 집행자가 아닌 정치적인 도구로서 전락해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인 데 반해, 법원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중한 결정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전히 신뢰도가 높은 공적기관으로 역할을 해 왔다. 국가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고 모두 합심하여 최선을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현실에서 이번 사법부의 결정이 안타까운 이유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기관의 실수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공동체 전체 구성원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선거과정에서 사법부의 판단과 결정은 더욱 그러하다. 스스로를 정치의 한 가운데에 던져버린 사법부의 결정이 우려와 함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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